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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행자
윤대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참 안 읽지만 올해 윤대녕만 다섯 권 째. 국내 작가들 중 좋아하는 작가는 참으로 많지만 그 중 가장 좋은 작가들과 그 이유를 간단히 꼽아보자면
김승옥-다다를 수 없는 문재의 경지
은희경-누구나 할 수 있다만 아무나 할 순 없다
박민규-그 이후로 모두는 그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더라
하성란-취향을 넘어선 즐거움
장정일과 윤대녕은 그야말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이상적인 소설의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 둘의 소설 작법이나 글쓰기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 출생 년도도 같고, 지방 출신이란 점도 같으며, 사소한 것이지만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친다)는 점도 같다. 그러나 장정일의 다채롭고 방대한 저서 중에서도 소설만큼은 대부분 읽어왔지만, 출간작 중 소설이 대부분인 윤대녕은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것은 바로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상 장정일은 한동안 읽어 댔었던 반면, 윤대녕은 왠지 그의 작품을 계속 읽기는 너무 힘들었다. 아마 다른 윤대녕의 감상문에도 끊임없이 써 왔지만 그것은 윤대녕은 항상 같은 종류의 주제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윤대녕을 끊었던 적도 있으나, 최근엔 그의 작품을 읽는 노하우가 생겨 두어 달에 한 권씩 그의 작품을 잊지 않고 찾아본다. 그렇기 때문에 방학을 맞아 빌린 책에 그의 작품이 단연 첫째로 선택된 것이리라.
이번 소설도 전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작가가 그 자신의 존재의 비밀, 시발점, 근원, 본질을 찾아 헤멘다. 항상 말해왔지만 그것의 소재가 눈이든 뭐든, 그것의 여정이 어떻든 간에 역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주인공/작가가 여정 속에서 자신과, 아기와, 수와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이 또한 자신임을 안다. 그리고 작가는 그 마주한 자신을 보곤, 옷을 툭툭 털고 또 다시 떠날 준비를 하여, 다시금 자신을 찾으러 출발한다. 그렇기에 윤대녕의 소설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그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