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흥분에 대하여) 


(이렇게 매 장마다 페이퍼 쓰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 3장도 따로 페이퍼를 쓰려고 창을 열었으나 뭐라고 써야 할지 생각은 안 나고 그래서 밑줄긋기 옮겨보고 이렇게 그냥 4장으로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몇 글자 써야지 하고 끄적거려본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섹스에서 '흥분'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니, 그러고 보니 '흥분'과 '욕망'에 대해서 생각은 많이 했다. 앞뒤전후 맥락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로는 부르짖어놓고 정작 내 생각에는 맥락이 적절히 작동하지 않았네???^^;; 무엇보다 인간에게 섹스는 무엇인가, 기혼여성/남성에게 섹스는 무엇인가,가 너무 최우선의 질문이었기에. 뭐 아직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고민들 속에 최근에야 흥분과 욕망이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알긴 뭘 알아. 하. 나는 너무 모르겠다, 아직. 그러니까 개념을 정리하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내 경우로 가져오면, 수많은 상황들이 뒤섞이면서 그만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 그래도 어쩌면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것을 지금 책으로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리는데 이런 상태도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중요한 건, 여성의 욕망뿐 아니라 남성의 욕망에 대해서도 알 만큼은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이성애자 남성이므로. 남성 욕망 탐구 안 하려 했는데. 탐구 말고 그냥... 맥락만 짚어보는 정도로만 하자. 아니, 그런데 저자가 말하지 않나? 여성의 욕망이 왜 탐구되어야 하나? 나는 왜 내 욕망을 알아야 하나???? 욕망을 '제대로' 알면 나는 해방되는가? 무엇으로부터??? 아니다. 저자가 하려는 말은, 여성의 욕망에 대한 설명이 '남성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이다. 요점 파악은 중요하다. 암만. 그러면 여성욕망보다 남성욕망의 역학에 대해 더 탐구하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 띠로리.   그런데... 나는 정말 이성애자일까??? @@ 왠지 도루묵이 생각나네. 책 읽는 거 말짱 도루묵??? 뱅글뱅글 돌아서 제자리에 돌아오는 게 뭐가 있더라. 아무튼 가끔 나는 이렇게 뱅글뱅글 돌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 어딘가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을 때가 있다. 





... 사실, 많은 성 연구자는 성기의 흥분은 섹스 도중에 여성을 부상, 외상,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진화해온 자동적 반응으로 추정한다. <있는 그대로 오라>에서 에밀리 나고스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성기의 반응은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쾌락조차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적 반응일 뿐이다." "

(118~119) - P118

그러나 과학 연구가 섹스를 다시 좋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 성기의 반응이 정말로 결정적인 데이터이자 가장 핵심적 정보인가? 브룩 매그넌티는 <섹스의 신화>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흥분시킨다고 보고하는 것과, 실제로 그들의 몸이 반응하게 만드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힌다. 우리는 "무엇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험 결과는 연구자들에게 상당히 다른 그림을 제시한다." 매그넌티의 견해에 따르면, 어떤 사람의 섹슈얼리티는 그 사람의 생리적, 성기적 반응에 존재하며, 정신, 자아, 인격은 단순히 뒤따라오는 것일 뿐이다. 
비슷하게 - P124

비슷하게 알랭 드 보통은 애액이 흐르는 질과 솟아오른 음경은 "신실함의 명확한 대리인"이라고 썼다. 무엇보다 그것은 자동적이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적인 것은 단순히 하나의 반응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그리고 생리적 반응은 신실함을 지닐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신실할 수 있을 뿐이다. 생리적 흥분은 성적 욕망에 관해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은 흥분에 대해서조차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 P124

우리가 쾌락에 관심이 있고 열정만큼이나 동의에 관심이 있다면, 주관적인 것이야말로 정확히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우리는 가짜 과학주의의 이름으로 여성의 몸이 하는 일을 물신화하기보다, 그 모든 복잡성 속에서 여성이 말하는 바를 우선시해야 한다. - P137

작가, 픽업 아티스트, 크리스천 그레이가 알려주듯 여성은 자신의 몸이 ‘애원‘하고 있다는 진실로부터 단절되어 있거나 진실에 정직하지 못하다. 반면에 비아그라의 설명틀 안에서 남성의 감정은 그의 몸이 말하는 진실로부터 ‘단절될‘ 가능성이 없었다. 반대로 자신의 발기불능에도 불구하고 섹스를 향한 관심에 대한 남성의 주관적 감각은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그이지, 그의 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믿는다. 인격이 육체와 맺는 관계는 여성과 남성에게서 각기 다르다. 남성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여성은 그렇지 않다. - P138

그러나 섹스를 다시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부담은 왜 꼭 여성, 여성의 섹슈얼리티, 즉 우리가 밝혀낸 여성에 대한 진실이 떠안아야 하는가? 왜 여성이, 왜 섹슈얼리티 자체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며 명백하게 집단적인 현상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가? 심지어 그 현상은 남성성의 규범과 밀접하게 얽혀 있지 않은가? - P148

여성에게 자신의 억압된 욕망에 관한 진실을 발견하고, 인지하고, 말하라고 요구하면서 우리는 자기 지식을 억압과 대립시키고 자기-투명성을 어둠과 대립시킨다.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알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강제적으로 다루게 만드는 죄를 짓는 셈이다. 성 연구도 이렇게 엄격한 관점을 적용한다. 과학적 지식이 여성의 힘을 기르고 그들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 섹스, 즉 흥분되고 즐거우며 비강제적인 섹스를 원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지 않아야 한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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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2-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은근히 페이퍼 쓸게 많아 보이더라구요.ㅎㅎ 저는 다 읽고 쓰려다 흐지부지된ㅠ 생각해보니 난티나무님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안보셨을듯ㅋㅋ)영화 닥터스트레인지 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우주정복자가 나오는데
이름이 도루마무예요ㅋㅋㅋ

난티나무 2023-02-13 15:47   좋아요 1 | URL
아 도루마무가 거기 나오는 이름이었군요?! 미미님 글도 봤고^^ 애들이 도루마무도루마무거래를하러왔다 이러고 놀던데 저는 뭔지도 모르면서 따라하고 그랬네요? ㅋㅋㅋ 어쩜 이름을 그렇게? ㅎㅎㅎ
그러나 저는 도루묵 도루마무 하면 안 되는데 말이죠… 흐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