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코 소년 -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어느 소년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 둘레책방 1
로버트 호지 지음, 안진희 옮김 / 노란상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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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걸었다. 발바닥과 발가락에서 느껴지는 바닥의 감촉이 오늘따라 생경하다. 거울을 본다. 두 눈, , 입을 바라본다. 점이 있다며 투덜거리고 입술이 두껍다고 불만이던 20대의 철없음이 생각난다. 괜히 부끄러워진다.

 

로버트 호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임신 사실을 모르던 어머니가 복용한 우울증 약 때문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저자. 출생에서 현재까지의 성장 과정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양 다리를 절단했기에 의족 두 개로 생활하며, 잘라낸 발가락으로 코를 만들어야 했던 소년. 입장 바꿔 상상조차 어려운 상황임에도 결코 어둡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과 주변을 바라본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정갈해진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당당하고 치열하게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그 앞에서 드는 생각은 보다 복잡하다.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들면서 톨스토이의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제목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그의 현재와 과거, 어쩌면 미래의 삶까지 보여줄 때가 있다. 찡그리거나 웃음 짓는 표정으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드러내지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보다 못생겼다. 또 자신의 생각보다 더 아름답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흉터가 있다.(p252)’

마지막에 나온 저자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한 눈에 보기에도 평범함과 거리가 먼 얼굴인데 자꾸 시선이 간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부분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채 미소 짓는 표정은 맑고 편안하다. 표정 뒤에 담겨있을 많은 이야기들이, 책에 미처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배어나오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이러한 것들에도 불구하고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니다. 나의 못생긴 외모와 내가 가진 장애 때문에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p252~253)’

자신만의 흉터를 비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힘껏 껴안은 당당한 용기가 뭉클하다.

 

현재를 돌아본다. 멀쩡한 두 다리를 두고 가끔 엘리베이터나 차로 꾀를 부렸던 나태함을 반성한다. 거울로 얼굴을 본다. 평범한 얼굴이다. 점점 눈가 주름만 늘어간다며 한숨 쉬던 때가 생각난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인간의 DNA를 가졌다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신체 구조가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평범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음을. 평범하게 걷는 것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어 판화를 찍듯 선명하고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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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서 거동이 잠시 불편할 때 농담으로 ‘장애인’ 같다고 하는데, 이건 장애인들에게 모욕 주는 말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있어요. 제가 초딩 때 이런 농담을 많이 했어요. 멀쩡한 신체로 움직일 수 있는 것에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나비종 2016-09-04 14:44   좋아요 0 | URL
어린이 독서모임을 위해 읽은 책입니다. 초딩용 도서는 시와 비슷해요. 짧고 단순해보이는데 어른이 읽으면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멀쩡한 몸, 감사하죠. 공기 중에 있는 산소의 존재처럼 종종 당연히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