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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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글씨일까. 며칠 동안 책표지만 바라보았다. ‘’? 아니다. 한글이라 하기엔 오른쪽의 획이 다소 어색하다. ‘’? 이번에는 왼쪽 획이 짧고 경사가 심하다. ‘’? 그나마 이 한자가 제일 비슷한데, ‘작을 소가 책의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 번 더 책을 읽어본다. 이번에는 3명의 주인공으로 구성된 팀 이름 알렙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있는 이름일까. 검색해본다. 한글로 검색하고, 알파벳으로 검색하면서 드디어 며칠 동안 안고 있던 궁금증이 풀린다. ‘aleph(알레프)’. 히브리어 알파벳의 첫 자, 숫자로는 1에 해당하는 글자란다. 이 발견이 뭐라고! 은근히 뿌듯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답답함이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온다. 이 글씨가 책의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한 번 더 책을 읽어야했다. 세 번째 읽고 나서야 글씨가 상징하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게 된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요제프 괴벨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했을 때 다가왔던 오묘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간의 의지가 과연 조작하는 대로 움직여질 정도로 나약할까.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로 행동했다 하기에는 비인간적인 기록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한꺼번에 움직였던 거대한 군중의 힘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바보스럽게 각인된 채로 내 관심에서 잊혀졌다.

세 편의 영상을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다른 자료를 검색하다 알게 된 사회과학 실험이었다. 나치에 의해 움직였던 이들이 바보스러웠던 것도 아니고, 나약한 의지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중을 교묘하게 움직이는 상황의 힘은 섬뜩한 전율로 다가왔다.

첫 번째는 <환상적인 실험>이라는 제목으로 지식채널e를 통해 방영된 영상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교사 존 론스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세 번째 물결이라는 실험이다. 10%의 나치로 홀로코스트를 일으킬 수 있었던 집단의 힘을 보여준다. 어딘가 소속되고 싶은 본능과 그 속에서 찾게 되는 안정감을 이용한 무서운 힘이다.

두 번째는 <상황의 힘>이라는 소제목으로 EBS <인간의 두 얼굴>에 소개되었다. 1971,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가 실시한 가짜 교도소 실험이다. 교도관과 수감자의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상황의 지배를 받는지 알아보는 내용이었는데, 6일 만에 실험을 중단했다고 한다. 권위에 쉽게 무너지고 상황에 지배되는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 번째는 <3의 법칙>과 관련된 실험이다.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한다. 역시 지나치는 사람들은 반응이 없다. 세 사람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그제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세 사람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며 하늘을 바라본다는 내용이다. 세 명으로부터 출발되어 집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2세대 댓글부대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인터넷 심리전에 관한 소설이다. 작가가 차례에 적힌 문장을 언급하면서 요제프 괴벨스를 말한 순간, 예전에 보았던 세 편의 영상들이 바느질을 하듯 차례로 꿰어지며 떠올랐다. ‘부대전쟁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지만 이제는 빛의 속도로 달리는 댓글들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인간의 마음을 공격하는 시대이다. 그 댓글들은 ‘3의 법칙에 따라 의도를 품고 접근하는 3명에 의해 적절한 순간에 조작된다. 그리고 움직여진 대중은 묵직한 파도가 된다.

모두 가슴에 단도 한 자루씩 숨기고 있다가 기회만 생기면 팍! 그런데 저희들은 언제 사람들이 미쳐서 그 칼을 휘두르는지 그 타이밍을 알아낸 거죠. (중략) 그게 언제인데요? 자기가 다수가 됐을 때요. (중략)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세 개만 연속으로 달리면 돼요.’(p77~78)

바닷물 싱겁게 만들겠다고 물을 퍼부을 수는 없어. 백만 명, 2배만 명을 한꺼번에 움직여야 해.’(p159)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백만 명, 이백만 명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p164)

 

첫 번째 읽었을 때에는 오아시스처럼 군데군데 심어져있는 야한 장면이 집중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침을 꿀꺽이며 하이틴 로맨스를 몰래 읽는 청소년처럼 숨을 죽였다. 당최 뭐가 빠르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땀 한 땀 박음질을 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오아시스만 바라본 나는.

상당히 빠른 소설이라는 것은 두 번째 읽었을 때 알게 되었다. 이제는 스르륵 움직여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나타나는 사막의 사구가 보였다. 가까이서 본 모래 알갱이의 미세한 움직임은 숨 막힐 듯 긴박했다. 임상진과 찻탓캇의 인터뷰 내용과 적절하게 어우러진 이야기의 흐름은 현실감을 주는 상황과 버무려져 속도감 있게 흘러갔다. 치밀하면서도 깔끔했다.

세 번째는 다시 느리게 읽혔다. 아니, 느리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촘촘하고 묵직했다고나 할까. 그 사이로 영화 <베테랑>이 주던 시원함이 느껴졌다. 장면의 구성과 배치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통쾌함이 아니라 전율이 일만큼 적나라하게 투영된 현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후련함이었다. 소설로 포장된 다큐 느낌이랄까.

 

인터넷 뉴스나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글을 읽을 때, 본문만큼 댓글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은밀하게 숨어있는 메시지에 의해 나의 의지가 조작된 방향으로 흐를 지도 모른다니!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n분의 1의 댓글로 무수하게 매달리는 이들도, 그로 인해 삶 전체가 흔들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글로 인해 상처를 받는 시대라니! 세 번째로 읽었을 때, ‘aleph’를 바라보며 소설 <주홍 글씨>에 나오는 ‘A’를 떠올렸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댓글처럼, 현실에서 올리는 수많은 댓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투명한 주홍 글씨로 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댓글은 무거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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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30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도 폐쇄적인 성향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우물 같은 공간이 될 수 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문제가 `친목질`입니다.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심해지면, 소수의 의견이 무시당합니다. 그리고 서로 상반된 의견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행동할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을 노리는 사람들이 더 무서워요. 갈등을 부추기면서 자신은 슬그머니 빠져 나와서 구경해요.

나비종 2016-09-30 20:16   좋아요 1 | URL
이 소설에서도 그런 상황들이 등장합니다. 여러 사례에서 어찌나 절묘한 타이밍을 포착해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자극하던지 몇 번이나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다름과 틀림을 명확히 구분하고,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알며,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더 깊고 넓은 내공을 쌓아야겠죠?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요?^^;

cyrus 2016-10-1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종님, 리뷰대회 당선 축하합니다. ^^

나비종 2016-10-19 12: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cyrus님도 2배로 축하드립니다ㅎㅎ
 
어비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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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같기도 하고, 풍선 같기도 한 파스텔 톤의 색깔이 예뻤다. 책 표지를 보고 내용을 상상해 보았을 때, 동화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았다. 책 표지를 유심히 잘 살펴보는 편이다. 표지의 그림이 내용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책을 읽고 다시 표지를 바라본다. 이번에도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표지의 색에 끌려 드러난 핵심 내용을 미처 보지 못했을 뿐.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풍선 사이에 끼어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질식할 것처럼 갑갑해 보인다. 동영상 촬영 중인데 배터리는 이제 한 칸 밖에 남지 않았다. 책 안에 담긴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삶은 계속 흘러가는데, 그 삶을 감당할 에너지는 거의 바닥이 난 사람처럼.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이다.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향하고 있는 주제는 일과 삶이다.

등장인물들이 하고 있는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 인터넷 방송 진행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통신 회사 상담원, 치킨 배달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자, 광장에서 물건 파는 사람 등이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속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절반도 훨씬 넘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차라리 이것이 주류라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삶은 위태위태하고 암울하다. 구질구질하고 앞으로 연장한다고 해도 희망조차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막막한 기분을 자아낸다. 살아야할 이유보다 죽어야 할 이유가 더 많은 전 재산 50만원을 가진 자살시도자, 교황이 방문한 광장에서 눈에 띄지 않게 소외되는 사람들, 공중에 매달린 채 삶을 외치며 투쟁하는 사람들,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한국으로 온 베트남인의 삶은 도시의 빛나는 조명 아래 드리워진 배경처럼 어둡기만 하다.

그 중 <아웃포커스>라는 단편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단순명료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제목이다. 20년간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되어 무더위 속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엄마의 삶은 단편 소설의 제목처럼 <아웃포커스>되어 있다. 그림자처럼 드리워지고, 도려내지고, 외면당하고 있는 삶의 모습에 읽는 내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다.

 

유쾌하지 않은 책을 읽으면 한동안 그 분위기에 빠져 우울해진다. 어느 드라마 주인공의 멘트처럼 로코 로코 멜로 멜로한 이야기, 밝고 유쾌한 내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소설이지만 다큐임이 분명한 삶들이 후텁지근한 더위처럼 마음에 훅 끼얹어져 짜증이 났다. 한숨 끝에 살짝 지겹다는 생각도 하다가 <광장 근처>에 나온 문장을 보고 가슴이 덜컹했다. ‘보고 계속 보고 또 보다 보면 결국엔 보나마나가 되고 나중엔 아예 안 보이게 된다는 건 그가 거기서 지겹도록 봐온 거였다.’(p149) 이런 삶의 장면에 대해 처음보다 무감각해진 나를 돌아보았다. 책을 통해 혹은 현실에서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고, 또 보고 하다 나중에는 외면하는 인간이 될까봐 두려웠다. 그러다 그들이 안 보이게 될까봐 또 두려웠다. 그래도, 우울해져도 이렇게 무거워져도 봐야한다. 계속 보고, 또 보다 보면 아웃포커스 된 누군가의 삶에서 한 귀퉁이의 무게라도 덜어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 테니까. 보고 또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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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코 소년 -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어느 소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 둘레책방 1
로버트 호지 지음, 안진희 옮김 / 노란상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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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걸었다. 발바닥과 발가락에서 느껴지는 바닥의 감촉이 오늘따라 생경하다. 거울을 본다. 두 눈, , 입을 바라본다. 점이 있다며 투덜거리고 입술이 두껍다고 불만이던 20대의 철없음이 생각난다. 괜히 부끄러워진다.

 

로버트 호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임신 사실을 모르던 어머니가 복용한 우울증 약 때문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저자. 출생에서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양 다리를 절단했기에 의족 두 개로 생활하며, 잘라낸 발가락으로 코를 만들어야 했던 소년. 입장 바꿔 상상조차 어려운 상황임에도 결코 어둡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과 주변을 바라본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정갈해진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당당하고 치열하게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그 앞에서 드는 생각은 보다 복잡하다.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들면서 톨스토이의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제목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그의 현재와 과거, 어쩌면 미래의 삶까지 보여줄 때가 있다. 찡그리거나 웃음 짓는 표정으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드러내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보다 못생겼다. 또 자신의 생각보다 더 아름답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흉터가 있다.(p252)’

마지막에 나온 저자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한 눈에 보기에도 평범함과 거리가 먼 얼굴인데 자꾸 시선이 간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부분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채 미소 짓는 표정은 맑고 편안하다. 표정 뒤에 담겨있을 많은 이야기들이, 책에 미처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배어나오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이러한 것들에도 불구하고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니다. 나의 못생긴 외모와 내가 가진 장애 때문에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p252~253)’

자신만의 흉터를 비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힘껏 껴안은 당당한 용기가 뭉클하다.

 

현재를 돌아본다. 멀쩡한 두 다리를 두고 가끔 엘리베이터나 차로 꾀를 부렸던 나태함을 반성한다. 거울로 얼굴을 본다. 평범한 얼굴이다. 점점 눈가 주름만 늘어간다며 한숨 쉬던 때가 생각난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인간의 DNA를 가졌다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신체 구조가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평범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평범하게 걷는 것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어 판화를 찍듯 선명하고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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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서 거동이 잠시 불편할 때 농담으로 ‘장애인’ 같다고 하는데, 이건 장애인들에게 모욕 주는 말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있어요. 제가 초딩 때 이런 농담을 많이 했어요. 멀쩡한 신체로 움직일 수 있는 것에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나비종 2016-09-04 14:44   좋아요 0 | URL
어린이 독서모임을 위해 읽은 책입니다. 초딩용 도서는 시와 비슷해요. 짧고 단순해보이는데 어른이 읽으면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멀쩡한 몸, 감사하죠. 공기 중에 있는 산소의 존재처럼 종종 당연히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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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나왔다. 오랫동안 안 풀리던 수학 문제를 갑자기 해결한 느낌이랄까. 얼마 전에 구입한사피엔스를 수용하기에는 마음이 무거워서 집어든 책이었다. <북노마드> 출판사의 대표 윤동희가 묻고, 작가 이병률이 답한 내용의 책이다. , 여행,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만드는 것, 결혼, 관계, 사랑 등에 대한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후루룩 펼쳐보니 간간이 사진도 끼어있고 작가와의 대화집이라 부담감도 없을 것 같았다. 선택의 결과는 옳았다.

 

이성한테만 국한된 게 아니라 그냥 나하고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하고 함께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것.(p42)’

당신에게 맘에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 시간을 기꺼이 내주겠다 의 의미겠죠.(p260)’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관계와 시간의 의미를 음미해본다. 내 시간을 기꺼이 내준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고, 삶에서 공통분모를 만드는 일이며, 비슷한 기억을 지니게 된다는 의미겠지.

 

그 사람한테서 느끼는 피로감이 제일 그 사람을 안 보게 하는 일이지요.(p45)’

난 그게 싫더라구요. 서로에게 쉬워지는 느낌이죠.(p207)’

퇴근 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어느 순간 또 하나의 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마음이 피곤했던 거였구나 싶다.

싫었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고 멀어졌던 사람도 생각났다. ‘서로에게 쉬...는 느낌’ . 그래! 이거였어! 끝내 풀지 못한 채 덮어버린 문제의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좋은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p56)’

느낌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 행복합니다.(p113)’

이런 말은 듣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도 싶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를 만드세요.(p262)’

40대 후반이 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선이 선명해진다. 주변에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굳이 억지로 만나고 싶지는 않기에. 그래서인지 인간관계의 폭이 점점 좁아지는 듯하다. 간혹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섣불리 용기를 내기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젊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상대가 나를 부담스러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조심스럽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난다면 20대 후반 정도인데. 직장에서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는 그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들도 좋아해주기는 하지만(, 결코 착각이 아니어야 해^^;) 스스로 어색할 때가 있다. 이 문장을 읽으니까 용기를 내서 손을 내밀고 싶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을 정확히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이 답답했는데, 한 가지 해결방법을 알았다.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들을 훑어보니 공통점이 보인다. 사람. 나는 사람에게서 상처받았으면서도 사람이 고팠던 거구나.

질문을 읽고, 작가의 답변을 읽고, 나만의 답변을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지금은 사람에 시선이 가 있지만, 또 다시 읽을 다른 날은 여행이 눈에 들어올 수도, ‘시와 글과 책이 마음에 들어올 수도 있겠다. 읽는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에 따라 책의 빛깔이 달라지니 책은 카멜레온인가.

 

질문은 결국 그 사람이 누군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p65)’

수업 시간에도 교사의 질문 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답변은 180도 달라진다. 또한, 알아야 질문한다고 알지 못하면 질문조차 어렵다. 작가의 답변을 보면서 윤동희가 던진 질문들을 되짚어본다. 내 성향으로는 작가보다 질문자와 더 코드가 맞을 것 같다. 사유가 깊고 시선이 가는 사람이다. 음악과 미술을 좋아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섬세한 편집 체계가 눈에 들어왔다. 띄어쓰기, 단어 관계없이 단락의 구분만 하는 보통의 책들과는 달리 단어 단위로 줄 바꿈이 되어있어 오른쪽 여백이 들쑥날쑥하지만 가독성이 매우 좋다.

중간 중간 다른 색지에 커다란 글자로 적힌 문장들도 본문과 겹치지 않아서 좋다. 본문에 나온 내용 중 편집자가 강조하는 문장들을 한 페이지를 이용해서 다시 커다랗게 적는 책이 많다. 마음이 강아지풀처럼 예민해져 있을 때에는 이런 것조차 은근히 거슬릴 때가 있었다. 편집자의 의도를 강요당하는 것 같고, 아까 본 문장을 또 적어놓는 것이 지면의 낭비라는 생각에. 커다란 글자가 색다른 지면에 떠억 있는 것에도 편집자의 의도가 들어있지만, 본문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페이지는 맺음말이 적힌 p273이다. 편집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장은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괜히 뭉클했다.

나중에 제가 유명해지면 인터뷰해주시겠어요? 그가 원하지도 않을 내 시간을 기꺼이 내드리고 싶었다.ㅋㅋ

 

글을 쓰는 건 사는 것하고 똑같아서 안으로 멀리뛰기 같은 걸 수도 있어요.(p165)’

책 제목 안으로 멀리뛰기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적다보니 마음을 한 바퀴 돌고 나온 느낌이다. 내 안을 돌아, 내 밖을 지나 주변을 바라보고, 다시 나에게로 향한다. 나는 안으로 얼마나 멀리 뛰었을까.

표지 안쪽을 다시 한 번 들춰본다. ‘가슴 두근거리는 좋은 일만/ 2016 여름/ 이병률’ . 진짜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 가슴이 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요’. 뒷장까지 사인펜 자국이 배어나온 진짜 사인본이다. 더욱 뿌듯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만 같아서 또 한 번 가슴이 뛴다.

 

희뿌연 안개가 낀 마음속을 맨발로 걸어가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었다. 슬픈 것도 아니고, 기쁜 것도 아닌 날들이 나비 날개인 듯 조용히 접혔다 펼쳐지며 흘러갔다. 책이란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아닐까. 마음에 담긴 문장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걸 보면. 이병률 작가가 표현한 대로 사람이 기타하고도 같다’(p43), 책 안에 있는 문장들은 마음의 기타 줄을 울려주는 손가락일지도.

사람을 흔히 책에 비유한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면을 보고 느끼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누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다른 깊이로 읽히기도 하니까. 두 권의 책을 읽은 기분이다. ‘이병률윤동희라는 책을. 전문용어로 일타쌍피’ ? 아니, ‘일타삼피가 더 적절하겠다. 두 사람 뿐 아니라 내 자신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으니.

 

 

*아무리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다ㅠㅠ

p193 : 차마 돌아보기도 시간을 살았던 것 같은데

*눈에 띄었다.

p203 : 낯선 침대 위에 부른 바람』→ ~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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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생 때 저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과 친하게 지내기가 힘들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동생들도 저를 어려워해요. 그렇다 보니 저보다 나이 많은 형님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40, 50 되면 형님들은 안 계실테고... 나이 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나비종 2016-08-2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들을 너무 일찍 보내드리는 거 아닙니까?ㅋㅋ
20대 때에는 저도 나이 어린 친구들과는 소통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제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편해지고 있습니다. 50, 60대 이상은 불편하더라구요. 입장을 바꾸면 젊은 친구들이 제게 혹시 불편함을 느낄까 다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요.
편안한 소통은 아무래도 공통된 관심사의 싱크로율에 의해 좌우되겠죠. 그래서 북플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위 아 더 북패밀리라며 주장하고 싶습니다만ㅎㅎ
 
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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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 한 편 때문이었다. 세수도 안하고 한가하게 뒹굴며 인터넷을 뒤적이던 어느 휴일 오후, 벌떡 일어나 자세를 바로 했다.

하루는 한 생애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의 생애가 시작되고/ 피로한 몸을 뉘여 잠자리에 들면/ 또 하나의 생애가 마감됩니다’-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울리히 샤퍼

우연히 다가온 이 순간으로 하루라는 시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은 자기 성찰의 과정을 4단계(고독, 관조, 자각, 용기)로 나누어 깊이 성찰한 결과물이다. ‘나를 바라보고, 발견하고, 깨닫고, 나다운 삶을 만들자.’는 주제로 28개의 아포리즘을 제시한다.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저자는 주로 언어학의 관점에서 주제에 접근하여 사유를 풀어간다.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랍어, 아람어, 인도유럽어, 수메르어, 바빌로니아어로부터 영어, 한자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대어들이 각각의 소주제들에 대한 어원으로 등장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듣는 것처럼 고대와 중세 유럽, 로마, 그리스, 이스라엘 등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곳곳에 인용된 철학자, 작가의 저서들과 시의 문구, 영화 관련 일화, 작가 자신의 경험도 화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28가지 글 사이에는 신비로운 푸른빛 바위에 새겨진 잠언인 듯 철학자, 작가, 학자의 말이 문을 연다. 중간 중간 본문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하여 구성한 부분은 쉼터에서처럼 한 호흡 멈추고 주제를 음미하게 한다.

 

인상 깊었던 주제는 현관이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장소, 바로 현관이다. 현관은 내부를 외부로부터 구별하는 특별한 공간이다.’(p38)

근래에 접했던 생각들 중 가장 신선한 관점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현관에 서면 신발이나 벗어놓고, 우산이나 꽂고, 거울이나 볼 줄 알았지, 이 공간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된다니! 이 부분을 읽고 나서부터는 현관을 나설 때마다 생각난다. 4차원으로 넘어가는 관문 앞에 선 듯,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은근히 긴장된다. 이런 모습이 괜히 우스워 오늘도 배시시 웃으면서 집을 나섰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한동안 개념을 잘못 알고 있었다. ‘무소유란 아...도 소유하지 않는 거라고. ‘난 가끔 책도 갖고 싶고, 예쁜 귀걸이를 보면 사고 싶을 때도 있으니, 에잇, 무소유의 삶은 글러버렸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무소유의 개념을 검색해 보았다. ‘가진 것이 없이 모든 것이 존재하는 상태’(네이버-두산백과). 당최 뭔 소린지. 가진 것이 없.., 어떻게 모든 것이 존..한단 말인가!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표현처럼 모순이 되는 개념이다. 언뜻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여기 저기 인터넷을 뒤져본 끝에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아예 가진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최소한의 것을 소유한 상태라고. ‘~ 그렇다면 나도 조금은 가능성이 있겠어.’괜히 뿌듯해져서 히죽거렸다.

에 대한 사유는 무소유를 떠올리게 한다.

몫은 내게 맡겨진 절체절명의 임무이자 나만이 할 수 있고 나의 개성이 마음껏 드러나는 그 어떤 것이다.’(p236)

자신이 생전에 해야 할 운명적인 일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자신에게 부차적인 일은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p244)

과감히 잘라낸다는 문장은 일에 대한 표현이지만, 불필요한 물건을 과감히 버려야하는 무소유가 연상된다. ‘버린다는 개념은 이 책에서 꽤나 많이 등장한다. ‘창조, 관찰, 몰입, 생각, 자립, 에 관한 사유들은 모두 쓸데없는 것들을 제거하라 한다. 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퇴고하는 과정에서 처음 적은 내용의 절반 이상을 깎아내고 다듬게 되니까.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나를 들여다보고 온전히 나에게로 마음의 눈을 집중했다. 책 제목 <심연>깊은 연못이라는 뜻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마음의 연못을 의미하기도 한다. 짙푸른 표지는 고요한 바다를 연상케 하지만, 짧고 깊은 사유를 표현하기에는 깊은 연못이라는 제목이 적절해 보인다. 이토록 깊은 생각들이 내 안에 고이면 나의 자아는 깊고 푸른 바다처럼 드넓게 확장되겠지.

 

사람들은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이 변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레프 톨스토이(p36)

유사하게 반복되는 프랙탈처럼, 되풀이되는 하루가 모여 일생이 만들어진다. 변화는 하루에서 시작된다. 하루가 변하면 일생이 변한다. 흔히 변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으로 연대를 말한다. 연대도 변화된 개인의 삶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변화된 삶들 역시 프랙탈처럼 연대로 이어진다면, 변화된 세상이 오는 거라고.

매일 아침, 기꺼이 인생의 초보자가 되십시오.’-마이스터 에크하르트(p6)

인생은 두 가지 길뿐이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이다.’-아인슈타인(p234)

내가 해야 할 운명적인 일을 찾을 것이다. 현관을 힘차게 나서며 하루의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사람처럼, 기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올 사람처럼.

 

 

* 살짝 마음에 걸렸던 표현들, 그러나 생각에 대한 서술들이고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들이니 크게 잘못되었다고 하기도 애매한...^^;

 

1. p106 3번째 줄, p268 8번째 줄 : ~ 지구라는 별~

-둘리도 물론 지구별로 떨어졌지만, 지구는 행성이다. 별은 스스로 타면서 빛을 내는 태양과 같은 천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행성이나 천체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p305 5번째 줄 : 새벽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별을~

-샛별은 새벽에 뜨는 금성을 표현하는 명칭이다. 그런데, 금성은 초저녁에 떠오를 때도 있기 때문에, ‘어김없이떠오르지는 않는다.

 

3. p305 7번째 줄, p311 1번째 줄 : 샛별은 밤이 가장 깊을 때 떠오르는 별이다. 그가 발견한 샛별은 가장 깊은 밤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성은 내행성이다. 지구보다 태양 쪽으로 안쪽에 위치한다. 태양 가까이 공전하는 행성은 태양 가까이에서 관측된다. 그러므로 내행성은 해뜨기 전 새벽이나 해 지고 난 초저녁에 볼 수 있다.

보통 밤이 가장 깊을 때한밤중을 의미한다. 해뜨기 직전을 말하는 새벽가장 깊은 밤은 내 생각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밤의 끄트머리밤의 마지막정도면 될까. 끄트머리는 다소 하찮아 보이긴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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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성이 초저녁에 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

나비종 2016-08-19 17:12   좋아요 0 | URL
태양으로부터 일정 각도 이상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새벽에 보일 때는 해뜨기 전이니 동쪽에서, 초저녁에 보일 때는 해지고 난 다음이니 서쪽에서 보입니다.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부르죠. 개의 주인이 금성이 너무 아름다워 밥도 안주고 금성만 봤대요. 그래서 개가 밥을 주기를 바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ㅎㅎ요즘엔 서쪽에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