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어딘(김현아) 지음 / 위고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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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행복한 감정에 눈물이 나는 건 그 행복 나도 느끼고 싶다는, 질투를 깔고 앉은, 공감? 갈망?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갖고 있으나 표현되지 못한 것들, 지금은 부족하지만 가질 수 있는 것들(물건 아님 주의) 을 갈망하는 기분이라고 정리해 말할 수도 있겠다.


읽기에 대한 갈증과 쓰기에 대한 조급함은 무지와 편협이라는 벽 앞에서 자주 무뎌진다. '제대로' 읽고 쓴 적이 있던가. 헛된 망상같은 꿈을 꾸는 일은 누구나 한다. 내 희망이 망상이 아니라고 하기엔 목표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노력도 적다. 나는 어쩌면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말들이 끓어올라 더이상 견디기 어려울 때, 기쁨과 슬픔과 분노와 희망과 좌절 등이 차고 또 차서 밖으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을 때 글이 '씌여지'는 것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어디까지 차올랐나. 나는 지나치게 소심하지 않나. 어디까지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는 솔직하게 생각하나 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만을 치우쳐 하면서, 그저 생각의 옳고 그름에 이리저리 잣대를 들이밀면서, 생각하기조차 중도포기해 온 건 아닌가. 오랫동안 골똘히 생각하던 문제를 글로 풀어내는 일을 막연히 미루고 또 미루었던 건 아닌가. 

밤이 무서웠던 열한 살 열두 살의 내가 왜 밤이 무서웠는지에 대해 썼다면, 내 눈에 이상했던 엄마 아빠에 대해 썼다면, 중학교 한 반 친구들 안에서의 소외와 고립감을 썼다면, 막다른 길이라 생각했던 그 끝에 서 있을 때마다 쓰면서 생각하고 찾아보고 또 생각하고 썼다면, 그 때의 나는 좀더 대범해질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나는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을까. 하나마나한 생각을 그래도 해본다. 나이상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어떻게든 의지와 다른 무엇이 되어가는 동안 놓아버렸던 읽기와 쓰기가 이토록 아쉬울 줄을 나는 조금도 몰랐다. 혼자 읽고 쓰는 것보다 누군가들과 함께 읽고 쓰는 것이 엄청난 경험이라는 사실 역시 조금도 몰랐다. 새삼 이 책이 이렇게 나를 마구 흔든다. 흔들림을 따라 글방에 찾아가고 싶다. 그곳이 꼭 어딘글방이 아니어도 좋으리라. 어딘글방에서 많은 다른 글방이 파생되듯이, 지금도 수많은 글방들이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존재하듯이, 또 그리고 또 따뜻하고 날카로운 공동체 글방들이 줄줄 나타나기를. 그 중 어딘가의 글방이 내게도 나타나기를, 오래오래 인연을 이어가며 서로 쓰고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되기를, 어쩌면 나는 벌써 그런 친구들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이젠 더 많은 친구들이 생겼으면, 읽고 쓰는 친구들과 어떤 일이든 신나게 도모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오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첫 부분부터 좋아서 밑줄을 긋다가 어느 순간부터 연필도 플래그도 내버려둔 채 읽기만 한다. 한번 읽고 던져둘 책이 아니라는 걸 읽으면서 느낀다. 갈망이 사그라지려 할 때 언제고 나는 다시 이 책을 손에 들 것이다. 행복을 다시 질투하며 갈망할 것이다. 책 속 이야기들에서 질문을 건져올려 고민할 테고, 무심하게 툭툭 던져놓듯이 쓰여진 문장들을 글감으로 생각하고 써볼 테고, 쓰고 나서 책 속의 사람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고쳐도 볼 테다. 

글은 곧 사람이다. 오늘은 쓰는 사람 읽는 사람 무진장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싶은데 한국책을 파는 동네책방은 너무도 멀고 만나서 책수다를 떨 친구도 멀리 있으니 프랑스책만 가득한 서점일지라도 가야 하겠다. 친구들에게 이 책을 알려야 하겠다. 단톡방에 책도 추천한다. 무수한 '싶다'가 차오른다고 백자평도 썼다. 리뷰도 이렇게 쓴다. (부욱 하고 올라오는 감정들을 마구 쓰느라... 담에 차분하게 다시 쓸 지도.^^;;) 


나는 책표지의 문구처럼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가 되고 싶다. 함께 되고 싶다. 그럴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 <활활발발>의 어느 페이지 작은 한 글자에 나를 슬며시 연결해 둔다. 


"그리고 연결된다, 당신과 나, 이토록 우연히 이토록 찬란히."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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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1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2-01-21 2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정말 좋은 가보군요. 특히 난티님께.... 저도 굉장히 읽고 싶었는 데, 사실 부러워질까봐 빌려읽으려고만 찜해뒀거든요. 읽고 쓰기에 푹 빠지면, 가끔 엄청 조급해질 때 있어요. 그냥 내 욕망에 고꾸라지듯 지칠 때? 그럴 때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건 평생 할 거니까!하고 마음 다잡아요. 좋아하는 걸 평생 몰랐으면 어쩔뻔했어? 이제라도 알기를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 그래도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올라오긴 하지요 ㅜㅜ
하지만... 평생 알라딘을 몰랐을 다른 평행 우주의 저는 여기, 지금의 저를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여기 있는 저는 또 부러움을 동력 삼아 욕심 내려놓고 일단 앞의 책을 읽기!
제 마음먹기가 용기가 되면 좋겠네요. 우리 평생 읽고 쓸거니까. ^^

난티나무 2022-01-22 06:03   좋아요 0 | URL
솔직히… 이 책 감상을 딱 두 글자로만 써야 한다면… “와! 씨!” 가 되겠습니다. 거기에 다섯 글자를 덧붙인다면 “와! 씨! ㅈ나 부럽다!” ㅋㅋㅋ
알라딘의 많은 분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이 부러워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거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도요.
공쟝쟝님은 용기 있는 분!!!! 공쟝쟝님은 이미 나의 부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