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과 더불어 최근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웹툰이 너무 재미있어 남무성의 jazz it up을 빌렸는데 특별히 감상문을 적어두지는 않고 이 소설의 감상문에 짧게 감상을 적으련다.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담백했던 연출이 무엇보다 좋았고, 실존 인물들과 역사를 배경으로 그렸기에 그림이 현란하거나 기교 있지 않으나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물론 음악은 들어야 하겠지만 이를 통해 재즈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알게 되어 유튜브를 간단히 찾아보는 등 흥미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록에 대한 책 paint it rock을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 놨기 때문에 그것이 입고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으로 김연수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소설 또한 김연수가 항상 주목하던 전체와의 관계속의 개인에 대해 다뤘고 소재나 그것의 활용에 있어서도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큰 사족을 달고 싶지 않은 아주 좋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김연수 특유의 문장은 너무도 좋은데, 나 또한 그간 왠지 모르게 반감을 가졌던 김연수였지만 이 책의 문장은 그의 다른 책들조차 읽고 싶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주 좋은 책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라는 정도로 책에 대한 감상을 마치고 하고 싶은 얘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0-40년대 그리고 그 이후로 김연수가 후기에서 밝힌 자신의 대학시절 즈음까지 우리나라는 분명히 어떠한 정치적 이상을-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삶의 이념까지도-분명히 선택해야만 했다. 그것의 중간은 존재할 수 없었으며 혹여 존재한다 한들 그들의 존재가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작품 내에서도 인물들은 민생단이냐 아니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했고 그것에 따라 죽음과 삶 또한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너무도 다르다. 이것 또한 후기를 보며 깨달았다 작가가 춤추는 젊은이들을 보며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와 닿았다. 이것은-내가 이곳에도 써 둔 기억이 있는데,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게 된 어떤 사람의 미니홈피에서 그는 이명박과 ratm을 동시에 좋아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매력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대는 이렇게까지 변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도무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의 것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보수x=좌빨’ 이라는 특정 정당의 선거 전략으로는 지금의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김해연의 마지막 행동과 후기에서의 김연수와의 연관성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후기의 역할은 결코 사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연수는 어쩔 수 없는 당시의 인물이기에, 소설의 마지막은 춤추던 시위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로 끝나지만 전체적인 소설의 내용은 김연수의 세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비판도 뭣도 될 수는 없다. 그냥 그와 우리 세대는 다른 것일 뿐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와 동년배, 혹은 더 젊고 어린 작가들이 그려나가는 세계는 분명히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에 갑자기 내 가슴은 벅차올랐다. 나는 이것을 희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란 장르는 여담의 문학이라 할 수도 있다. 어떠한 소설이 가진 주 네러티브가 물론 그 소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며 줄거리이겠지만, 그 속에 작가가 담으려는 많은 이야기는 주 네러티브를 따라 흘러가는 일종의 부 네러티브라 할 만한 것-여담 속에서 보여진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눈의 여행자’를 예로 들어보면 주인공이 숫자놀이책의 인도를 받아 일본을 여행하는 것이 주 네러티브라면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부 네러티브일 것이다. 그만큼 소설에서의 여담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며 빠질 수 없는 것인데, 만약 그 여담이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이 된다.

사실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 네러티브가 존재한다는 말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그의 소설은 일정한 이야기나 사전의 흐름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어떠한 삶의 전반적인 모습을 가장 그것을 대변할 수 있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카버의 소설은 네러티브가 아니라 신scene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여타 소설들이 한 주인공의 일생에서 가장 특별하며 찾아오기 힘든 극적인 순간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면, 카버는 등장 인물들의 가장 일상적인 순간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치밀하게 묘사해낸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순간들은 우리 인생과 같이 보잘 것 없고, 치졸하며, 부끄럽기만 하다.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좋아하는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루는 것은 극히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이성과 사귀게 된 후 연애의 지리멸렬함을 느끼거나, 간절히 원하던 것이 이루어진 후의 허탈함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카버는 지극히 담담하고 간결한 문장들로 그 상황을 치밀하게 묘사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하고만 싶고 보고 싶지 않은 우리들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를 담담히 들춰내는 이 작가의 소설이 밉게만 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의 여행자
윤대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참 안 읽지만 올해 윤대녕만 다섯 권 째. 국내 작가들 중 좋아하는 작가는 참으로 많지만 그 중 가장 좋은 작가들과 그 이유를 간단히 꼽아보자면

김승옥-다다를 수 없는 문재의 경지

은희경-누구나 할 수 있다만 아무나 할 순 없다

박민규-그 이후로 모두는 그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더라

하성란-취향을 넘어선 즐거움

장정일과 윤대녕은 그야말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이상적인 소설의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 둘의 소설 작법이나 글쓰기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 출생 년도도 같고, 지방 출신이란 점도 같으며, 사소한 것이지만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친다)는 점도 같다. 그러나 장정일의 다채롭고 방대한 저서 중에서도 소설만큼은 대부분 읽어왔지만, 출간작 중 소설이 대부분인 윤대녕은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다. 그것은 바로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상 장정일은 한동안 읽어 댔었던 반면, 윤대녕은 왠지 그의 작품을 계속 읽기는 너무 힘들었다. 아마 다른 윤대녕의 감상문에도 끊임없이 써 왔지만 그것은 윤대녕은 항상 같은 종류의 주제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윤대녕을 끊었던 적도 있으나, 최근엔 그의 작품을 읽는 노하우가 생겨 두어 달에 한 권씩 그의 작품을 잊지 않고 찾아본다. 그렇기 때문에 방학을 맞아 빌린 책에 그의 작품이 단연 첫째로 선택된 것이리라.

이번 소설도 전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작가가 그 자신의 존재의 비밀, 시발점, 근원, 본질을 찾아 헤멘다. 항상 말해왔지만 그것의 소재가 눈이든 뭐든, 그것의 여정이 어떻든 간에 역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주인공/작가가 여정 속에서 자신과, 아기와, 수와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이 또한 자신임을 안다. 그리고 작가는 그 마주한 자신을 보곤, 옷을 툭툭 털고 또 다시 떠날 준비를 하여, 다시금 자신을 찾으러 출발한다. 그렇기에 윤대녕의 소설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그만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이현의 수필집에서 소개한 책 중 읽은 두 번째 책. 한 마디로 평하자면 용두사미. 아주 재치 있고 재기 있게 시작한 책 초반은 도무지 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여러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댔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엄청나게 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영국 작가 특유의 아주 위트 있는 유머를 보여주는 문체부터 작품의 소재, 주제 그리고 주인공 핼의 캐릭터마저 전부 마음에 들었던 것과 함께 간만의 독서라 그런지 책을 쑥쑥 읽어 나갔는데, 배리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네러티브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 책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을 상실하기 시작하였고, 설득력을 잃어갔다. 복선과 암시라고 생각하고 등장시킨 인물은 왠지 불쾌한 난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주변 인물들도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그리고 너무도 빤한 이야기의 마무리는 왠지 화가 날 듯 했지만 오히려 허탈하다는 기분만 들었다. 로큰롤 보이즈 만큼의 완벽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도 잘못이지만, 그 소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소개했던 정이현에게 왠지 투덜대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읽던 도중이었던 6월 27일엔 고모의 부고를 받았다. 고모의 부고에 대한 암시와 상징은 너무도 곳곳에 널려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 책까지 추가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 일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 놓았으니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리 -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죽음대역배우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동생(지금은 그만 뒀다만)이 추천하며 빌려준 책. 편의상 지인이라고 간단히 쓰기로 하자. 무튼 지인은 이 책에 대해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놓을 수 없어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고 말했었는데 읽어보니 이건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어떤 것이, 내가 좋지 않다고 하여 굳이 나쁘게 말하는 것은 정말로 배려심 없는 형편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냐고 물어오는 지인에게 워낙 읽은 지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대충 대답했다. 그러나 이곳은 내 개인 공간이므로 자유롭게 까보기로 하자.

어쨌든 이 책은 이야기에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소설이라, 네러티브라 함은 개연성이라는 것이 그 중심에 있는 것인데, 어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독자를 빨아들인다면 그 이면에는 분명히 찰떡과 같은 쫀득한 개연성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개연성이란 게 눈꼽만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우선 모리의 등장부터 밑도 끝도 없다. 르브낭이란 것으로 대충 때우려는 게 보였지만 그것으로는 절대로 모리의 존재와 캐릭터를 설명할 수는 없다. 뭐 등장을 넘어가서, 성 감독이 갑작스레 죽기 전까지는 그나마 이야기의 뼈대가 유지되며 흘러가는데 성 감독의 죽음부터 작가는 마지막 상식의 끈을 놓는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정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물들도 평면적이기 그지없는데, 작품 내의 인물들의 개성 혹은 성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심리의 세부적인 묘사에서 나온다. 그 묘사라는 것을 보자면 모리를 대하는 사람들은 죄다 무섭다,가 고작이었고 모리의 심리는 외롭다, 부럽다,가 고작이었다. 깊이가 없는 인물들은 절대로 입체성을 가질 수 없다. 그렇게 모든 인물과 작가의 손가락에 연결된 실은 너무도 선명히 보였기 때문에 아무런 감동도, 공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왜 하필 작가는 ‘죽음’을 소재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명확한 설명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만 그 소재와 주제라는 점에 있어 ‘죽음’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작가는 그냥 소설 한 권 냈다,는 이력을 추가하고 싶었던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의 저급한 모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향수’자체도 썩 좋아하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나의 설명은 특별히 하지 않기로 한다.

한 마디 사족을 덧붙이자면, 적당히 괜찮게 읽었던 소설보다 이렇게 완벽히 엉망인 소설이 기억에 더 남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