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스 빈의 영어 시험 탈출 작전 클라리스 빈의 학교생활 1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한 아이가 이 책을 꺼내 들더니 한 자리에 앉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데 그 아이 내가 다른 책을 보는 30분이 넘는 동안 그 책을 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에게 30분동안 한권의 책을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대단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만화책이 아닌 책을 주고 읽으라고 하면 별별 아이가 다 나온다.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는 기본이고 읽기는 읽는데 졸면서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는 아이도 있고 다른 책을 읽고 싶다며 여러권의 책을 가지고 와서 한권도 5분이상 보지 못하는 아이까지있다. 아이들을 오랜 시간 책을 읽히게 할려면 단연코 책이 재밌어야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책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면 책에 대한 거부감 없이 책을 읽어간다.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 책은 정말 재밌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는 어린이 책의 분명한 평가단이다. 한 아이를 30분이상 지루함 없이 읽게 하는 책이라면 분명 재밌는 책인 것이다. 저 책 읽어야지라고 마음 먹었다.

 

그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책을 사서 나가자 나는 아이가 읽던 책을 집어들었다.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의 책이 귀엽다. 양장이라 아이들이 꺼려 하는 거부감도 있을 법하지만 표지 속의 여자아이가 너무 재밌게  생겨 그런 거부감은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저 여자아이의 눈이 익숙하다. 여러번 봤던 눈동자와 몇가닥 안되는 머리 스타일도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하며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 토마토!" 라고 소리쳤다. 조카 주원이가 좋아해 몇번이나 읽어달라고 조르는 그림책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작가였던 것이다. 재밌는 발상과 웃음이 나는 캐릭터를 그린다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었다. 로렌 차일드 식의 편식하는 아이의 습관 고치기는 주원이의 시금치 편식도 고쳐주었다. 그런 그가 낸 책이라면 얼마나 재밌을까? 그 아이가 집중해서 본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의 주인공은 클라리스 빈이다. 클라리스는 말썽꾸러기라는 꼬리표가 달린 아이다. 이유는 클라리스가 그 반 최고의 말썽꾸러기 칼과 친구이기 때문이다. 말썽을 잘 피우는 친구와 놀면 말썽꾸러기가 된다는 것도 클라리스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칼은 그런 누명쓰고도 친구를 할 만한 아주 괜찮은 녀석이기에 클라리스는 그정도는 참고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은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클라리스의 덤벙거리는 성격이고 영어 철자법을 외우는 것을 유난히 못해 성적이 나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클라리스는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친구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아이들 주변 가까이에 있는 친구와 같은 모습을 클라리스에게서 보는 아이들은 이 책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영어 철자는 외우지 못해도 좋아하는 탐정영화의 주인공 대사는 줄줄 외울 수 있는 것이 클라리스인 것처럼 명탐정 코난이란 만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줄줄 외우는 아이를 보는 경우는 종종 있다.

 

클라리스에게 세상은 궁금증 투성이다. 특히 영어 철자법의 세계는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클라리스다. 예를 들어  유(YOU)는 그냥 유(U)가 아닌지, 와이(WHY)가 그냥 와이(Y)가 아닌지 이해가 되지 않는 클라리스에게 철자법의 세계는 뒤죽박죽된 영어 알파벳 창고에 갇힌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런 클라리스에게 악몽같은 일이 닥친다. 바로 전교생 앞에서 클라리스 반 전체가 영어 철자법 경시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서운 선생님은 클라리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따로 말씀하실만큼 클라리스는 그 반에서 영어 철자법 못하기로 아주 유명하므로 클라리스에게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클라리스겠는가? 클라리스가 좋아하는 탐정영화 주인공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듯이 클라리스도 포기 하지 않고 사전을 펴들었다. 물론 외우기 보다는 사전을 읽는 걸로 대신하는 클라리스지만 시도가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웃음)

 

영어시험 구출작전이라고 해서 영어 공부 잘하는 법만 나오는 거라면 로렌 차일드가 쓴 책이 아닐 것이다. 로렌 차일드는 아이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아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가이다.  이 책은 클라리스를 통해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상생활을 담고 있다. 그 경험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책에는 여러가지 교훈이 담겨있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맞서는 법과 친구의 잘못을  대신 덮어쓰면서도 웃을 수 있는 속 깊은 우정, 싫어하는 일도 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어른들이 이것을 알려주었다면 아이들은 한귀로 듣고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과 같은 어린이인 클라리스가 얘기하는 것이기에 아이들은 귀가 솔깃하다. 클라리스는 우등생도 아니고 차분한 아이도 아니다. 문제아라고 불리기도 하며 엉뚱하다는 말은 수시로 듣는 아이인 것이다. 그런 아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에 책을 읽는 아이들도 어른인 나도 응원을 하며 나역시도 할 수 있을거란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재밌다는 것이다. 클라리스의 엉뚱한 행동과 그에 따른 심리묘사가 잘 그려져있다. 아이의 마음을 이토록 잘 이해하기에 로렌 차일드의 책은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중간 중간 로렌 차일드가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한 아이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지게 만든 책, 읽어보니 나역시도 푹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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