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떄의 경이는 주인공의 나이때문이었다. 작가와 동년의 나이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체코의 역사적 사건과 그들의 시대적 불가피성, 그리고 40대라는 나이에 걸맞는 네러티브등 여러 면에서 그의 소설은 나이라는 것에 상당한 리얼리티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소설이 청춘의 순간들만 기록한 것에 비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박완서의 이 소설집도 이미 그것을 넘어선, 노년의 소설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 책에 수록도니 여러 단편들은 박완서 작가의 나이듦을 무시하고 생각할 수 없다. 사실, 젊은 한국 문학의 소설가들의 소설은 다 거기서 거기인 면이 없지 않은데 때로 이런 실로 의미있는 작품들이 나와 그 경직된 판에 다양성이라는 하나의 활기를 부여한다. 단순히 나이가 노년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나이에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재들을 서술해 나감으로써 상당한 리얼리티를 갖는 것은 물론 사회적 통념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 속에 비춰지는 사회는 너무 현실적이니 만큼 섬뜩하기까지하다. 무엇보다 이 노작가의 필력이 경이로운 점은 젊은 작가의 작품 속에 있는 '출세를 위한 글쓰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작가는 자신의 글에 대한 어떠한 포부가 있을 게 분명하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크게 말한다면, 박완서 작가의 글은 작가의 말에도 있듯이 그저'자신의 심심함을 달래'려 썼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글은 유려하게 진행되고 필체 속에서 어떠한 종류의 '달관'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소위 말하는 거장들의 작품 속에서 느끼는 것들 말이다.

문화적 가치의 고저는 다양성에 다름 아니다. 그런 면에서 박완서라는 장르의 존재가 우리나라 문학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싫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무지 현실감 없는 캐릭터에 있다. 물론 소설은 또한 하나의 현실의 변주이고 그래서 갖을 일종의 몰현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이따금씩은 그것에 감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토록 애정 없는 캐릭터는 도무지 좋아 할 수가 없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에게 애정이 없는 듯하다. 캐릭터를 그저 하나의 이야기 속의 소품으로만 사용할 뿐 하나의 실제 생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캐릭터의 마음을 생각해주지 않는다. 사실 fiction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성을 뜻하며 소설에서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이런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인물이 실제로 세상 어디엔가 혹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자신의 분신으로) 실재하는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그 인물은 제대로 된 말과 행동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은 곧 소설-독자와 작가의 소통-의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그 인물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리얼리티다. 프로 골퍼인 주인공이 골프의 규칙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그것을 소설이라 주장하는 것도 말이 되지 못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는 물리적 리얼리티는 존재하지만 인물들의 내면적 리얼리티가 없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섬들일 뿐이며 그 누구도 타인의 섬과 이어지지 못한다. 너무도 아집에 가득 차 있고 독선적인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그런 무심한, 너무 무관심한 시각에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다. 소설가는 적어도 자신의 삶만큼은 재밌게 살아 자신의 삶을 소설로 써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다면 최소한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만 재밌는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재미없는 나르시시즘적 삶에만 흥미를 붙인 듯하다. 그녀가 아직 쓰지 못한 괜찮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우선 그녀 자신이라는 우물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속 마미야 형제들에게 주인을 잘못 만나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매도당한 것에 깊은 아쉬움을 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뒷면에 이사벨 아옌데의 서평이 붙어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소설 또한 영어로 쓰여졌다 뿐이지 제 3세계의 소설에 다름아니니까. 3세계 소설의 특징은 사실 따져보면 단순할 정도다. 우선 3세계의 나라들은(우리나라와 같이) 역사적으로 상당한 풍파를 겪었다. 그래서 그 속의 국민들의 삶은 너나할 것 없이 죄다 소설 그 자체다. 그것 때문인지 3세계 작가의 등단작 혹은 첫 장편은 죄다 자신의 유년기 혹은 청년기(곧, 나라가 여러 일들에 휩쓸릴 무렵)가 배경이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적 사건에 주인공이 휩쓸리는 것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3세계 소설은 또한 가족소설의 형식이 많다. 이것은 첫 특성에 상당부분 영향받고 있는데 그건 모진 역사적 사건들을 겪는 속에서 남는 것은 결국 피붙이라는 최소의 공동체라는 일반론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제 3세계의 역사적 사건이라 함은 전쟁/쿠데타에 의한 독재정권 수립/이데올로기(혹은 종교적 신념) 대립에 의한 내전 정도가 태반이고, 그런 사건들 속에서 민중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고작해야 가족끼리 뭉쳐 견디고 견디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가족 소설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이 소설 또한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주인공 아미르의 유년기 추억과 상처를 따라 걷다보면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알 수 있고, 공감하게 되며 결국 인간은 유 소년기의 트라우마에 의해 남은 생을 좌지우지 당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약간 씁쓸한 체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역사 자체가 소설인 나라의 소설(그것도 한 작가의 첫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인 것이다. 그 소설은 분명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특히 남미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품. 단 한마디로 성장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상당히 사회적 소수에 해당하는(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편부모 가정 등)인물들의 퍼레이드의 연속이지만, 이야기는 그만큼 궁상떨지 않고 경쾌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 과거, 소설에선 트라우마나 말 못할 상처들로 치부되어 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을 절로 우울하게 만들었던 그런 사건이나 배경들을 이 작품은 아무렇지 않게 까발림으로써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님,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주인공 도완득의 담인 똥주가 있다.

많은 말을 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분명 아쉬운 점도 많지만(완득이의 혼혈아라는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점이라던가, 이렇다할만한 이야기 구심점의 부재라던가) 그것을 넘어 너무도 경쾌하며 재밌는 책이기에, 모쪼록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는 독일인이라고 하는데 아멜리 노통브 특유의 독백과 상당히 흡사한 구조로 작품은 직행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같기도 한데, 시대적으로나 이름값면에서나 크리스토프 하인이 그들에게 영향을 준 쪽이 맞는 듯하다. 죄다 독백조(형식면에선 주인공이 편지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이다보니 정확한 정황은 주인공의 독백속에서 퍼즐을 맞추듯 짐작할 뿐인데, 대체적인 내용은 성공한 변호사이자 정치가인 주인공이 더 이상 '놀이'거리가 없어 사람을 준인 것을 한 권에 걸쳐 그 주인공에게 있어서 어절 수 없은 상황의 필연성과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썩 읽기 편하거나 쉽게 재밌는 소설은 아니지만 한결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문체나 인간성에 대한 탐구 따위는 생각해보면 충분한 가치를 지닌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황상 짧게 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