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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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버피치와 어바웃 어 보이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닉 혼비에 대해서는 항상 애정과 더불어 약간의 관심이 존재했는데, 그것이 결국 이렇게 또 표출된다. 에세이를 간만에 읽고 싶어서 빌린 것은 9월 초-_-였으나 반납기한이 다가오는데 책은 반도 읽지 못하여 반납했다가, 다시 빌리려고 갔을 때 알바생이 분류를 잘못해서 소설코너에 꽂아놓는 바람에 겨우 찾아 이렇게 읽는다.

이것은 닉 혼비가 빌리버라는 잡지에 한 달 읽은 책들에 대한 독서 감상문을 칼럼식으로 연재한 것을 모아놓은 책이다. 독후감상문에 관한 책을 떠올려 보면 역시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우선 생각난다. 그리고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도 약간 생각나고. 그래도 후자의 작품은 정확한 독서감상이라기보다는 독서법, 혹은 자신의 공부법에 가까운 책일테고. 장정일과 비교했을 때는 역시 닉 혼비쪽이 읽기 좋다. 아무래도 문학 위주의 독서 편력을 가진 닉 혼비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문체면에서도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아니 작가들이 가진 특유의 고집은 닉 혼비 또한 가지고 있는데, 빌리버에서는 닉 혼비에게 이 연재를 맡길 때 전제로 달아 둔 것이 절대 어떤 책에 관해서든 혹평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아주 잘 지켰으나 결국 우리의 닉 혼비는 책을 조금씩 까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몇 번의 연재 정지의 결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닉 혼비는 그것에 대한 복수로 어떤 것인지 밝힐 수 없는 책과 작가에 대해 욕을 하기도 하고, 빌리버 편집위원들을 아주 풍자시키기도 한다. 좋은 책도 워낙 많이 소개해주고, 여타 그냥 있으나 마나 한 (세계를 흔든 감동대작, 인간의 내면을 철저히 탐구하는 수작) 수식어가 아닌 진심된 감상이 있어 좋았던 것은 물론이지만, 내용 말고 형식적인 면에서도 좋은 것은 국내 출간작에에는 출판사와 국내 출판 제목(그리고 출판 년도)을 명시해 줌으로써 찾아보기 편하게 해 주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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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나이트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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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의 현대소설은 역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 소설과 같이 2차 대전, 그리고 나치스, 첩자와 같은 소재를 다룬다하여도 역시 전체속의 내면에 집중할 뿐이다. 하워드 W 캠벨 2세의 회고록이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이 소설 태초의 밤(마더 나이트)의 제목은 괴테의 파우스트의 대목 중에서 차용한 것이라 한다. 주인공은 독일 나치스의 선전원이지만 미국의 첩자노릇도 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독일의 패전 후로도 죽거나 잡혀가지 않고 신분을 숨기고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작품도, 아내도,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삶은 그저 남은 잉여의 산물에 불과하다. 그런 그의 주위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돌기 시작하며 작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즘은 워낙 책 안 읽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특별히 확 빠진 작가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미권의 다양한 작가를 읽어보려고 한다. 이 커트 보거네트라는 작가도 미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데, 이름만 듣다가 겨우 읽게 되었다. 나는 아무리 흉내내려 해도 할 수 없는 이 미국 작가들 특유의 유려한 서술은 정말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이런 서술은 작품들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점과 아주 잘 어울려서 읽기 좋다.

읽은 지 좀 지났기 때문에 감상의 느낌도 많이 사라졌고, 아직 커트 보거네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떠들어 대기 성급한 것 같으므로 감상문은 이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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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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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연수는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고야 말았다. 어지간한 이름 있는 문학상을 죄다 수상했으며, 등단한 지도 15년이 넘어가고, 펴낸 책 권수만 해도 두 자리 수가 넘어간다. 최근에는 홍상수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고, 밴드 ‘문 샤이너스’의 노래 가사를 써주기도 했단다. 바야흐로 한국 문단의 대표 작가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작가가 된 것이다.
이 과제를 받아들고 전에 읽은 김연수의 글들을 생각했다. 나는 과거 군대 시절에 김연수를 아주 좋아하던 선임에 의해 읽게 되었던 장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과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껴있던 ‘모두에게 복된 새해’ 두 개의 글을 읽었었고, 그것들에 대한 기억이 아주 희미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바로 ‘여행할 권리’를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 보았고(아니 대체 한 작가의 글쓰기가 갖는 의의와 의미에 대해 쓰는데 고작 에세이 한 권도 아닌, 한 편을 읽고 뭘 쓸 수 있겠는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인 ‘달로 간 코미디언’과 이번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급히 읽어치웠다. 그렇게 나는 그의 한 편의 장편과 세 편의 단편, 한 권의 여행수필집을 읽고 그의 글쓰기가 갖는 의의와 의미에 대해 써보려 한다. 아아. 정신이 아주 아찔해지는 순간이다.
우선, 과제에서 주어졌던 에세이 속 마지막 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보려 한다. 김연수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그 자신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의미가 될 것이다. 김연수가 그 일본을 여행하며 이상의 마지막 날들을 따라 간 것은 그 자신의 문학사에 있어 아주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는 소설을 발표하고 또 쓰긴 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슬슬 소설 쓰는 일을 접고 회사에 취직해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실로 오랜만에 장편 청탁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느끼고, 이것에 모든 것을-그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이 쓸 가장 마지막 단 하나의 작품-걸기로 한다. 그 자신의 필명-혹은 문학의 근원인 이상을 쓰기로. 그렇게 이상의 마지막 날들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 수필집에 잘 나타나 있고, 거기에서 바로 장편 ‘꾿빠이 이상’이 나오게 된다. 다행히도 그의 작품은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었고 그 후에 그는 모두 알다시피 더욱 크고 다양한 넓이의 작품들을 쓰는 작가가 된다.
여기에 김연수의 글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가 있다. 그렇지 않은 작가는 없겠지만 그는 유난히 공부를 많이 하는, 발로 쓰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들은 역사소설부터 현시대를 그리는 문학까지 실로 다양한 시대상을 포괄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그의 철저한 고증과 자료조사에 의해 쓰여진다. 이상의 마지막 날들을 따라가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 그의 모습이 바로 그 단적인 모습이다. 또한 그렇게 노력하는 만큼의 문학, 소설에 대한 진정성의 모습이 또 다른 김연수 문학의 핵심이다. 그는 실로 자주 ‘나는 소설가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나는 프로 소설가다, 소설은 나에게 있어 신성한 것이다’와 같은 종류의 말을 하는데, 이것은 김연수가 가진 문학에 대한 진정성을 아주 잘 보여주는 말들이다. 그는 소설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가가 써야 할 소설에 대한 고뇌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문장은 너무 집약력이 강하다. 농담을 하는 부분에서도 진지하게 읽어야 그 농담이 이해될 정도로 그의 문장은 무겁고 또 진지하다. 이것은 약간 가독성을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김연수는 어렵다’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김연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도 문장이다. 김연수의 작품은 여담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으며 그 여담을 이루는 짧고 또 긴 문장들의 행간 사이에서 김연수는 춤을 춘다.
그리고 결국 김연수는 소통을 말한다. 갑작스레 헤어진 옛 애인의 사연을 알고 싶어 그녀를 만나러 가며,(달로 간 코미디언) 가까운 이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산책을 한다.(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심지어 그 자신조차 자신의 필명의 어원인 이상의 마지막 날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김연수는 말하는데, 결국 사람 사이에는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말을 하고, 서로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김연수 자신이 아마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레이먼드 카버(실제로 그는 이 작가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가 쓴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을 잠시 이야기 해 보자.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사랑, 아니 꼭 사랑일 필요는 없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추상적인 것들 말고도 사과나 열쇠고리 등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결국 사랑이나 사과가 아닌 그 주위를 맴도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일테면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는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사과나, 주변사람들에게 들은 사과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일테면 사과의 영양소라던가-를 한다. 모든 이야기를 사과가 아닌 사과 주변에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사과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반론은 조금 타당치 못하다. 어떤 것이 사과 그 자체일까. 사과의 모양? 아니 그것으론 부족하다. 단지 겉모양만 사과라고 그것을 사과라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거기에 더해 사과의 맛과 냄새, 성장 과정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결국 사과를 먹은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 사랑 그 자체를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함으로써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생각을 언뜻 내비칠 수 있을 뿐이리라.
김연수의 글쓰기의 의의와 의미는 나는 바로 이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보다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더 많이 말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김연수는 보다 우리가 자신을, 상대방을 알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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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겸 감상문. 그렇기 때문에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에 내가 쓴 감상문을 일부 차용했다. 간만에 아주 재미있는 과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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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식사 - 위화 산문집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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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이 책을 빌렸는가는 역시 순간의 변덕이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은 그냥 의욕 없으니까. 중국 현대 문학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작가 위화의 수필집이다. 총 3장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 자신의 가족과 자기의 어렸을 적 경험,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등의 이야기들을 다루었고, 2장은 일종의 칼럼같은 느낌. 소재는 대체로 문학에의 진정성이나 생각해 볼 만한 가볍지 않은 문제들로 1장 보다 완성도 있고 진중한 글들을 썼다. 3장은 여러 나라(중국 포함)에 출간된 그의 책의 작가의 말 모음이다. 이 부분은 썩 재미있지 않아 대충 보고 넘겼다.

특히 그가 어떻게해서 작가가 되었나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주 재미있었는데, 결국 이런 큰 일들도 순간의 변덕들로 이루어져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전 직업이 치과의사라고 해서 상상하던 것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로 사는 것에 환멸을 느낀 지식인 같은 것이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전혀 다른 사정이 있던 것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누구나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더 많거나 다른 세계에서 사는 거다.

무튼 그의 기이한 소설만큼이나 재미있는 어조로 말을 하는 작가였다. 기회가 되면 그의 다른 소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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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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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서 군 생활 한 현석이가 감성마을에 가서 이외수의 사인을 받아온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이외수의 책을 읽는 것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장외인간 이후로 이외수는 어째 책은 안 쓰고 입으로 사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모습들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애정 및 경외의 감정들은 이미 엷어진 지 오래였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그 전까지 이외수의 글들에 대해 느끼고 있던 바늘구멍만한 단점들이 콩알 정도 만해 보이기 시작한다.(그는 내가 이렇게 쓴 글을 봤다면 자신의 글의 가치를 못 알아보는 3류 인간으로 생각하겠지만) 살면서 절절히 느낀 몇 가지 중 하나는 틀린 사람은 없고 다른 사람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곧 누군가는 나를 싫어한다는 것에 증명이고,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나 또한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싫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취향에 있어서는 더욱 절대적인데, 개인적 기호는 보편적 취향을 초월한다. 이 책에서 이외수는 어떤 글에서는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고 쓰고는 두어 페이지만 넘어가면 내 글을 이해 못하는 놈들은 보는 눈이 없는 놈들,이라며 너무도 쉽게 그들을 단정 짓는다. 잠언이랍시고 쓰는 글들이 이 모양인데 이 책이 대체 어떻게 흘러가겠는가. 정말 진심으로 별로인 책이었다. 깊이도 깊이고 분량에서도 아주 실망스런 책이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써놓은 글들을 묶어서 출간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외수의 소설들을 즐겁게 읽었던 추억만큼은 잊지 않고 있으니, 그의 새 소설이 출간된다면 다시금 기대를 안고 꼭 읽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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