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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평점 :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다보면 우리나라만큼 '채식주의자'를 싫어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엔 채식주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 있다. 원래 한국인들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 와중에도 유독 채식주의자에게는 지독할 정도로 싫어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악의에 대한 아무런 근거 없이 비건들을 공격한다.
이 책 <나의 비거니즘 만화> 는 보선 작가가 비거니즘을 실천하기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 대한 내용들을 만화로 정리한 책이다. 한국은 비건들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에,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공격과 질문에 대한 대답들로 이루어져 있다. 비건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논비건들의 날설 질문에 대답을 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 '저 채식주의자에요' 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날아오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채식은 육식보다 건강하지 않아요", "동물들이 불쌍하면 식물들은 안 불쌍한가요?", "너무 유난떠는 거 아닌가요" 누구도 채식주의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 책의 가장 빛나는 점은 그런 날선 시선들이 생생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비건들을 욕하는 사람들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조금 더 품위 있게 그런 폭력적인 질문들에 대한 논리적인 답변과, 보다 대승적이고 성숙한 대답들로 채워놓았다. 처음엔 나도 보선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비거니즘에 대해 심술궂은 질문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런 질문들의 대부분을 해소한 느낌이었고, 속좁게 대했던 나의 모습마저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아직 이 책이 말하는 비거니즘의 실천까지는 하지 못할 것 같지만, 비거니즘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기에 충분한 책이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에는 작가의 깊이 있는 고민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