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죽음대역배우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동생(지금은 그만 뒀다만)이 추천하며 빌려준 책. 편의상 지인이라고 간단히 쓰기로 하자. 무튼 지인은 이 책에 대해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놓을 수 없어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고 말했었는데 읽어보니 이건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어떤 것이, 내가 좋지 않다고 하여 굳이 나쁘게 말하는 것은 정말로 배려심 없는 형편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냐고 물어오는 지인에게 워낙 읽은 지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대충 대답했다. 그러나 이곳은 내 개인 공간이므로 자유롭게 까보기로 하자.

어쨌든 이 책은 이야기에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소설이라, 네러티브라 함은 개연성이라는 것이 그 중심에 있는 것인데, 어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독자를 빨아들인다면 그 이면에는 분명히 찰떡과 같은 쫀득한 개연성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개연성이란 게 눈꼽만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우선 모리의 등장부터 밑도 끝도 없다. 르브낭이란 것으로 대충 때우려는 게 보였지만 그것으로는 절대로 모리의 존재와 캐릭터를 설명할 수는 없다. 뭐 등장을 넘어가서, 성 감독이 갑작스레 죽기 전까지는 그나마 이야기의 뼈대가 유지되며 흘러가는데 성 감독의 죽음부터 작가는 마지막 상식의 끈을 놓는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정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물들도 평면적이기 그지없는데, 작품 내의 인물들의 개성 혹은 성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심리의 세부적인 묘사에서 나온다. 그 묘사라는 것을 보자면 모리를 대하는 사람들은 죄다 무섭다,가 고작이었고 모리의 심리는 외롭다, 부럽다,가 고작이었다. 깊이가 없는 인물들은 절대로 입체성을 가질 수 없다. 그렇게 모든 인물과 작가의 손가락에 연결된 실은 너무도 선명히 보였기 때문에 아무런 감동도, 공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왜 하필 작가는 ‘죽음’을 소재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명확한 설명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만 그 소재와 주제라는 점에 있어 ‘죽음’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작가는 그냥 소설 한 권 냈다,는 이력을 추가하고 싶었던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의 저급한 모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향수’자체도 썩 좋아하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나의 설명은 특별히 하지 않기로 한다.

한 마디 사족을 덧붙이자면, 적당히 괜찮게 읽었던 소설보다 이렇게 완벽히 엉망인 소설이 기억에 더 남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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