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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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싫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무지 현실감 없는 캐릭터에 있다. 물론 소설은 또한 하나의 현실의 변주이고 그래서 갖을 일종의 몰현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이따금씩은 그것에 감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토록 애정 없는 캐릭터는 도무지 좋아 할 수가 없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에게 애정이 없는 듯하다. 캐릭터를 그저 하나의 이야기 속의 소품으로만 사용할 뿐 하나의 실제 생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캐릭터의 마음을 생각해주지 않는다. 사실 fiction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성을 뜻하며 소설에서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이런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인물이 실제로 세상 어디엔가 혹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자신의 분신으로) 실재하는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그 인물은 제대로 된 말과 행동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은 곧 소설-독자와 작가의 소통-의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그 인물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리얼리티다. 프로 골퍼인 주인공이 골프의 규칙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그것을 소설이라 주장하는 것도 말이 되지 못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는 물리적 리얼리티는 존재하지만 인물들의 내면적 리얼리티가 없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섬들일 뿐이며 그 누구도 타인의 섬과 이어지지 못한다. 너무도 아집에 가득 차 있고 독선적인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그런 무심한, 너무 무관심한 시각에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다. 소설가는 적어도 자신의 삶만큼은 재밌게 살아 자신의 삶을 소설로 써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다면 최소한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만 재밌는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재미없는 나르시시즘적 삶에만 흥미를 붙인 듯하다. 그녀가 아직 쓰지 못한 괜찮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우선 그녀 자신이라는 우물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소설 속 마미야 형제들에게 주인을 잘못 만나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매도당한 것에 깊은 아쉬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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