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전업주부 일공일삼 19
키르스텐 보예 지음, 박양규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그림을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손에는 아기를, 한 손에는 진공청소기를 든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못마땅하게 보인다. 아니, 지금 뭐하는 거야? 저거밖에 못하는 거야? 하고 말이다.

책을 몇 장 넘기다 말고, 무릎을 쳤다. 이거야! 이거 뭔가 있는 책이겠는걸!

아빠는 엄마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표정이었다. 짐작건대 아빠는 요리나 청소하는 일을 누워서 식은 죽먹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주부들이 집을 항상 반들반들하게 치워 놓고도, 반짝거리는 집만큼이나 완벽하게 화장한 얼굴이 삼 주일 정도 어디서 푹 쉬다 온 것처럼 쌩쌩해 보이니 말이다. 외출할 때만 화장을 하는 데도 집을 한 번도 완벽하게 번쩍번쩍 치워 놓지 못했던 엄마와는 달리 광고에 나오는 주부들처럼 자기도 여유를 부릴 수 있을 거라고 아빠는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때는 말이다. (23~24쪽)

"권리는 갖고 있는 것만으론 아무런 도움이 안 돼. 권리란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넬레야,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들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해." (58쪽)

이런 구절들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주부들이 위 글을 보면 무릎을 치며 옳다, 할 것 같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중반을 넘어서면서 처음 생각만큼 굉장하다는 느낌은 조금씩 사그러들었다.

엄마와 아빠의 '일반적인' 자리가 바뀐 가정, 엄마의 집안일이 식은 죽 먹기일 거라는 아빠의 생각은 보기좋게 틀렸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다툼과 혼란도 생긴다.
그러나 이 가족은 '일반적'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쉬운 게 있다면, 화자인 딸 넬레의 학교 이야기, 즉 사랑 이야기가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것, 따라서 좀더 자세하게 소개되었으면 좋았을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가 약간 미진한 듯 하다는 것.
그래서 별 다섯 줄 걸 넷을 준다.

아빠는 일하고 엄마는 집에만 있는 걸로 아는 아이들이 요즘도 많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초등생이 쓴 동시가 생각난다.
피땀 흘려 아빠가 번 돈, 엄마의 수다 전화로 다 나간다는 내용이었다.ㅠㅠ

아이들에게, 엄마들에게, 아빠들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집에서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는 그런 무식한 소리는 줄어들지 않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엄마 2005-07-1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렇게 한 일 년 살아봤었는데 그것도 할만해요~(경험자 왈)

난티나무 2005-07-1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그렇죠?
좀 더 나은 세상, 되지 않을까요??? 후후...
지우개님, 우와, 존경합니다, 님과 옆지기분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