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업 - 인공 지능 시대의 필수 교양
존 조던 지음, 장진호.최원일.황치옥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로봇이라는 것도 이젠 인공지능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 옛날의 유행으로 느껴진다. 사실 그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고 본다. 그만큼 로봇은 임팩트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재작년에 있었던 인공지능과 인간의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겼다. 바둑은 수가 너무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려면 멀었다는 전망이 무색하게 알파고는 이세돌을 압승했다. 새삼 인공지능이 피부로 느껴졌었다. 이젠 그 인공지능을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AI 스피커따위로 말이다. 



반면 로봇은 아직도 멀게 느껴진다.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로봇팔 같은 거야 오래 전부터 있었고, 애완용 동물 로봇은 로봇보다는 인공지능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그 이유는 로봇의 하드웨어적 발전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흉내내 걷는 로봇은 존재하지만, 그 기능은 인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몇 걸음을 힘겹게 내딛다가 쓰러지곤 한다. 그런 점들이 일반인들에게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로봇 수업>은 현재 로봇 기술이 어디 쯤에 와 있으며, 그 로봇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를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는 책이다. 물론 과학 기술의 발전은 하루 하루가 다를 정도로 빠르며 급격하다. 그래서 이러한 책들이 발간되고 난 얼마 뒤의 상황은, 그 책들과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책들이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발간되며 '현재' 시대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 기술력이 어느 정도고 어떠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시대 정신을 담아내기에 의미가 있다.  

로봇이 어떠한 작동 원리로 움직이며 개발하고 있고, 현재 어떠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당장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에 대한 끊이지 않는 질문 '과연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역자가 셋이며 셋 모두 관련 분야에 깊이 있는 공부를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번역 상 생길 수 있는 오류가 줄어들 것 같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로봇에 대해 궁금하거나 현재와 미래의 로봇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면의 품격 - 맛의 원리로 안내하는 동시대 평양냉면 가이드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소울푸드 중 하나는 피자다. 국민 야식인 치킨도 좋아하지만, 굳이 찾아먹지는 않는다. 치킨은 나에게 몇 달에 한 번 겨우 먹을까하는 음식이지만, 피자는 1~2주에 한 번은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치킨보다 피자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어떤 것이든 매뉴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주에는 골뱅이이며 맥주에는 치킨, 이라는 식 말이다. 탕수육을 부먹하거나 '치킨<피자'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그는 '뭘 모르는 사람'이 되기 일쑤다. 개인의 취향은 그런 대화 속에서 결코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맛 칼럼니스트라는 같지도 않은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정말 싫어한다. 어떤 종류든 평론가(칼럼니스트)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그런 일 같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이유들을 가져다 붙여서 개인의 취향을 말소하는 일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편의점 컵라면이 스테이크보다 맛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럴싸한 이유들이라는 것은 지극히 맛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이유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이 음식에 대해 떠드는 일이 한심해 보인다. 



<냉면의 품격>은 저자가 직접 탐방한 서울지역에 위치한 31개의 평양냉면집의 맛에 대해 평하고 있는 책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 책은 서문과 맺는말 이외의 부분은 읽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서문과 맺는말에는 작가가 나름대로 정의한 평양냉면과, 평양냉면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나와있다.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좋은 설명이다. 그래서 서문까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31개의 평양냉면들에 대해 평가하는 본문은 읽을 가치가 없었다. 우선 문장의 문제가 가장 크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진 문장탓에 한 줄, 한 줄을 읽는 것이 고역이었다. 언어는 물론 사적인 영역이 존재한다. 일테면 내가 말하는 '냉면'과 작가가 말하는 '냉면'은 결코 같을 수 없다. 각자의 경험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어느 정도의 공통점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를 통해 소통한다. 이 작가의 글이 읽기 힘들었던 이유는 대부분의 단어들을 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본인 스스로만 알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들을 읽는 것은 재미도 흥미도 없었다. 심지어 그것이 어떤 것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작가가 냉면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게 이 책을 집어든 독자의 마음이다. 하지만 극히 사적인 언어의 사용으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평가의 객관성의 문제다. 당연히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음식은 특히 주관적이다. 같은 음식을 먹고도 맛있다/맛없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책이라는 것으로 출판하게 되었다면 나름의 객관성(납득이 가는)을 담보해야 하는 것도 맞다. 서문에서 나름대로 평양 냉면의 판단 기준 다섯 가지를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평가한다고 했을 때는 신뢰가 갔다. 하지만 막상 본문에서 냉면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아무런 객관성도 없는 감정만 흘러넘쳤다. 

특히 하나의 냉면을 평가할 때 총 5개의 기준으로 나누고, 그 기준의 만점을 5점으로 두었는데 31개의 냉면 중 어느 냉면도 단 한 항목에서 5점을 받은 게 없다. (31*5 = 155) 155개의 평가기준들 중 단 하나도 5점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대체 왜 만점을 5점으로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더 맛있는 냉면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 그건 납득이 가는 답변이 아니다. 이 책에 있는 31개의 냉면들만을 비교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타날지 모르는 어떤 것'은 적어도 이 책 안에서는 고려하면 안 됐다. 

특히나 결국 내용을 요약하자면 불평 불만 투성이다. 이런 건 이래서 별로고 저런 건 저래서 별로다. 같이 밥 먹기 싫은 타입인 건 확실하다. (이 책에 소개된 곳 중 2곳을 가 봤지만, 이곳에 적힌 평과 개인적인 평도 전혀 달랐다.)



물론 이 책을 '권위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기록'의 시각으로 본다면 굳이 욕할 것도 없어지긴 한다. 어떤 음식이 맛있고, 맛없고를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이라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책으로 낼 때는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첨단 과학이 밝혀내는 마음의 실체
가와이 도시오 외 지음, 강수현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 '지뢰진'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심장이식에 관한 것이었다. 한 사람이 사고로 심장이식을 받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식을 받은 사람의 기억이나 성격이 심장을 이식한 쪽 사람처럼 변해가는 것으로 묘사가 된다. 물론 이 만화는 의료나 과학 만화도 아니고, 작가가 해당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없다. 하지만 작가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이 에피소드를 무척이나 실감나고 흥미롭게 그려냈다. 이 에피소드 말미에 작가는 독자 혹은 스스로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마음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요, 심장 혹은 뇌? 



<'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교토 대학에서 진행한 '제1회 교토마음회의 심포지엄'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강연은 5명의 저자들이 진행한 강연의 내용을 정리하여 총 5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저자들은 임상심리학/융심리학, 인류학/종교학, 공공정책/과학철학, 인지신경과학/인지발달학, 인류학/영장류학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저자들은 강연을 통해 자신의 전공 분야의 시각으로 '마음'에 대해 설명하고 말하고 있다. 강연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 책의 내용은 강연을 하는 어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마음'이라는 것을 여러 방향의 전문가가 각자의 시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영역으로 살피는 '마음'에 대해 알 수 있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강연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발표한 자료를, 그것도 5명이 발표하는 내용을 본다는 점에서 이 책은 볼륨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총균쇠>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의 깊이 차이라고나 할까. 



어쨌건 뇌(마음)에 대한 것은 현대 과학에서 아직 풀지 못한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 나도 과학을 믿는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모든 비밀이 풀어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책들도 분명 큰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인 가구 살림법 - 어른 둘, 아이 둘 ‘보통 집’의 ‘보통 넘는’ 살림 이야기
김용미 지음 / 조선앤북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개인적인 공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 곧 개인적인 삶을 갖게 된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에 다니기 위해 자연스레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며 나도 본격적으로 혼자 살게 되었다. 당시에는 여러 상황 상 떠밀리듯 혼자 살게 된 것이라 '독립했다'는 생각이 딱히 없었는데,(사실 경제적으로 100퍼센트 독립하지 못했었고) 뒤늦게 작년에 이사를 하며 본격적으로 독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상황에 맞춰서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었다면, 작년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는 주도적으로 '혼자 사는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집을 가꾸고 보다 살기 좋고 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결혼을 하거나 독립을 해서 따로 새로운 가정을 차린다고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4인 가구 살림법>은 주부인 저자가, 새로운 가족과 가정을 만들고 정착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한 것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식기부터 주전자, 양념병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 도구부터, 육아를 위한 카메라, 백일상, 아이의 장난감 등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과 생활용품을들 기록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집요하고 성실한 '기록'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새롭게 가정을 꾸리거나 독립을 한다거나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어쨌건 하나의 가정은 하나의 삶밖에 알지 못한다. 그 삶과 가정의 생활 방식을 통해 참고를 할 수는 있어도 지향점으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책으로 보면 맞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반도를 달리다 - 분단 이래 최초의 남북한 종단 여행기
게러스 모건 외 지음, 이은별 외 옮김 / 넥서스BOOKS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뉴질랜드의 모건 부부(게러스 & 조앤)가 온전한 Korea(남북한 모두)를 오토바이로 1달여 간 여행한 내용을 글로 옮긴 책이다. 모건 부부는 이전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었는데, '북한은 왜 못 간다고 생각하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결국 2013년 한반도를 종단한다.  



이 부부가 한국을 종단할 수 있었던 것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토바이로 세계를 누비기(2001년) 전부터 한국(남한)에 자주 방문했는데(80 ~ 90년대) 남한에 큰 매력을 느끼는 한편, 왜 여기는 아직도 분단국가로 남아있는지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의문이 씨앗이 되어 결국 한국 종단이라는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한반도를 달리다>는 게러스와 조앤 부부가 처음 북한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준비를 시작하는 것부터 실제 북한과 남한에 와서 한국을 종단하는 내용을 세세히 담고 있다. (유튜브 'Gareth Morgan' 채널에 가면 실제 저자가 촬영한 영상의 일부도 볼 수 있다.) 



원제는 'Kimchi Kiwis - Motorcycling North Korea'라고 하는데, 사실 한국어 제목보다 훨씬 위트있고 마음에 와닿는 제목이었다.(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이 느껴지고) 개인적으로 뉴질랜드에서 3~4개월 정도 머물다 온 적이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 같은 유래 없는 화해 무드 속에서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책 속 북한의 묘사가 낯선 이국 땅의 묘사처럼 느껴지지만, 앞으로는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든 (차, 기차, 자전거, 도보 등등) 남과 북을 오갈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감격적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