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훈아, 사람들이 엄마를 부를 때 뭐라고 부르지?"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은 엄마를 부를 때 '기훈이 엄마!'라고 부른단다."
맞다! 사람들은 엄마를 부를 때, '기훈이 엄마'라고 부른다. 할머니도 엄마를 부를 때 '기훈이 에미'라고 부르고, 아빠도 엄마를 '기훈이 엄마'라고 부른다.
엄마는 생각에 잠겨 있는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말을 했다.
"사람들이 엄마를 그렇게 부를 때마다 엄마는 너무나 행복하단다. 엄마에게는 기훈이가 있구나!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집의 장남 기훈이! 엄마는 그 생각을 할 때면 힘든 일도 속상한 일도 다 잊어버린단다. 기훈이를 우리 집에 보내 주신 하느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 나는 싸기 대장의 형님, 조성자 글, 김병하 그림, 93~94쪽.


나는 '준하 엄마'라고 불려서 행복한가?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는, 정겨운 단어이다. 나처럼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배워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엄마, 아빠를 오묘한 발음으로 부를 적이면, 그 때 느끼는 그 감정이 바로 행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를 부르는 호칭으로서의 '준하 엄마'는 아직 낯설다. 낯설 뿐 아니라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만 존재하는 것같은 느낌도 든다. 내가 내 이름으로 불릴 때에도 나의 존재가 희미하다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아이를 여기서 낳아서인지 그래도 작년까지는 난 내 이름으로 불리거나,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 많아서 '언니'나 '누나'로 불리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봐오던 사람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도시 사람들의 성격 혹은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방금 든다.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도 나에게 '준하 엄마'라 하지 않고 이름을 불렀으니까.

그런데 이사를 오고 나서는 호칭이 바뀌었다.
모두 새로 만난 사람들, 나이 적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나를 '형수님'이라 불렀고, 친하게 지내는 H 언니는 나를 꼭 '준하 엄마'라고 불렀다.
처음에 '형수님'이란 호칭이 너무 낯설어 그냥 누나라고 부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건 또 그 사람들에게 낯설었는지, 아마도 아이가 있는 나에게 누나라고 부르기가 뭣한가 보았다. (그래서 계속 형수님.)
H언니에게는 호칭 이야기가 나올 적마다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다. 그동안 오래 써 와서 입에 익었던 누구 엄마라는 호칭이 잘 고쳐지지 않지만, 아, 이름 불러 달랬지, **씨, 하고 서로 웃을 때가 많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을, 돌아가면 또 많이 듣게 될 호칭, '준하 엄마'.
싫은 건 아니지만, 저 동화 속의 엄마처럼 그렇게 불릴 때마다 행복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내가 아이의 엄마여서 행복한 거랑은 또 다르지 않은가?

딴지 꼬리 : 다른 종교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아이'라는 구절이 의아하지 않을까?

(** 이 카테고리의 공감과 딴지는 순전히 제 기준에 의한 것입니다. 그 기준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으니 그럴 땐 가차없이 공격해 주세요. 제 생각이 옳은 건지 아닌지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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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0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난티나무님이라 부르잖아요^^;;;

난티나무 2005-06-0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만두님^^

해적오리 2005-06-0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칭이라는 거 참 미묘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울 팀의 한 사람은 저에게 대리라고 부르기 싫은지(제가 그사람보다 늦게 회사에 들어왔는데 들어오면서 대리로 들어왔거든요) 저 부를 때 '저기요' 라고 합니다.
남동생과 결혼한 올케는 저와 동갑인데 저에 대한 호칭을 형님과 아가씨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저는 올케라고 부르는 것이 결혼으로 인한 관계속에 사람을 묶는 것 같아 올케 대신 **씨라고 부를려고 하다 울 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지요.
호칭 ... 생각할 꺼리가 많네요.

조선인 2005-06-0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다음까페에서 '마로맘'으로 있었다우. 그러다가 00엄마라는 게 너무 싫어져서 알라딘으로 옮긴 거에요. ㅎㅎㅎ

진주 2005-06-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칭은 정확하게,또 적절하게 불러 주는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와 장소, 모임의 성격에 맞게요.
집에서는 준하 엄마이고, 학교가면 ***학생이고, 일하러 가면 직급에 따라 ***과장님 처럼요..^^알라딘에서는 누가 뭐래도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05-06-0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아, 올케와 동갑이면 정말 호칭을 뭐라고 해야 하나요???
가족간의 호칭도 정말 어렵지만,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같아요. 아니, 더 어렵지 않은가요?
조선인님, 이 글 쓰면서 예전에 제게 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진주님, 그래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또 많단 말이지요...음...
저 닉넴 안 바꿀래요~~~ 저도 난티나무가 좋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