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의 소년 카르페디엠 21
제임스 램지 울만 지음, 김민석 옮김 / 양철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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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말,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뻔한 말 같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말뿐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알프스 최후의 산, 시타델을 날마다 마주하는 루디는 그 산을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산에 갈 때면 정상을 다녀온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물론 히말라야나 알프스 산들은 다르겠지만) 힘들어죽겠는데도, 정상을 꼭 밟게 된다. 그냥 느긋하게 갔다오는 거야, 해도 꼭대기가 있는 것은 정상을 오르는 맛이 있다. 정상을 가기 위해, 정상만 바라보며 하는 등산은 웃기다고 생각하지만, 산을 타는 데 정상을 가지 않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정상은 누구에게나 허락하는 게 아닌 곳.
그래서 산악만화가, 산악소설이라는 장르가 나온다.
산에 가는 것만큼 산에 관한 책이 좋다. 산 아래 머무는 밤이 설레고, 힘든 한 걸음에 감동한다.
특히 산에 관한 이야기만큼 청소년 소설에 맞는 주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만났다.
루디가 너무 쉽게 정상을 올라가버릴까봐, 처음 알프스의 아무도 오르지 않은 봉우리를 오르게 될까봐, 그러면서도 오르길 기대했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가 더 넓게 펼쳐진 루디의 앞날처럼 루디에게는 또 기회가 있다.
'처음'이라는 것에 세상은 목매지만, 사실 자신에게는 언제나 처음 아닐까. 산에서 보냈을 하얀 밤이 느껴진다. 그리고 창문 너머 시타델 산이 보이는 쿠르탈 마을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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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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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새 나온 에세이 책들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기 보다는 중간중간 읽어도 상관없는 병렬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긴 에세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라는 부제는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니 중고등학교 국어 참고서에는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박스로 처리되어 종종 실리곤 했는데, 학기 초가 되어 참고서를 사면 가장 먼저 그 이야기들부터 찾아서 읽었다.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 작품의 뒷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참고서에 실었던 이유가 뭐였을까? 그런 이야기가 학생들이 작품에 관심을 폭넓게 갖게 만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자체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내가 읽은 작품 뒷이야기에 더 눈이 간다. 

이 책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원작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짧은 뒷이야기 뒤로 짧게 요약한 책의 간단한 줄거리가 쓰여 있다. 원작에 나와있으면 몰라도 아니면, 보통 200쪽이 넘는 장편소설들을 한 두쪽으로 요약하는 일이 참 고생스러웠을텐데, 그 요약이 좀 별로다. 

갑자기 문학작품을 5지선다형으로 공부하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병렬식 구조로 된 책은 전체로 한 방향으로 가는 기분이 안 들어서 좀 소품느낌이다. 하지만 나름 이 책은 분류도 해놓고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따금씩 내용이 뜬금없다. 어떻게 보면 그 나라에서는 너무 유명한 작품 이야기를 하는 거라 자세한 설명이 안 붙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령 모비 딕 설명에서는 268쪽에 허먼 벨빌이 포경선 선원 출신이라고 나오는데, 다시 270쪽에 '멜빌 자신도 잠깐이나마 포경선 선원 생활을 했다.'고 나온다. 그리고 그 사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이다. 포경선 선원을 하다 작가 생활을 하게 되는 것, 쉽지 않은 일 같은데, 너무 당연하게 다들 작가가 될 마음이야 품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것처럼 넘어가 버린다. 

이런 식으로 읽으면서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작품도 많고 그런 부분에서는 편집이 놓친 것들이 많이 보인다. 

또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런 책은 자기가 읽고 싶은 작품부터 찾아 읽는 경우가 많은데, 페이지가 가운데 그게 한꺼번에 짱박혀 있어서 안 그래도 잘 안펴지는 가운데 부분을 빡빡 눌러야 겨우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으로 그게 탐났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떤 순서로 읽을지 자연스러운 흐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처음부터 유명했을 것 같은 작가들이 작품을 내려고 무수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대부분 작가 스토리에 그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우리 앞에 한 편의 문학작품이 감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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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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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하응백... 세 명의 시인과 한 명의 평론가가 자신들이 사랑하는 시를 이야기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시를 통하면, 한겨울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만든 눈사람이 스르륵 녹는 순간 느낀...슬프지만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한 받아들임 같은 감정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눈사람도 자연스럽게 녹지 못하고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리는 시대가 됐다니 씁쓸해진다.
아무리 시를 자유롭게 읽고 자유롭게 사고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시집을 들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시집을 들고도 잘 몰입이 안된다. 그런 날은 나는 한 편씩 소리내서 읽어본다.
그럼, 묘하게도 시 한 편에 얽힌 이야기들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여기 작가들이 보여주는 사랑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장석남의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라는 글에 나온 것처럼 '듣던 음악도 그전에 듣던 음악이 아니고 바라보는 책상 모서리도 예전의 책상 모서리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하는 게 사랑이다.
이렇게 내 마음 속에 있는 감정들을 이야기해주는 어떤 날은 사랑하는 어떤 이처럼 내 속에 들어와 내 마음을 다 흔들어버리는 시가 있나보다.

 

한 편 한 편 길지 않은 시에 얽힌 글들을 시처럼 읽었다.
중간중간 흑백 사진도 글을 읽는 데 꼭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저작권 문제 때문일 것 같은데, 언급된 시들이 책에 다 실리지 않았다는 것.

 

이런 책을 읽을 때 컴퓨터를 같이 켜고 싶진 않은데(스마트폰도) 시인의 시가 많이 궁금해져서 힘들었다는 것, 책 만드는 이들이 좀더 부지런을 떨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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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는 알고있다.


2011년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듣기 전까지 몰랐다.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들이 모두 노동자라는 사실을. 

언제 어디나 있는 청소하시는 아줌마, 아저씨들. 경비아저씨. 

대학에 가니 청소도 안하네, 라며 좋아했는데, 누군가가 청소를 하고, 그 분들이 노동자였다. 

아니, 청소가 중요한지를 안 것도 몇 년 안된 것 같다. 누군가가 치워야지 깨끗해진다는 걸 안 게 언젤까. 

누군가가 있다는 것.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가 이렇게 일하는 건, 빗자루만 알지." 하는 것처럼 나는 빗자루만도 못한 사람이다. 

2007년부터 연세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살맛'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이란다. 함께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겠지. 이 살맛과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미리보기로 본 몇 페이지만으로도 온갖 절절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꺼내기 힘들었을 부모님이야기를 함께 꺼낸 학생들의 자기 돌아보기도 좋다. 

글을 읽는 데 자꾸 뒤통수가 땡긴다. 이번 달 관리비 내역서에 적힌 경비아저씨들의 월급.

아마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더 마음이 불편하겠지, 하지만 빗자루만한 사람이라도 되려면 알아야한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옛날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에서 내던 민중자서전 시리즈가 예전 회사자료실에 있었다. 정말 민중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소위 지식인이 할 일은 자기 이야기를 글로 엮기엔 넘 바쁜 분들의 이런 삶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알마라는 출판사에서 내는 민중자서전1권이다. 

앞으로 계속 민중자서전을 내겠다는 소리겠지. 그 뿌리깊은나무의 민중자서전에서 왔는지는 몰라도…정말 좋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기 위해선 그 대상을 얼마나 잘 알고, 아니 대상이라는 것까지 잃을 정도의 친밀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기위해 듣는 귀가 있어야 할테다. 

그런 사진작가가 글을 썼다니 더 궁금해진다. 
















백내장


아니, 존 버거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통해 만난 존 버거. '백내장 제거 수술 이후의 몇몇 단상들'이라니. 정말 다른 방식으로 보고 쓴 책이다. 

본인한테는 치명적이지만, 좀 흔한 병. 이 백내장 수술을 하고 '이 작은 통증을 뚫고 지나가는 길은 새로운 시각의 세계를 향한 나의 여정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각을 얻는 문턱에 이르는 순간 나는 고통에서 벗어났다'라고 쓸 수 있다니….

다른 어떤 책보다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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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게임 - 도다 세이지 단편선 2
도다 세이지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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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라는 작품을 인상깊게 읽은 작가의 다른 단편집이다. sf물을 묶은 단편. 그 가운데 '쿠바드 신드룸'이 가장 인상깊다.
아무래도 임신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겠지.


쿠바드는 남자가 여자, 산모의 고통을 분담해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아내가 출산 즈음해서 남편이 아내의 출산을 흉내내는 풍습으로 남아메리카에서는 남자의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거나 고환을 묶어서 산모와 비슷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등의 행위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산하면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지붕지랄'과 문지방에 구멍 뚫어서 상투를 넣어두면 산모가 그걸 잡고 힘쓰는 '상투빌이'가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 블로그에서 본 내용인데, 다른 데는 이런 말이 별로 없네. http://blog.naver.com/parkleekim/140162082435)


요샌 드라마에서 잘 안보이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드라마에서 아기 낳는 장면에서 꼭 부인들이 남편 머리채를 잡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나보다.


이런 풍습이 있었던 걸 보니.

이런 풍습을 미래 남편이 임신할 수 있는 것과 엮고 부성까지 엮다니! 음, 이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신선하고,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조건 긍정이 아니라 사람 본성에 숨은 작은 희망씨앗을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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