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안텀 블루
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투명한 빛깔의 종이가 책을 감싸고 있다. 불투명한 종이, 종이라고 부르기도 모하고 비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모호한 그런 종이가 아련한 느낌으로 쌓여있다. 아마 저 불투명함 때문일 것이다. 속이 보일듯 보이지 않는 저 불투명함이 책을 펴보기도 전에 아련하게 만든다. 저 푸른 잎의 정체도 나는 몰랐기에 더욱 애매모호함으로 시작된 책이다. 책을 몇 페이지 넘기고 나서야 책을 감싸고 있는 저 싱싱한 잎들이 아디안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사키 요시오의 책은 하나 읽어보았다. 파일럿 피쉬. 이 작가의 두 번째 책 역시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제목으로 내용을 상상할 수 없게 한다. 짐작도 할 수 없기에 책 앞에 나는 무방비다. 파일럿 피쉬에서는 겨우 울음을 참아내었었다.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꼭 쥐고는 떨리는 입가로 행복한 웃음을 지었었다. 아프고 아렸던 기억들도 모두 소중한 것이었다고 말해주던 야마자키의 손길에서 나는 겨우 울음을 참아냈다.

 

겨우 참아낸 울음을 석달이 지난 지금, 이 책에서 쏟아내야했다. 이 책의 중반부부터 이를 악물어도 주먹을 쥐여봐도 눈에서 먼저 후두둑 떨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울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었던 이유는 몸만 껑충하게 자란 아이어른인 내가 위로받고 속 시원히 울고 싶었기 때문이다. 몸만 껑충자라서 마음과 몸의 조각이 딱 들어맞지 않은 그 공간으로 바람이 불어들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나는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요시오작가의 책에는 애써 나를 위로 하지 않는데도 위로를 받게 된다. 마치 힘들었던 내게 수 많은 위로의 말보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손길에 울게 되고 위로받는 것처럼 그의 소설은 내게 따스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다. 이 책에서 내가 받은 위로는 파일럿 피쉬보다 더 따스했으며 더 강렬했다.

 

<아디안텀 블루>에는 파일럿 피쉬에 나온 야마자키가 나온다. 그는 10년은 젊어졌으며 여전히 발기하게 만드는 애로잡지 편집장이다. 하지만 그는 파일럿 피쉬의 야마자키를 알지 못한다. 10년이나 젊은 그는 파일럿 피쉬의 자신과 이름이 같은 그와는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다. 서로 다름에도 따스한 마음을 닮았으며, 유약한 방향치라는 것도 닮은 채로 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책의 중반부터 울었기에 책에서 놓친 것이 있을까 좋은 부분을 적어둔 페이지의 글들을 노트에 옮겨 적는 방법을 먼저하였다. 궁금증이 나는 부분, 좋았던 부분들을 옮겨 적으며 책에서 나오는 어느 부분하나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과 어긋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잘 맞춰진 조각이다. 같은 모양의 퍼즐조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모얌임에도 <아디안텀 블루>라는 책에 딱 들어맞는다.  작가가 이 책의 어느 한 구절, 한 글자에도 정성을 들여서 책에 모두 필요한 부분으로 만들어 낸 것 같다. 한조각도 없으면 완성되지 못하는 책으로.  마치 우리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잊혀진 사람들, 잊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기억과 추억들이 우리 몸에 딱 맞아 어느 조각하나 버릴 것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디안텀의 잎을 하트 모양으로 보는 이도 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이 식물을 찾아서 봤을 때 이 잎은 천사의 날개로 보였다. 요코의 등에 달려있을 아름다운 날개. 그녀의 날개는 분명 하얀 것이 아닌 초록 아디안텀의 잎을 닮았을 것이다. 그녀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화분이었으므로. 요코는 책의 주인공 야마자키의 여자친구였다. 서로 몸과 마음을 붙이고 있어도 틈이 있는 것 같아 그 틈을 생각할 때면 요코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행복한 야마자키는 그녀를 온전히 사랑했다. 그녀가 떠나고 아디안텀 화분만이 남았다. 그는 아디안텀 화분을 살리기 위해 물을 매일 분무기로 뿌리고 영양제를 주고 그늘을 만들어준다.

 

왜 그녀는 아디안텀을 사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르기 힘든 아디안텀. 저 싱싱한 초록의 잎을 가지고 있음에도 저 화분은 빛을 좋아하지만 강한 빛에 약하다. 그늘 속에서 저토록 빛을 닮은 색을 내는 것이다. 그늘은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습한 곳은 안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디안텀은 스스로 자신이 살 곳에 적응을 한다고 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아디안텀 블루'이다. 힘들고 아픈 시간을 겪어내고 우울함을 이겨낸 아디안텀만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잔인해보이지만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이 아디안텀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아마 요코는 그래서 이 화분을 좋아했을 것이다.  강인함,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살려고 애쓰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는 아디안텀을 사랑했으며 그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물웅덩이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자신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물웅덩이에 비친 세상처럼 보인다는 여자가 있다. 뿌옇게 세상을 보는 자신의 삶에서 실상에 가까운 남자를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요코.

 

언제 사랑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사랑에 빠져버린 남자가 있다. 그녀를 위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 남자가 있다. 그녀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몸을 이루는 퍼즐들이 모두 산산조각 나버려 백화점 옥상에 와서 담배만 피는 남자가 있다. 그녀가 두고간 화분을 열심히 기르는 남자가 살기 위해 수족관을 산다. 뿌연 물이 투명해지면 그의 상처도 투명해지리라 믿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야마자키 류지.

 

남편이 죽었음에도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는 여자가 있다. 평온한 삶을 살다가 남편이 죽는 사고로 삶이 통째로 흔들려버린 여자가 있다. 자신의 집으로 오는 방향과 반대편 전철로 뛰어든 남편을, 남편과 같은 날 자살한 자신의 친구를 용서할 수 없는 여자가 있다. 남편의 죽음으로 세상과 동 떨어져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백화점에 오면 자신도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갖는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히로미.

 

책은 야마자키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야마자키의 담배연기가 눈에 보이는 듯 했고, 아디안텀 화분에 분무기를 뿌리며 살아달라고 외치고픈 야마자키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야마자키는 울부짖지 않았다. 힘들어도 도와달라고 외치지 않았다. 혼자서 속으로 울부짖고 속으로 울고는 했다. 그의 그런면으로 인해 책은 극히 감정이 제한되어있지만 그렇기에 그 제한된 감정을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했다. 다행이었다. 야마자키를 대신해서, 요코를 대신해서 울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고, 독자인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을 주어서 고마웠다. 그들의 아픔의 무게가 내 눈물로 인해 줄어들리가 없겠지만 그거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이기적이게도 내 마음의 짐만 덜어졌다.  그들의 아픔은 고스란히 남은채.

 

요코와 야마자키, 그리고 히로미를 통해  상실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정말 소중했던 사람이 사라진 것은 어떤 아픔일까. 그건 이별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이별을 했어도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 그 때 나를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같은 하늘아래 그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별이라면 견딜 방법을 몰랐을 것이다. 아마 야마자키보다 훨씬 더 무너졌을 것이다. 야마자키는 그것을 견디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아디안텀 블루를 이겨낸 아디안텀이 되기 위해, 자신안에 살고 있는 요코를 죽이지 않기 위해 그는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의 냄새가 물씬 나는 책을 만나 마음의 아픔이나 힘듬을 덜어내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아디안텀 블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디안텀 블루에서 도망치고자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아픔이나 고난을 고스란히 이겨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아픔을 작가는 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것처럼 그런 아픔들이 그 사람을 더 성장하게 만들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하나 쓸모없는 기억이나 시간은 없다는 것을 그는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이렇기에 오사키 요시오가 좋다. 내가 힘들어 하는 이 시간도 사실은 지금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열심히 살아가게 만들어준다. 이것이 그가 바라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의 시작에 만난 이 책, 참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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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임정진 글, 원유미 외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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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쁜 책 포장이 가슴을 들뜨게 하였다. 책을 본 순간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값지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책은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다. 작년부터 마시멜로이야기의 열풍은 굉장했다. 마시멜로이야기는 자기계발서이다. 성공하고 싶은 어른을 위한 지침서였다고 보면 된다. 자기계발서를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하나로 압축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이다. 자기개발서의 내용을 보면 이제부터라는 마음보다는 왜 좀 더 일찍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했을까라는 자책이 강해진다.

 

삶을 헤쳐나가는 자세는 스스로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도움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주고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도록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일것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을 수 있는 책은 함께 읽고 이야기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게 합격점 이상을 주고 싶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예쁜 포장과 디자인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경험해볼 수 있도록 다이어리까지 넣어져있더군요. 디자인이 예뻐서 남자아이들은 살짝 건네줄 때 멈칫하던 걸 빼면 전체적인 책 디자인과 내용은 괜찮았답니다.)

 

#제가 읽고 나서.

 

-쉽고 재밌고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힘을, 실천의 힘을 믿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우선 책장이 술술 넘어갈 만큼 쉽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혀져있어 마시멜로가 쏟아져내릴 것같은 표지는 책을 먹고 싶은 마음을 만들었고 알록달록한 종이들과 만화는 재미를 더한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였다. 부모님이 읽어도 내가 읽어도 실천해볼 만한 내용이였다.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행하는 자세는 일관된 것이다. 스스로를 절제하며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어른이건 아이이건 모두의 삶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이다.그렇기에 아이의 책이라고 읽지 않고 아이에게만 책을 읽히는 부모님께서 계시다면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권하면서 나는 아이와 부모님의 시간을 갖게 하기 위해 자신이 참아내야 할 마시멜로와 부모님이 참아내야 할 마시멜로에 관해 이야기해오라고 말하였다. 아이들은 그 시간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해 참아내야 할 마시멜로를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그 시간을 아이들은 흥분에 들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책을 사주시는 부모님보다는 책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부모님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각을 들어줄 부모님을 말이다. 부모님과 아이가 마시멜로를 서로 절충하며 어느 것은 집어넣기도 하고 빼는 것을 가져온 종이를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며 나도 엄마가 된다면 아이의 생각을 잘 들어주는 제니퍼 아빠같은 부모가 되자고 마음 먹어본다.

 

 

 

#아이들이 읽고 나서.

 

-여름방학 때 한 기관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다시 그곳을 찾았다. 집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지 않기에 교실에서 함께 읽었다. 초등학교 4~중학교 1학년까지 각각 한명씩 읽혔는데 아이들의 책에 대한 집중력은 굉장히 높았다. 대체로 1시간이 되지 않아 다 읽었으며 초등학교 4학년만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 2~3개정도 물어보았으니 책은 아이들의 시선에 맞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여자아이가 확실히 책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 책 겉표지의 분홍은 남자아이들에게는 멈칫하게 하는 거부감이 살짝 있는 것 같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모두 책을 읽고 나서는 재밌다는 반응이 였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말을 하나씩 찾으라고 했을 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가 세개로 많았다. 이 부분에서 놀라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역시 아는 것과 실천의 차이에서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뒤에서 나오는 개구리 이야기처럼 안다고 다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스스로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이다. 가장 재밌게 봤던 부분은 부자를 만드는 초록 마시멜로였다. 아이들 역시 용돈이 올라도 용돈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한달 용돈이 일주일이 되지 않아 바닥이 드러난다며 자신들도 학교에서 알뜰시장같은 바자회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제관념은 어릴 때부터 심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이어리를 상품으로 걸고 자신의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해 참아내야 할 마시멜로와 목표를 위해 쓰더라도 먹어야 할 것에 대해 적어오고 나한테 이야기 해주기로 했다. 아이들의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 토론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아이들이 적어온 참아내야 할 마시멜로는 거의 비슷했다. 컴퓨터는 남자아이들에게는 모두 들어있었고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노는 것과 숙제를 하지 않는 것이 두번째 세번째로 많았다.

 

맛이 쓰더라도 참고 먹어야 할 마시멜로에서 나를 놀라게 할만한 것을 적어온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중1남자아이였는데 자신은 왜 공부를 하고, 왜 놀기만 하면 안되는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했다. 엄마가 시키니까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한다고 하며 꿈은 그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그 아이가 참고 먹어야 할 마시멜로는 꿈을 찾는 것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하루에 10분이상 고민해보기로 했다고 적혀있다.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는 꿈을 찾기 위해 노력도 하고 우선 꿈이 정해지지 않은 이상 꿈이 정해졌을 때 자신의 공부로 인해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나를 두번 놀라게했다. 내가 이 아이에게 다이어리를 주자 아이는 손사레 치며 동생들을 주라고 하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중1 남자아이가 갖고 다니기에는 어린이라는 말이 맘에 걸려 이 아이에게는 팬시점에 가서 다이어리를 따로 사다주었다. 그 다이어리에 그 아이가 참아내야 할 마시멜로와 참고 먹어야 할 마시멜로를 적어넣게 했다. 아이도 나도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마주보았다.

 

마시멜로 다이어리는 6학년 여자아이에게로 넘어갔다. 아이의 꿈은 애니메이션 작가가 꿈이라고 했다. 자신의 그림을 보고 친구들이 웃어주는 것이 너무 좋다며 방긋 웃는 아이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자신의 그림을 아이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활발한 성격으로 변해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을 거라며 아이가 다이어리에 자신만의 예쁜 그림을 그려넣는 것을 보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희 같이 예쁜 마음만 가득한 세상이면 참 좋겠다고 속으로 이야기하며.

 

#마치면서

 

-책을 읽고, 또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이야기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 하나는 아이들은 답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주입식 답의 대부분이 아이들이 말하는 답이기도 하다. 성공할려면 공부도, 시간도,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왜"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공부를 왜 하는지도 모르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원성은 높았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답을 요구할 때 아이가 말하게 끔 유도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아이가 답을 찾을 시간을 말이다. 그러자 아이는 긴 시간동안 고민하고는 스스로 답을 한다. 나를 놀라게 할 만한 답을 말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주는 것. 이것은 모든 아이들의 바람이다.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아직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마음대로 아이를 해석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이 자신의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기에 자신은 엄마 맘대로해 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을 참고 기다리는 부모님이다. 부모님의 어린시절에 어른들은 내 생각을 들으려 하지도 않아라고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우리는 조금 지루하더라도 아이의 생각할 시간을 기다려주어야한다. 그렇다면 아이는 아마 최고의 답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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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의 경제학 - 삶을 바꾸는 작은돈의 기적
장순욱 지음 / 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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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푼돈이란 무엇일까? 내게 있어 푼돈이란 얼마부터 일까? 천원짜리와 동전들이 내게는 푼돈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요금이 나오는 거리는 자연스레 택시를 타게 될 때가 많았고, 잔돈을 저금통에 모아야한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천원짜리가 모이고 모여 나가다보니 그것만 만원이 훌쩍 넘을 때가 있다. 무슨 물건을 산 것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다. 택시비 2000원, 타은행에서 계좌이체 수수료 1600원, 커피한잔 2500원, 커피마시며 친구 것도 한잔 사주면 2500원이 더 나간다. 집에서 외출한지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만원이 후다닥이다. 가끔은 집으로 들어갈 시간에 차비를 내려고 지갑을 열면 아침에 들고 나온 몇만원이 몇천원으로 둔갑하는 일에 화들짝 놀라며 내 손으 바라본다. 그러나 손에는 쇼핑백 하나 없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는데 돈이 없을 때는 정말 버스타고 가는 내내 자책하게 된다. 어디에 돈을 썼길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푼돈은 술술 내 지갑을 빠져나갔다.

 

푼돈의 소중함도 모르는 내게 책은 푼돈이 가진 힘을 알려주었다.  책은 푼돈을 모아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여주기 보다는 성공한 사람들의 푼돈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푼돈을 푼돈으로 보지않고 돈은 모두 같은 돈이라고 보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자세는 10원을 쓸 때도 큰 돈을 쓰는 것처럼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분들이 돈이 아까워서, 돈에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분들은 10원은 아끼면서도 몇억씩 장학금을 서슴없이 내놓기도 한다. 이런 분들이 10원에도 덜덜 떨며 찬방에서 잠을 자고 하루에 두끼를 먹는 이유는 돈의 소중함을, 부족할 때 받는 마음의 평온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예전에 내가 부자들을 보며 했던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해."라는 말을 많이 했던 나는 이제서야 그 분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부자여서 돈을 소중히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소중히 했기에 부자가 된 것을 이제야 긍정하게 된다.

 

푼돈이 모이고 모여 큰 돈이 된다. 그 사실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은 왜일까? 한달 월급을 받았을 때 그 돈은 분명 목돈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돈들은 푼돈으로 변해버린다. 월급은 인상되도 돈이 부족한 것은 똑같았다. 그것은 월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돈을 쓰는 습관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보면서 그동안 나의 소비 습관을 들여다보았다. 정리된 가계부를 보니 나는 돈을 흘리고 다녔다고 해도 될 정도다. 가계부를 쓰면서도 이렇게 돈을 계획성없이 썼다는 사실에 본인 스스로 놀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따끔한 회초리였다. 이제는 푼돈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 대한 정립을 새로이 해봐야겠다.

 

#푼돈은 푼돈이 아니다?!

 

-푼돈은 푼푼히 써서 버리는 돈이 아니었다. 푼돈을 푼돈으로만 보는 생각만 바꾼다면 푼돈은 모여서 큰돈으로 다가온다.  돈을 모은다는 것에 그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에 우리는 푼돈을 모으지 않고 써버린다. 하지만 하루에 커피값 3000원만 모으면 한달이면 90000이 된다. 이 돈이면 집에서 커피메이커와 질 좋은 원두커피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푼돈을 모아서 큰 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본다면 그 신기한 경험에 놀랐을 것이다. 나는 푼돈을 모아서 목돈으로 만들어본 경험은 별로 없다. 지갑 속에 잔돈은 항상 내것이 아닌양 쓰기를 했고 푼돈을 모아서 생각하기 보다는 순간의 푼돈만 생각했기에 그리 큰 돈인 줄 몰랐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저금통을 샀다. 우선 밖에서 먹는 커피와 택시비를 줄이고 그 돈을 저금통에 넣어두었다. 이번 겨울이면 나도 자전거를 살 수 있을거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푼돈을 푼돈으로 보지 않을 때 돈을 모을 수 있다. 밑바닥이 촘촘히 푼돈으로 쌓여져야 그 위에 쌓은 돈들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푼돈을 아끼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푼돈을 아끼는 생활습관 10가지
1. 확실한 투자는 담배 끊기
2. 오늘의 커피 한잔이 내일의 빚
3. 은행수수료를 하찮게 여기지 말라
4. 실컷 군것질하고 돈 들여 살 빼지 말라
5. 푼돈 먹는 하마 휴대폰을 잡아라
6. 뚜벅이와 친구하면 교통비가 준다
7. 디지털 푼돈을 빗장수비하라
8. 끊지 못한다면 현명하게라도 먹어라
9. 점심,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자?
10. 잔돈을 관리 못하면 목돈도 관리 못한다

 

-푼돈을 아낄려고 해도 아낄게 없다는 사람이 있다. 나역시 그랬다. 내가 뭘그리 풍족하게 쓰냐는 반문을 하며 나도 그리 넉넉하게 쓰는 편이 아닌데 여기서 무엇을 더 아끼냐고 말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자신의 소비습관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푼돈을 아끼지 않았기에  넉넉하게 쓰지 않는데도 돈은 항상 부족햇던 것이다. 책에서 나온 푼돈을 아끼는 10가지에서 내가 해당하는 것만 7가지다. 그 7가지만 줄이면 한달에 줄일 수 있는 돈이 10만원을 윗돈다. 이제부터 그 돈을 줄여나가야겠다. 투명한 저금통에 돈이 차오르는 것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가슴을 뛰게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하다.

 

 

**마치면서,

책은 내 소비습관과 저축습관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많이 깨닫고 많이 배웠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각각의 장을 나누었는데 기준이 모호한 것 같아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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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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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사이 읽었던 책 중에서 표지가 가장 이뻤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겉표지와 속의 표지가 다른 것도 아주 맘에 든다. 짙은 파랑색 표지에 빛나는 깃털 하나. 사신도 신이라는 것을 나타내려는 것일까? 천사에게는 깃털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책 표지에 왜 깃털이 있는 것이지 하고 의문을 가져보았다. 표지를 한참이나 들여다본 후에야 아! 사신도 신이지라고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사신도 신이다. 하지만 사신은 적어도 나에게는 부정적 의미지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의 사신은 저승사자라고 볼 수 있는데 저승사자를 떠올리면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서 지금도 팔에 소름이 돋는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저승사자. 그들이 빼앗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무엇을 내게서 빼앗아 갔다는 말일까? 치바를 만나고서 사신은 어쩌면 우리의 죽음을 마지막까지 함께 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니 사신도 그리 차갑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내 죽음에 '가'라는 판정을 내린다하더라도 말이다.

 

 치바. 죽음을 결정내려주는 신. 사신이다. 많은 사신 중에 이 책은 '치바'의 이야기이다. 사신의 이름은 거리나 도시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 어느 도시의 이름인듯한 치바. 임무를 맡을 때마다 곧 죽음에 놓인 사람에게 접근하기 쉽도록 모습을 바꾸지만 이름만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치바는 사신이므로 잠을 자지도 않으며 음식의 맛도 모르고 감정이라는 것에 무감각하다. 하지만 치바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만을 좋아한다고 표현해야 겠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 일하러 인간세상에 올 때마다 음악을 들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이가 감정에 무감각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혹시나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애써 모든 감정을 음악에 쏟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사신들 대부분이 음악을 좋아한다니 음반매장에 가면 자연스레 오랜시간 있는 이에게 눈이 갈지도 모르겠다.

 

 치바와의 여섯가지 죽음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치바와 한가지씩 죽음을 결정하면서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특이하거나 몽환적인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그 드라마와 이 책의 이야기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의 각각의 이야기는 지루할 틈없이 비슷함이라고는 치바가 등장하는 것 말고는 없을만큼 새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때로는 하드보일드로, 혹은 추리소설로, 로맨스까지 가세하기도 하며 잔잔한 감동이 들어간 이야기까지 같은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각각의 이야기들은 다른 빛깔을 띠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이 같은데도 다양한 빛깔을 띤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내게 책의 마지막 이야기는 답을 말해주었다. 무지개는 7가지 색이면서도 하나로 합쳐진다. 전혀 어색함없이 서로가 서로의 색에 스며들어 하나로 보이게 해준다. 치바의 6가지 이야기도 하나로 합쳐지니 어색함이 없다. 사신의 이야기를 무지개로 비교하는 것이 아이러니 일지라도 죽음이 굳이 검은색이나 우울한 회색 혹은 비내리는 날씨와 같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치바가 일할 때마다 비가 오지만 치바가 하루도 맑은 날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소망하나가 생긴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책의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내일 죽는다 해도 당신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 내일 죽는다면 혹은 내게 치바가 와서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가? 그 일주일동안 내가 혹은  하루만의 시간동안 내가 무엇을 할 수있기에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치바가 담당하는 죽을 사람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생각에 한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길게 들이마셔야했다. 치바의 말대로 태어날 때 무섭거나 아픈 기억이 없듯이 죽음도 그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죽음은 무섭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인지 혹은 드라마에서 본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대화가 기억난다. 너가 한달뒤에 죽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고민도 하지 않고 나온 다른 상대방의 대답. 그냥 죽어버릴거라고. 왜냐는 말에 죽음을 기다리며 벌벌 떠느니 행복하게 내가 죽겠다고. 그럴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죽음의 시간이 정해졌다고 미리 죽겠다니 겁많은 내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나는 내내 방구석에 틀어박혀 울다가 주위를 우울이 가득한 풍경으로 만든 후에 죽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죽을때까지 주위를 걱정시키면서 말이다. 그런 생각이 가득한 내게 치바는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방법은 내게 있다고 말해준다. 내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것이 인생이 달라지는 기회라고. 살면서 알아가는 진리 중 하나는 정작 중요한 열쇠는 모두 내게 있다는 것이다. 그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죽음은 산다는 것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어쩌면 삶의 반대말도 죽음의 반대말도 없는 것이 아닐까? 죽음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삶과 죽음은 같은 말이라고 생각이 든다. 제대로 살기 위해 제대로 죽기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죽는다는 말은 슬프지만 죽음앞에서 초연해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럴 수 있도록 삶을 사랑하고 싶다. 삶을 사랑하는 만큼 내가 죽을때도 사랑스럽게 맞이하고 싶다. 그럴러면 치바가 나타나더라도 안절부절 하지 않도록 내게 주어진 삶은 제대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관한 책은 이상하리만치 삶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치바에게 부탁할 것은  제발 맨 손으로 나를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죽을 운명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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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을까.

 

요즘 들어 남들 사는 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나를 본다. 친구가 어디에 취직을 했다는 소식에, 엄마의 친구는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에, 친구의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남자가 참 잘났다는 소식에 귀를 쫑긋거린다. 칭찬을 하기 위해 몰래 입에 침을 한껏 바르고는 축하한다고 한다.

 

남이 잘되는 것은 원래 이리 배가 아픈 것인지, 예전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칭찬 할일이 생기면 다른 감정없이 칭찬만 했었다. 아니 솔직히 부러움은 있었지만 그런 일로 배가 아플지경까지는 가지 않았다. 내 삶에 방향을, 가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되는 갈대가 되고 부터는 잘 살아가고 있는 지인들을 보면 괜시리 배가 아파지고 울적해진다. 이런 내가 싫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러지 않을려고 하면서도 남들과 비교하는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마음으로 가득한 날, 서점에 들어가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제목이 맘에 들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냐고, 못 살고 있는 나도 좀 챙기라고 내가 아닌 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책을 들고 나와 그늘이 진 곳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며 코를 킁킁거린다. 이 흙 냄새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나는 것인가, 아니면 책에서 나는 것인가, 설마 하는 마음에 책을 다시 읽는다. 흙 냄새가 난다. 책 속에서 나는 흙 냄새가 책 밖에서도 느껴진다.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전우익 선생님의 편지에는 흙 냄새가 난다. 이 분은 천상 농부시다. 그래서 아마 이분은 내가 선생님이라고 칭하는 것도 손사레 치며 싫어하실 것이다. 그저 자신은 농부라고, 자신의 글이 왜 책이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자신이 누구를 가르치길래 선생님이냐고 말하시며 그리 부르지 말라고 하실 것이다.

 

전우익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 분은 흙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흙은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나눠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퍼주고 다 퍼주고 싶은 마음으로 나무를 길러내고 농작물들을 길러낸다. 필요한 거 이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전우익 선생님이 그렇다. 밭에서 자란 것들, 과일들, 손수 나무를 깍아 만든 조각들을 들고 지인이 사시는 곳을 찾아가 별거 아니라며 주고 오신다. 흙을 만지며 사시는 것을 좋아하시고, 나무를 보면 가서 안아주고 싶으시다는 전우익 선생님의 얼굴과 손에는 주름이 깊게  파여있다.

 

주름이 잘 어울려 더욱 인자해 보이고 강인해 보이기도 하는 전우익선생님이지만 이 분의 글을 읽어보면 그 주름들 하나마다 걱정과 고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점점 더 사회와 고립되어 가는 농촌 현실을 걱정하시고, 더 많이 원하는 현대인들을 안타까워하시고 삶이라는 것에 대한 자아성찰를 하시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고 계시는 전우익선생님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땅을 일구며, 도라지와 산수유를 키우며 삶의 이치를 깨달아 가시는 모습은 내게 인상적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전우익선생님의 편지에는 신영복님과 노신이 자주 등장한다. 신영복님의 사색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고, 노신의 <아Q장전>을 이야기 할 때는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노신의 생애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가을 했다. 노신에 대한 것도, 신영복님의 대한 것도 거의 모르지만 이 두 분을 존경하는 전우익선생님의 맘을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으로 전우익선생님이 좋아진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책을 읽으면서 스승이라 여기는 사람을 만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손길이 분주해진다. 전우익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그랬다. 분주해지는 손을 잡고 숨을 크게 들이시며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을 담지 말자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이리 좋은 글을 보고 또 보며 되새김질하면 된다고 그러다 보면 삶에 대해 나도 '덜'이란 단어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덜 먹고, 덜 입고, 덜 바라고, 넘치는 세상에서 내 한몸이라도 부족함이 남는 삶을 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이런 마음이라면 앞서 나간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시기했던 친구에게 마음 다해 축하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며 그들의 삶도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마음의 풍요도 함께 하길 바란다고 편지를 담아 선물 할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삶보다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제대로 산다는 것, 잘 사는 것의 기준은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기준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깍고, 갈고, 다듬고, 매만지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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