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워보여서 기나긴 앞부분(해제/서문들) 모두 건너뛰고 본문을 읽기 시작했다. 판단 착오? 처음엔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만 반복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소리내어 읽었다. 아아, 소리내어 읽으면서도 딴 생각을, 아니 아무 생각없이 소리만 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맙소사, 한 문장 서너 번 반복 읽기. 웃프다. 이 사람은 도대체 뇌 속이 어떻게 생겼길래 이렇게 말할 수 있지, 뇌가 어떻긴 뭐 어때, 다 거기서 거기지, 이런 뻘생각만 하다가, 다른 학자들도, 여기 나오는 보부아르나 이리가레도 다 비슷하게 그랬으리라는,그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려다보아야 하는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 비꼼 아님, 칭찬임. 그러니 읽는 수밖에. 그래도 정말 조금만 쉬웠으면 좋겠네. 


애초에, 그러니까 애초에. 

섹스는 무엇이고 젠더는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어떤 언어로,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의 문제. 니 눈 앞에 있는 그 돌이 진짜 돌이 맞는지 잘 봐봐. 앞에서 보면 돌 같은데 뒤에서 보면 똥일지도 몰라. 아니면 새로 이름 붙여야 할 그 무엇인가가일 수도 있지. 이런 느낌이다. 주디스 버틀러. 아무래도 서문을 읽어야 겠어.ㅠㅠ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지겹다는 눈빛, 진저리난다는 몸짓. (뭘 얼마나 들어봤다고) 페미니즘, 좋다 (치자), 하지만 이상하고 발광하는 미친 페미니스트들은 싫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 니가 뭔데 좋다 싫다를 말해, 이건 니가 좋다고 계속 하고 싫다고 그만할 일이 아니야, 니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하나에 여성들을 욱여넣지 마! 생각하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고 뒤바뀌는 기준들 중 어느 것에 맞추어 대답을 하고 행동을 할지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고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도저도 아닌 것은 무엇인가. 이런 실존의 고민이 질병 앞에서도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정치, 정체성, 연합, 범주... 이런 단어들에 대한 생각, 두서없이 깊어지는. 깊어져봐야 난 고개만 들면 수면이야. 물이 너무 깊어 나는 도대체가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네.@@


85~114페이지 읽고(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ㅎㅎ) 두루뭉술 어렴풋 뜬구름 잡고 있는. 허우적. 아이고 머리야. 서문 읽어, 서문! 


아 그러고 보니 어젠가 언제 Vita님 올리신 인용구 중 안티고네, 이야기 정말 하나도 모르는데 ㅠㅠ 얼마 전 작은넘이 학교에서 읽고 있다며 나더러 읽으라고 한 책이 바로 그 안티고네였어. 장 아누이 희곡인데 모조리 다 죽는 비극이라고, 무슨 내용이냐 읊어라 했더니 읽어보라고. 아직 안 읽음. 그 안티고네가 앞부분 옮긴이 해제에 나온다. 알라딘 검색하니 주디스 버틀러가 안티고네 책도 썼네. 어떤 이야기인지 이참에 자세히 알아야 겠다는. 내내 책상에 얹혀있는 책 Antigone 도 슬며시 앞으로 끌어와본다. 흑. 읽을 책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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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3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긴긴 서문 싫지만 어떤 서문은 전체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잘 정리하기도 해서 읽음 도움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후덜덜) 겁나지만 궁금하네요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7-04 04:14   좋아요 2 | URL
맞아요 미미님! 서문 읽는 중.^^
서문 읽으니 어렴풋,이 좀 덜 어렴풋해지네요.ㅎㅎㅎ

수이 2021-07-04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제 괜찮아요 언니 해제도 읽어보세요. 전 이제 서문 들어가는중.

난티나무 2021-07-04 21:34   좋아요 0 | URL
넵 초판 서문 읽고 개정판 서문 읽는 중, 담에 해제 읽으려고요.^^

공쟝쟝 2021-07-05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너뛰고 본분 안돼여….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7-06 00:11   좋아요 0 | URL
다시 돌아가서 다 읽었어요.ㅋㅋㅋㅋㅋ 그래도 오리무중~ 에헤라디여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