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백 - 소유할 수 없는 자유에 관한 아홉 가지 이야기
바히이 나크자바니 지음, 이명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은 얼마나 필요한가?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가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런 질문은 나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술술 읽히는 책도 있으며, 술술 읽혔지만 읽고 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책도 있었다. 또한 읽는 내내 한 문장, 한 단어, 한 글자를 꼼꼼히 읽게 만드는 책을 만나 긴 시간을 읽어야 했던 책도 있다. 이 책 <새들백>이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집중하고 나면 다음 페이지를 읽기까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생각을 정리해야 했고 노트를 옆에 두고 시험공부를 하는 것처럼 끄적이기도 했으며 놓친 것이 없나를 확인하기 위해 앞부분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고 우물 속 물의 찰랑거리는 소리가 가슴 가득 차올라온다. 그 느낌은 내 몸을 떠나 하늘로 자유로이 올라갔다.

 

오랜만이다. 책을 꼭꼭 씹어 먹으며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 읽기를 한 것은. 아니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꼭꼭 씹었음에도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내려가는 일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처음이다. 내 이가 부실한 탓이라는 생각만 든다. 책에 나오는 순례자처럼 이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것도 아닌데도 내 이로 씹어서 속으로 삼킨 책의 내용은 꼭꼭 씹히지 못해  어느 것은 덩어리로 내려갔고 어느 것은 반만 씹힌채 삼켜버린 것도 있는 것 같다. 책을 제대로 먹지 못한 안타까움에도 내 배는 불러있다. 이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다. <새들백>은 얕은 지식의 내게는 어렵기도 했지만 독특한 구성은 끝까지 내게 책을 읽히기에 충분했으며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새들백 속에 들어있는 것은 내게 읽은 것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새들백이 무엇인지 나는 책을 통해 알았다. 새들백은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다. 주로 사막에서 여행을 할 때 어깨나 낙타의 등에 올려 짐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쓰는 가방이다. 그럼 이 가방이 왜 제목으로 정해졌을까란 내 의문은 책을 읽어가며 풀려나갔다. 새들백을 통해 이어지는 9명의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시작점도 마침점도 새들백이다.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 책이 우리에게 종교적 근원을 통해각각의 인물들이 인생의 전화점이 될 새들백을 던져놓으면서 도를 구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읽는 내내 그 물음을 머리 속에 넣었음에도 도를 찾지는 못했다. 아! 찾기는 찾았는데 제대로 찾았는지와 그 깊은 속뜻을 모른다고 해야하겠다. 처음에는 찾지 못했으니 두고 읽으며 찾으면 된다는 생각에 두번째 이 책을 읽을 때는 얼마만큼 베일을 벗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겹씩 베일을 벗기는 묘미가 있는 책이 바로 <새들백>이다.

 

#24시간 동안 일어난 9개의 사건들, 단서는 새들백.

-하나의 존재를 만났다는 이유로 인해 9명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막에서 새들백이 도난 당하고 24시간동안 누군가는 죽었으며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이 정도만 한다면 이것은 추리소설이 될 것이다. 실은 나도 추리소설이란 느낌으로 책을 쫓아가며 흥미를 느꼈고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책이 추리소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죽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죽었다는 것과 나머지 살아난 사람들도 전과는 다르게 영혼이 충만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으며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영혼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하나 더해지며 책은 9명의 이야기를 통해 이것의 비밀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다.

 

하나의 소재로 9가지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헛점없이 서로 잘 이어져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한 그것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고 같은 결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가 기울였을 노력과 놀라운 상상력과 구성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예전에 봤던 영화 <PM11:14> 에서 그 시간에 딱 맞추어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구성에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것보다 더 잘 맞추어져 있다. 조각으로 봤을 때는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조각들이 신기하게도 작가 바히이 나크자바니의 손에서 마술처럼 맞아떨어졌다.

 

#9명의 사람들, 그 속에서 나를 보다.

-책의 배경은 19세기 중반 메카와 메디나사이의 사막길이다. 그곳을 지나치는, 혹은 그곳에서 머문 9명의 이야기이다.  도둑도 있었고 그 도둑의 두목, 사기꾼, 갑부의 딸로 환상을 보는 신부, 그 신부의 노예, 그 노예를 사랑한 성직자, 순례자, 거짓 탁발승까지 이  9명은 직업도 다르고 태어난 나라도 다르고 종교도 달랐다. 그런 그들에게 새들백은 같은 영향을 주었다. 그 강도가 크거나, 혹은 작거나 했을 뿐이지.

 

그 아홉명을 보며 내 모습을 보는 건 인간의 근본은 모두 같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의 삶과 닮은 점을 보기도 한다. 특히나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해 회의를 느끼는 순례자의 이야기와 부를 쫓는 두목의 이야기, 생을 살면서 여러 삶을 살다가 결국은 인간으로 죽을 수 있어 행복했던 환전상이야기는 내가 갖고 있던 삶의 불안을 어느 정도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대는 살아있는 증거요."라는 울림의 소리는 내가 살아있는 증거로 남아야 함을 강렬하게 내 가슴에 새겨졌다.

 

우리는 자신을 알고자 하고 생의 의미를 알기를 갈구하고 그 몸짓은 어떤 형태로든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9명의 사람들 역시 그러했다. 삶을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므로 책 속의 사람이건 책 밖의 사람이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새들백이 그 가르침을 알려주는 진귀한 보따리였다면 우리에게는 이 책이 진귀한 보따리가 되어줄 것이다. <새들백>은 책 속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에 들려있는 <새들백>처럼 책 밖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감동시킨 작가의 문체와 사막의 광활함.

-이 책은 작가의 데뷔작이란 말에 놀랄만큼 독특한 문체와 묘사가 돋보인다. 사막을 배경으로 하기에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눈 앞에 모래폭풍이 부는 것 같았다. 뜨거운 모래사막과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밤이면 수없이 빛나는 별들,사막의 오아시스이자 인간의 영혼을 정화해주는 우물등 사막의 곳곳을 작가는 아름답게 묘사해놓고 있다. 사막의 황폐함은 인간을 혹사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을 통해 인간은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욕망을 버릴 수록 자신의 영혼이 채워짐을 느낄 것이다. 또한 사막 속에 숨겨진 오아시스는 인간에게 신이 주는 선물이다.

 

#마치면서

-구도(求道)를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구도의 첫번째 길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첫번째 책 읽기로 내가 얻은 것은 책이 내게 주려고 했던 것에 비해 미미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책은 내게 수고했다고 우물의 맑은 물 한잔을 건네주었다. 그 정도면 수고했다고 말이다. 그 따스한 손길에, 맑고 시원한 물 한잔에 내 머리와 가슴은 책을 기억할 것이고 그 기억이 날 때면 책이 내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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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디자인하라 - 패션CEO 원대연의 조언
원대연 지음 / 노블마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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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의 앞에 붙는 수식어에 눈길이 갔다. <빈폴 성공신화의 주역 원대연> 빈폴이란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빈폴 상품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내가 빈폴이 우리나라의 브랜드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빈폴의 브랜드 이미지는 책에 나온 대로 폴로와 대등하거나 앞선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던 내게 빈폴은 당연코 해외브랜드라고 생각했다. 그전에도 빈폴의 브랜드 를 높게 본 것도 이유가 되지만 얼마전에 나온 기네스 펠트로나 다니엘 헤니가 광고로 나오는 걸 보면서 외국 브랜드였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진 상품을 외국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빈폴이 한국 것라는 것에,  빈폴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린 사람의 이야기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빈폴은 내게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고객에 대한 꼼꼼함이 넘치는 기업이란 생각으로 자리잡았는 계절이 바뀔 때면 가끔씩 날라오는 상품권에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심과 따뜻한 마음이 넘쳤던 걸로 기억되었다. 그렇기에 빈폴이 세일을 하지 않았도 탓하기 보다는 세일은 빈폴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그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빈폴을 보며 가졌던 생각들은 이 책의 저자 원대연씨의 머리 속에서 나와 현실로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빈폴을 성공신화로 이끈 원대연씨에 대해 알아보자.

 

원대연씨는 삼성계열인 전 제일모직 CEO였으며 지금은 현재 한국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그는 SADI 학장과 패션협회 회장으로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를 보면 딱 두 단어가 떠오른다.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이다.

 

원대연씨의 이력 중 내가 놀랐던 건 그는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에 취직해서 일을 하던 중 회의를 느껴 '도전하라. 평생 후회 없는 열정을 바칠 일을 찾아 떠나라."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는 단번에 사표를 쓰고는 삼성물산에 취직을 했다. 그에게 갈 길은 두 군데였다. 엄청난 호황으로 잘 나가는 회사였던 제일모직과 새로 생긴지 2년도 안되며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제일복장, 그는 모험을 택해 이 회사에 입사한 만큼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제일복장의 수출부로 발령받았다.

 

패션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패션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내 걱정은 기우였다. 그가 말했듯 패션업계에서 디자이너만큼 중요한 것이 MD의 전문성이나 기회력, 시장분석력이었으며 또한 소재 전문가, 컬러전문가, 패턴 전문가 그 이외의 홍보등 많은 부문에서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패션은 하나의 숲이다. 그 숲에는 여러 나무가 심어져 있어 숲을 아름답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 숲을 내려다보고 숲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원대연씨다. 숲을 보는 시각과 숲에 심어진 나무를 하나씩 챙기는 능력, 숲을 보러오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관리까지 성공적으로 이룬 그의 노력은 대단했으며 패션산업의 지침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가 이 책을 읽고 독자에게 바라는 점은 소박함에도 그 속에는 따스함이 담겨있다. 자신이 발로, 땀으로 뛰어서, 눈물과 열정으로 이룩한 경영의 비밀을 그는 아무런 댓가없이 말해주고 있다. 그가 바라는 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이 몸담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더불어 자기 자신의 가치도 함께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조금이나마 독자들이 얻길 바란 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스스로 알기에 그는 독자들에게 조금 쉬운 길을 만들어 주었다.

 

원대연씨, 그가 독자에게 바란 것을 짚어 나가며 책을 이야기 해보자.

 

#얻을 점 하나, 우리도 할 수 있다-브랜드 가치 경영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물어봤다면 대다수가 외국 기업의 브랜드를 말했을 것이다. 원대연씨는 우리나라에도 명품으로 인정받을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하나의 브랜드가 명품으로 인정받으면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 국가의 이미지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원대연씨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모토로 잡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고난이 닥쳐도 그것만은 포기하지 않고 지켜냈으며 그 결과 빈폴을 만들어 내고 성공시킨 것이다. 빈폴은 폴로를 뛰어넘는 쾌거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그 안에는 원대연씨의 노력과 열정이 담겨 있다.

 

명품이란 무엇일까? 그건 한마디로 '고유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가르키는 것이다. 빈폴을 탄생시키기 위해 원대연씨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려고 노력했으며 미래를 내다보았다. 빈폴은 한국의 캐주얼 브랜드로 미국의 비지니스 스타 빌 게이츠 패션의 자유로움에 착안했고, 빈폴의 이름은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패션 스타일을 일컫는 말에서 명칭을 따왔다.현재도 자유로움은 패션의 트랜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안목의 정확성에 놀랄 따름이다.

 

그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 세일, 좋은 품질, 디자인, 매장내의 디스플레이와 서비스 교육등 많은 부문에서 그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나갔다. 내게 가장 와닿았단 건 노 세일이었다. 노 세일을 통해 고품격 이미지 구현을 지켜낼 거라는 그의 전략은 대다수 임원진들의 우려에도 성공하게 되었고 빈폴은 세일의 악순환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얻을 점 둘, 기업과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열정을 다해 일하라.

-기업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원대연씨는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릴 수가 있고 열정을 다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역시도 좋아하는 일을 하였기에 잦은 야근과 출장, 해외전근까지 두말않고 견디어 내며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정이 샘솟아 일의 능률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자신의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그 점을 가장 높이 봤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에 열정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속에는 원대연씨의 30년 인생에 걸쳐 기업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찬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것은 그것을 하나씩 발견해낼 때마다 독자들은 나처럼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메모를 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자고 마음 속으로 외칠 그 행복을 뺏고 싶지 않아서이다.

 

#마치면서

-한 사람이 이룬 신화라고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기만 한 일들을 원대연씨는 해냈다. 원대연씨를 보면 내가 가장 감동했던 건 세가지였다. 그는 꿈을 꿀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과 그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었다. 경영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경영자는 드물다. 물론 그도 뼈아픈 구조조정을 하며 마음의 쓰림을 속으로 참아내기도 해야했지만 그는 직원들과의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 이야기를 들을려고 애썼으며 전국 지점의 관리자를 만나 그들이 부도가 나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가 이룬 가치경영의 신화도 놀랄 일이지만 그의 인간적인 경영방식에 더 마음이 기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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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의 위대한 귀환
난도 파라도 외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난도의 위대한 귀환이란 책이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안데스>라는 글씨와 비행기 그림 그리고 새하얀 눈이였다. 안데스와  비행기, 그리고 눈이란 소재가 다 들어간 영화가 있었다. 10년도 전에 본 영화 <얼라이브>였다. 줄거리는 그리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하나있다. 그건 인육을 먹었다는 것이었다.영화를 어린 나이에 봤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 속에 갇힌 사람들의 강한 의지와 처절함보다는 인육을 먹는 다는 것에서 오는 거부감과 혐오감, 그리고 신기함으로 뇌리 속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영화였다. 그 영화 속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에 나는 또 다시 인육을 먹는 장면을 떠올렸다. 사과를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것은 다행이었다. 인육을 먹는 것으만 기억되었던 그 때의 사건은 이 책으로 내게 재정립되었고 이제서야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서 삶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되었다.

 

또 하나 사과할 것은 책의 두께를 보며 두껍다고 투덜댄 것이었다. 이렇게 두껍게 할 이야기가 그 사건 속에 들어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투덜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분명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과 땀을 흘리며 같이 뛰었던 친구들이 눈 앞에서 죽어갔으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살기보다 죽기를 희망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던 그 곳에서 살아나온 작가를 두고 나는 책의 두께를 운운했다. 42명이 탄 비행기에서 그곳을 살아나온 사람은 16명 뿐이었다. 72일이란 긴 시간을 살아도 산 것이 아닌채로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고작 400페이지가 넘는 다는 이유로 나는 투덜댔다. 그 속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섣불리 생각없이 이야기 한 것에 사과를 드린다.

 

영화는 내게 단 하나만을 기억시켜 주었지만 책은 내게 여러가지를 알려주었다. 그것을 알게 되면서 책에서 눈을 뗄수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책을 읽어 내려갈 수도 없었다. 이 페이지를 넘기면 힘든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그가 죽는 것은 아닐까? 딸을 보고 싶어하는 그녀가 죽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에 겁을 먹었고 그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들에게 추락보다 더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에 경악했고 이미 지난일임에도 책장을 넘기기 전에 숨을 몰아쉬기도 해야 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을 이야기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나처럼 오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 그들의 곁에서 죽어간 건 타인이 아니였다.

-만약 내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을 맞이 한다면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내 친구이거나 가족인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전혀 몰랐던 사람인 것이 좋을까?란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봤다.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서로의 결속감으로 극적으로 살아남은 그들을 보면 아는 사람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내 어머니가 내 동생이 옆에서 죽어간다면, 내 단짝이 죽어가는 데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을 겸험해야 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연의 힘을 맘껏 보여주는 참혹하리만큼 새 하얀 안데스 산맥에서 그들은 함께 있던 이들이 가족이고, 친구였기에 다행이라고  말한다. 1972년 우루과이 럭비팀의 전세 비행기가 42명을 ㅐ태우고 안데스 산맥에 추락했다. 그 추락으로 13명이 즉사했다. 그 13명안에 난도의 어머니가 있었고 그의 단짝도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죽은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을 넘어 함께 살았던, 함께 뛰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던 존재였다. 그런 사람들이 눈 앞에서 허무하게 죽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삶의 지옥을 살아서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살아남은 29명은 타인이 죽어가는 것을 본 것이 아니였다는 것에, 엄밀히 말하면 타인이지만 그들에게 같이 탄 사람들은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갔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절망했지만 행복했던 추억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그들을 서로 위로해주었기에 살고픈 의지를 나타낼 수 있었다.

 

#둘, 안데스는 그들에게 한번도 웃어준 적이 없었다.

-안데스의 기후와 지형은 참담했다. 어느 곳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영하 40도에 가까운 살인적인 추위,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막힐 정도의 희박한 공기, 물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곳에서 생존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을 겨를도 없이 살고자 물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고 밤이면 심장까지 얼려버릴 추위 속에서 자신의 호흡을 세며 호흡 하기 위해 애썼다. 낮이면 햇빛이 비췄지만 고산병은 그들을 움직일 수 없게 했고 자신의 옆에서 죽어가는 친구들과 가족을 보며 다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안데스를 원망할 기력도 없었으며 그저 신을 찾았고 신에게 분노했으며 그래도 신을 믿으며 기도했다. 

 

그들의 구조를 포기한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살아나갈수 없을꺼란 생각에 주저 앉은 건 잠깐이었다. 안데스가 자신들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면 아무도 자신들을 구하러 와주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가 살 길을 찾을거라고, "서쪽에 칠레가 있다."라는 말만 되뇌이며 안데스 산맥을 넘을거라는 결정은 그들에게는 단 하나의 희망이었으며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다.

 

#셋,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었던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영하 40도가 넘는 밤을 가진 안데스에 풀 한 포기 살 수 없는 건 당연한 현실이었다. 그 속에서 생존자들이 먹을 거리는 초콜릿 한조각이었다. 300칼로리가 안되게 섭취하던 음식도 얼마 못가 바닥이 났고 건장했던 럭비 선수였던 그들의 신체는 근육들이 칼로리로 소비되면서 쇠약해져갔다. 고산지대에서는 더 많은 칼로리가 소비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들은 약해져 가는 자신의 신체를 보며 절대 이 상태로는 안데스를 넘을 수 없을거라고 기다리다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사체들을 떠올렸다. 살아야 함으로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들었다면 내 친구를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은  마음에서 떠올랐다.

 

하느님이 용서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주춤했던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하기를 바란다는 로베르토의 대답에 나역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리에 앉아 죽어가기 만을 하느님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인육을 먹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인육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인육을 먹은 사람들이 잔인하다거나  혐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화로 인해 그들을 오해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 책을 들고도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들이 사체를 먹었던 것은 살기 위해서였다. 살아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구조되고 매스컴과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무엇보다 인육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에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들지 않았으며 누구도 그들에게 그 사실로 뭐라고 하지 않았다.(몇몇 종교단체에서는 질타가 있었다고 한다.) 사체를 먹었다는 것만으로 그들을 기억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넷,죽음의 반댓말은 사랑이다.

-광활하고 척박한 안데스에서 그들은 무엇보다 죽음에 가까이 있었다. 그런 그들이기에 죽음을 견디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난도는 그곳에서 죽음의 반댓말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살아있음이 죽음의 반댓말이 아니라 살게끔 만들어주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말에 내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나 견딜 수 없는 순간에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했다. 아버지를 다시 보고 포옹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생존한 16명의 사람들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가족에 대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을 72일간 그곳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치면서

안데스에서 그들이 버틴 72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보았나를 생각해보았다. 그건 희망이었다.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사랑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인간의 의지에 놀라고, 광활한 자연의 힘앞에 인간의 존재는 나약한 존재였지만 인간의 가슴 속에는 안데스의 눈을 녹일만큼 뜨거운 가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조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역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그들이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닐까란 걱정을 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살고 있었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가보았던 그들이기에 삶에 대한 열망이, 삶을 제대로 살고픈 열망이 넘쳐났던 것이다. 그건 그들과 함께 했지만 살지 못하고 죽어간 친구와 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한다. 열심히 사는 것,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삶이란 것에 감사하며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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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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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에서는 뚱뚱한 이라부를 표지모델로 쓰더니 이번에는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사람을 모델로 썼다. (책의 표지로 책 내용을 상상해보는 것은 내가 책을 고를 때의 버릇 중 하나이다. 예쁜 표지만을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라 독특한 표지로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표지를 좋아한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짐작 할 수 있는 것은 저 남자는 이라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리뭉실한 이라부가 저런 각진턱을 갖을려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데 이라부는 절대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내게 저 남자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고집스럽게 다문 입과 찢어진 눈은 '나 성격 까칠하오!'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확연히 보여준다. 그럼 저 사람 무엇때문에 저렇게 고집센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책을 읽어 내려가자 저 남자의 존재가 확연히 들어난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6학년인 아들, 그리고 다 자란 큰딸과 찻집을 경영하는 부인을 둔  가장이 저 남자이다. 그런데 이 사람 가장임에도 프리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빈둥빈둥 집에서 놀기만 한다. 놀기만 하면 다행이다. 국민연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텨서 받으러 온 공무원이 올 때마다 매번 싸우기 일쑤이며 국민이면 돈을 내야한다는 말에 국민임을 포기하겠다고 당당히 외치기도 한다. 그의 꽉 다문 입술과 다부진 인상은 그 말이 허풍이 아님을 말해준다. 국민임을 포기한다는 남자 그는 무슨 생각일까?

 

#당신 정체가 뭐야? -우에하라 이치로씨!!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에하라 이치로가 표지 속의 남자 이름이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혁명당인 혁공동(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에서 활동대장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권련다툼이 생기는 것을 보고 환멸을 느끼고는 무정부주의자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그의 고향인 이리오모테 섬 옆에 있는 파이파티로마에 가서 사는 것이다. 소유물이 없기에 사람들은 욕심이 없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 국가가 필요없는 낙원에 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렇게 우에하라 이치로씨를 정의하고 나니 책의 내용이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오쿠다 히데오가 누구인가! 어려운 문제들도 가볍게 웃음을 내뿜게 만들지만 문제를 꼭 해결해주는 작가가 아니던가. 그는 우리에게 무거운 문제를 가볍게 해주기 위해 초등학교 6학년 지로를 투입했다.

 

#지로, 아빠를 이해하기 시작하며 성장한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의 일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이런 식으로 일이 해결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때는 어지간히 태평한 시대였거나 아니면 착하고 순수한 청소년들의 낙원이였던 게 분명하다. >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에게 가장 큰 골치거리는 단연코 아빠이다.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아빠는 지로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지로는 아빠가 오늘은 어떤 사고를 치지는 않을까, 학교에 와서 난리를 부릴까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아빠를 갖는 것이 소원인 지로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고 생각을 하는 아빠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걸핏하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수학여행비가 너무 비싸다고 학교에 항의를 하는 아빠를 이해하기는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에게는 너무 힘이 들다. 여기서 지로는 책을 읽는 독자와 같다. 독자는 우헤하라 이치로씨의 생각과 행동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대체 저 사람, 제 정신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지로에게 중학교 불량학생이 와서 돈을 갈취하고 폭력을 쓰는 것을 보며 지로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학교는 작은 국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학교가 학생을 지켜주지 못하고 도움을 청한 학교에서는 폭력을 너무나 이상적인 방향으로만 취급하는 통에 지로는 더 큰 낭패를 보게된다. 비합리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싸우는 길 밖에 없음을 알게된 지로는 국가는 필요없다는 아버지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폭력을 사용해서 폭력으로 부터 벗어났지만 그건 더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경험한 지로는 아버지가 말한 남쪽 섬에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번씩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님은 정말 그 섬으로 가기로 정한다. 더이상 국가의 간섭을 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남쪽, 그곳은 어떤 곳인가?

 

<인류는 돈을 지닌 시대보다 지니지 못했던 시대가 훨씬 더 길었다. 그러한 인류 끄트머리의 기억이 아버지에게만 진하게 남은 것이다.>

 

-아버지가 가고 싶어했던 남쪽 섬인 이리오모테 섬으로 온 지로는 그곳에서 색다른 사회를 경험한다. 네것과 내것의 구별 없이 나눠주고 함께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지로는 아버지가 꿈꾸는 세상이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도시에서 아버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구시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낙인 찍혔지만 남쪽 섬에서 아버지는 땀을 흘리고 누구보다 활짝 웃는 멋진 모습을 가진 남자였다는 것을 발견한 지로는 열심히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전기도 없고 도마뱀이 천장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아버지의 생각을 하나씩 곰곰하게 짚어가며 천천히 이해해 나간다.

 

지로네 가족이 이사온 이리오모테 섬은 자신의 손으로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는다. 자신이 먹을만큼만 남겨두고는 남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쓰라며 가져다 주는 소유에서 오는 행복보다는 무소유에서 오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아버린 곳이다. 나의 것이 없기에 남의 것도 없다는 사실은 사회적인 잣대를 누군가를 평가할 때 부나 지위가 중요함이 아님을 가르친다. 무소유가 주는 것은 나태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욕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 행복을 가르쳤고, 자연에서 주는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도쿄에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지로도 불평쟁이 모모코도 도쿄에 남았다가 섬으로 온 누나도 남쪽 섬이 주는 선물에 감사해하고 이곳도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쯤  그 섬에 문제가 생긴다. 그 섬에 휴양지를 만들기로 한 사람이 나타나 지로네에게 집을 비우라고 하지만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거면 지로네 아버지가 아닐 것이다. 그들만의 전투가 시작되면서 지로네 가족은 똘똘 뭉쳐 섬을 지켜나갈려고 노력한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지킬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함을 알려주는 이치로씨와 그의 가족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남쪽 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지로네 가족, 그들은 이리오모테 섬 근처에 있는 지도에도 없는 작은 섬, 지도에도 없기에 국가가 없는 자급자족 하며 소박하게 사는 파이파티로마에 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라는 대답을 남쪽을 보며 하게 된다.

 

#마치면서

 

이리오모테 섬을 책을 읽고 찾아보았다. 정말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섬은 존재하고 있었다. 따뜻한 남쪽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존재하고 있었다. 그 섬이 존재한다는 것에

내 가슴 속에, 내 얼굴 위에 바람이 불어온다. 따스한 남쪽 바람이 내게 오라고 손짓하듯 불어오기 시작했다. 현실 속에 있는 섬을 오쿠다 히데오는 배경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정말 그 섬 옆에는 파이파티로마라는 섬도 있는 것일까?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일렁인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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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 빈의 영어 시험 탈출 작전 클라리스 빈의 학교생활 1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한 아이가 이 책을 꺼내 들더니 한 자리에 앉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데 그 아이 내가 다른 책을 보는 30분이 넘는 동안 그 책을 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에게 30분동안 한권의 책을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대단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만화책이 아닌 책을 주고 읽으라고 하면 별별 아이가 다 나온다.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는 기본이고 읽기는 읽는데 졸면서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는 아이도 있고 다른 책을 읽고 싶다며 여러권의 책을 가지고 와서 한권도 5분이상 보지 못하는 아이까지있다. 아이들을 오랜 시간 책을 읽히게 할려면 단연코 책이 재밌어야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책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면 책에 대한 거부감 없이 책을 읽어간다.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 책은 정말 재밌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는 어린이 책의 분명한 평가단이다. 한 아이를 30분이상 지루함 없이 읽게 하는 책이라면 분명 재밌는 책인 것이다. 저 책 읽어야지라고 마음 먹었다.

 

그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책을 사서 나가자 나는 아이가 읽던 책을 집어들었다.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의 책이 귀엽다. 양장이라 아이들이 꺼려 하는 거부감도 있을 법하지만 표지 속의 여자아이가 너무 재밌게  생겨 그런 거부감은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저 여자아이의 눈이 익숙하다. 여러번 봤던 눈동자와 몇가닥 안되는 머리 스타일도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하며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 토마토!" 라고 소리쳤다. 조카 주원이가 좋아해 몇번이나 읽어달라고 조르는 그림책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작가였던 것이다. 재밌는 발상과 웃음이 나는 캐릭터를 그린다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었다. 로렌 차일드 식의 편식하는 아이의 습관 고치기는 주원이의 시금치 편식도 고쳐주었다. 그런 그가 낸 책이라면 얼마나 재밌을까? 그 아이가 집중해서 본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의 주인공은 클라리스 빈이다. 클라리스는 말썽꾸러기라는 꼬리표가 달린 아이다. 이유는 클라리스가 그 반 최고의 말썽꾸러기 칼과 친구이기 때문이다. 말썽을 잘 피우는 친구와 놀면 말썽꾸러기가 된다는 것도 클라리스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칼은 그런 누명쓰고도 친구를 할 만한 아주 괜찮은 녀석이기에 클라리스는 그정도는 참고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은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클라리스의 덤벙거리는 성격이고 영어 철자법을 외우는 것을 유난히 못해 성적이 나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클라리스는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친구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아이들 주변 가까이에 있는 친구와 같은 모습을 클라리스에게서 보는 아이들은 이 책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영어 철자는 외우지 못해도 좋아하는 탐정영화의 주인공 대사는 줄줄 외울 수 있는 것이 클라리스인 것처럼 명탐정 코난이란 만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줄줄 외우는 아이를 보는 경우는 종종 있다.

 

클라리스에게 세상은 궁금증 투성이다. 특히 영어 철자법의 세계는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클라리스다. 예를 들어  유(YOU)는 그냥 유(U)가 아닌지, 와이(WHY)가 그냥 와이(Y)가 아닌지 이해가 되지 않는 클라리스에게 철자법의 세계는 뒤죽박죽된 영어 알파벳 창고에 갇힌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런 클라리스에게 악몽같은 일이 닥친다. 바로 전교생 앞에서 클라리스 반 전체가 영어 철자법 경시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서운 선생님은 클라리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따로 말씀하실만큼 클라리스는 그 반에서 영어 철자법 못하기로 아주 유명하므로 클라리스에게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클라리스겠는가? 클라리스가 좋아하는 탐정영화 주인공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듯이 클라리스도 포기 하지 않고 사전을 펴들었다. 물론 외우기 보다는 사전을 읽는 걸로 대신하는 클라리스지만 시도가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웃음)

 

영어시험 구출작전이라고 해서 영어 공부 잘하는 법만 나오는 거라면 로렌 차일드가 쓴 책이 아닐 것이다. 로렌 차일드는 아이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아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가이다.  이 책은 클라리스를 통해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상생활을 담고 있다. 그 경험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책에는 여러가지 교훈이 담겨있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맞서는 법과 친구의 잘못을  대신 덮어쓰면서도 웃을 수 있는 속 깊은 우정, 싫어하는 일도 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어른들이 이것을 알려주었다면 아이들은 한귀로 듣고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과 같은 어린이인 클라리스가 얘기하는 것이기에 아이들은 귀가 솔깃하다. 클라리스는 우등생도 아니고 차분한 아이도 아니다. 문제아라고 불리기도 하며 엉뚱하다는 말은 수시로 듣는 아이인 것이다. 그런 아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에 책을 읽는 아이들도 어른인 나도 응원을 하며 나역시도 할 수 있을거란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재밌다는 것이다. 클라리스의 엉뚱한 행동과 그에 따른 심리묘사가 잘 그려져있다. 아이의 마음을 이토록 잘 이해하기에 로렌 차일드의 책은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중간 중간 로렌 차일드가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한 아이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지게 만든 책, 읽어보니 나역시도 푹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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