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배신 - 과잉노동의 사회,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는 가짜다
강수돌.이정환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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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우리를 배신했다지만, 어려워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나를 배신하지 않은 책.

강수돌 교수님의 글은 언제나 깔끔하게 요점 정리가 되어있는 해설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머리말의 간결한 구성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대담 형식이라 글이 많이 어렵지는 않다.
다만 들어는 봤어도 그 의미는 정확하게 모르는 경제 관련 용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무시하고 그냥 읽어내려도 전체적으로 저자가 의도하는 주제와 연결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나에 대한 답과 우리에 대한 답이 위안처럼 곳곳에 등장한다.

" '자기파업'이라는 나에 대한 부정은 실은 진정한 나에 대한 긍정이 될 수 있습니다.(p25)"
일에 지쳐 있던 나에게 '자기파업'이라는 용어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될 듯한, 가끔은 일을 놓고 내가 바라는 시간을 가져도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달까?

'잘 산다'는 것은 부자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주체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연이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라 한다.(p98)
서로 어떻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까 마음먹다보면 모든 관계가 오래 간다고 한다.(p195~196)
피터 모린은 "모두 부자가 되려. 하면 아무도 부자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모두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다.(p279)
"모두 부자 되세요"가 아니라 "모두 행복하세요"가 핵심이라고.(p337)

내가 가는 길이,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이 맞는 거라 격려를 받는 듯한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대대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이제 막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 . .)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박노해 시인의 <하늘>이라는 시란다.
참 좋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하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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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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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여러 종류의 글을 접하면서 목판화를 연상하곤 한다.
제 살이 깎이는 듯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원판 같은 글,
잉크를 발라 살짝 찍어내어 원판과는 정반대로 나오는 종이 같은 글,
원판의 홈을 따뜻하게 메워주는 잉크와 같은 글로 나름대로 장르를 나누어보기도 한다.
김사과의 글은 이런 시각에서 보면 원판과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글의 내용이 썩 유쾌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책을 팽개치지 못하게 하는 끌림이 있다.

<미나>에서 풍겨왔던 암울한 분위기가 <천국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책 표지에 찍혀진 회색빛 빌딩 숲
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천국에서'라 주황색으로 굵게 쓰여진 글씨와 아이러니를 이루는 듯 하다.
저 좁고 음산한 공간 속에서 이리저리 쫓기듯 빽빽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는 무관한 삶을 누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공존한다.

"모든 게 망가졌는데 왜 아무것도 무너져내리지 않지?(p330)"
처음부터 망가질 것이라도 주어진 삶이었을까?
"그럼 어떡하냐. 나에게 허락된 천국이 알바천국 하나뿐인데. . ."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오는 가난상속자 은상이 말하는 천국이다.
"기승전결 돋네 진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미국까지 왔는데 결국 또 쓰레기통 옆이야. 먼 놈의 인생이 반전이 없냐 반전이. . "
절규하는 드라마 속의 삶이 책에도 현실에도 묵직한 강이 되어 흐른다.

마음이 무겁다.
소설의 분위기가 어두워서가 아니라 소설이 그려내는 현실감이 너무도 선명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에 내내 먹먹하다.
'What a wonderful world'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던 "킬링필드"의 전장을 처음 본 충격처럼,
평화의 막을 걷어내면 앙상하게 드러나는 뼈다귀를 볼 듯한 암담함이랄까?

"수족관 속에 있는 물고기가 수족관을 부수면 어떻게 돼? 죽겠지. 뻔하지. 하지만 수족관 속에 있는 건 살아 있는 거야?(p339)"
소설 속 그녀는 결말에서 수족관 따위는 없다며 헤엄쳐 강을 건널 것을 말하지만,
나 자신도 어쩌면 수족관 속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 전체를 덮고 있는 어둠을 걷어 버리기에는 내리누르는 삶이 무거워서. .
희망의 빛이 쉽사리 스며들지 않는다.

어렵다. 소설 뒤의 여운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내 삶을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두드림이 나를 어렵게 한다, 삶이라는 어렵다못해 무서운 문제처럼.
삶이 무서운 문제인 건 내가 살아가는 대로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답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오후의 삶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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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테면 잡아 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5
원유순 지음, 윤봉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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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극곰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동물원에서 비실거리며 늘어져있는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 말이다. 하긴 그런 북극곰은 북극에 가야 볼 수 있으니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모습일까 가끔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TV에서 보여주던 모습, 평소 상상하던 북극곰의 모습은 CF에서 보던,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씨익 웃음짓는 새하얀 평화로움이었다.

그런 상상이 처음으로 깨진 것은 2년 전 짧은 다큐 영상을 보고나서였다.'네이버'의 '네이버캐스트'에 '오늘의 과학' 코너가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칼럼 형식으로 과학 이야기를 소개하는 곳인데, '다큐 사이언스'에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몇 장면을 캡쳐하여 하나의 주제로 묶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북극곰'이란 제목으로 북극곰의 리얼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반달무늬물범을 사냥하기 위한 치열한 추격전, 결국 잡은 사냥감의 두개골을 깨부시는 장면, 내장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면서 입가에 선명하게 묻어나오는 붉은 자욱.
맞다, 500kg의 그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려면 그래야 하겠지. 누가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니. . .
삶은 생존이구나, 그것도 아주 치열한 과정이라는 것이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온 충격이었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도 쉽게 먹을 것을 얻는다. 슈퍼의 진열장에 주욱 늘어선 각종 먹거리들. 그것조차 번거로우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몇 번의 클릭만으로 얻을 수도 있다.
편리한 세상이다. 어느 정도의 돈만 있으면 먹을 것을 얻고자 치열할 필요가 전.혀. 없는. 쉬운 세상. 너무 쉬운 나머지 슈퍼에 전시되어있는 것들이 한 때는 잘려나간 잎만 있었던 것이 아닌, 처음부터 고깃덩어리였던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결국 나비가 된 애벌레 이야기를 읽고, 갉아먹힌 배춧잎을 더럽다고 여겼던 나의 태도를 반성했다.
사냥개와 멧돼지 가족 이야기는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의인화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들도 자연의 일부로서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이 시점에서 그 옛날 원시 시대처럼 수렵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무리한 말은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욕심은 부리지 말고 먹을 것을 얻어야지 싶다.
세 알의 씨앗을 심었던 농부의 마음처럼,
한 알은 새에게,
한 알은 짐승에게,
그리고 나머지 한 알만을 먹고자 했던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인간은 자연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니. . .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라, 먹이 사슬의 한 축으로서 존재할 뿐이다'(p5).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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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2013-07-2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니체가 '인간을 지구의 피부병'이라 했어요. 삶에 겸손.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 - 철학자들이 말하는 사랑의 모든 것
올리비아 가잘레 지음, 김주경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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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철학자들이 `사랑의 모든 것`에 대해 분석하고, 사랑의 시작과 흐름과 변화와 지속성을 얘기했지만, 400여 페이지에 걸쳐 쓰인 문장들을 머리로 읽고 가슴으로 받아들인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 모든 `사랑`은 주관적이다. 내 삶이 유일하듯이, 그 안에 담긴 `사랑`도 그러하다. .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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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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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느낌. . .
사랑이라 하기에는 매달린 삶이 슬프고 깊다. 
'어머니와 나의 세상은 무서운 게 아니라 무거운 것이었다.'(p186)

김려령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유머러스하게 가벼우면서도,
직선으로 파고드는 무거움이 있고,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을 안겨 준다. 
간결하게 넘어가는 행간에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숨어있다. 
그래서, 단숨에 읽히는 책이면서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한동안 멍한 여운이 남는다. 

'너를  봤어'. . .
누군가를 본다는 건, 보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건,
단순한 외형부터 내면의 깊이까지 아우를 수 있음이니 참 깊고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말이다. 

글을 읽을 때마다,
글이 담고 있는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내 안에서 나오는 글이 조심스러워진다. 
요즘 함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 . . 나는 나의 글에. . . 무엇을 담고 싶은 것일까.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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