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뒷면에 이사벨 아옌데의 서평이 붙어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소설 또한 영어로 쓰여졌다 뿐이지 제 3세계의 소설에 다름아니니까. 3세계 소설의 특징은 사실 따져보면 단순할 정도다. 우선 3세계의 나라들은(우리나라와 같이) 역사적으로 상당한 풍파를 겪었다. 그래서 그 속의 국민들의 삶은 너나할 것 없이 죄다 소설 그 자체다. 그것 때문인지 3세계 작가의 등단작 혹은 첫 장편은 죄다 자신의 유년기 혹은 청년기(곧, 나라가 여러 일들에 휩쓸릴 무렵)가 배경이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적 사건에 주인공이 휩쓸리는 것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3세계 소설은 또한 가족소설의 형식이 많다. 이것은 첫 특성에 상당부분 영향받고 있는데 그건 모진 역사적 사건들을 겪는 속에서 남는 것은 결국 피붙이라는 최소의 공동체라는 일반론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제 3세계의 역사적 사건이라 함은 전쟁/쿠데타에 의한 독재정권 수립/이데올로기(혹은 종교적 신념) 대립에 의한 내전 정도가 태반이고, 그런 사건들 속에서 민중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고작해야 가족끼리 뭉쳐 견디고 견디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가족 소설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이 소설 또한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주인공 아미르의 유년기 추억과 상처를 따라 걷다보면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알 수 있고, 공감하게 되며 결국 인간은 유 소년기의 트라우마에 의해 남은 생을 좌지우지 당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약간 씁쓸한 체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역사 자체가 소설인 나라의 소설(그것도 한 작가의 첫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인 것이다. 그 소설은 분명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특히 남미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