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안의 지식여행 인체생리 - 신비롭고 놀라운 몸의 원리를 찾아 떠나는 호기심 탐험!, 재미있는 교양 과학 산책
다나카 에츠로 지음, 황소연 옮김 / 전나무숲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생물이란 끝도 없이 외워야하는 암기 과목에 불과했다. 해면동물, 환형동물, 편형동물, 극피동물, 절지동물, 강장동물, 연체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균류, 양치식물, 선태식물, 종자식물, 균류, 원핵생물, 원생생물, 고세균, 진정세균... ,, 헝클어진 머릿속을 진정시켜도 방앗간 가래떡 나오듯 희한한 이름들은 줄줄이 이어졌다. 뭔 생물이 이리도 수없이 꿈틀거린단 말인가. 세포 내 소기관들의 명칭은 또 어떤가. 리보솜, 리소좀,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중심체, 중심립, 소포체, 방추사, 액포는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 아밀라아제(아밀레이스), 리파아제(라이페이스), 펩티다아제(펩티데이스), 말타아제(말테이스), 락타아제(락테이스). 아제 아제 시리즈에서 남아있던 미련의 찌꺼기가 싸악 설거지되었다. 하아, 생물과는 맞지 않아, .

 

생물을 이해과목이라 주장하시는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을 연수 때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대변이 왜 황금색인 줄 아세요?” 내 선입견을 깨뜨려버린 운명의 질문이다. 산소를 잃은 적혈구의 찌꺼기로 만들어진 쓸개즙이 소화 과정에서 분비되어서 그렇다고 하셨다. 찌꺼기까지 남김없이 활용하는 인체의 신비에 반해버렸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들면서 생물 과목의 재미를 어필하신 선생님은 나를 생물 마니아로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다. 아하! 몰입도가 확 높아지면서 전공인 물리보다 더 좋아져버렸으니. 방학 때 연수를 받고 난 후, 수업 시간에 신이 나서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당시 많은 아이들은 내 전공이 생물인 줄 알았다고 했다. 몰랐으니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했고, 공부하다보니 점점 더 생물의 매력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여전히 나는 별자리 다음으로 생물 단원을 가르칠 때 가슴이 뛴다.

 

이 책에서 나는 두 번째 운명의 기회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휘리릭 넘겨보았을 때에는 교과서 같은 냄새가 풍기더니, 정독할수록 재미있는 거다. “이거 너무 재밌다!” 지나가던 고2 딸에게 말하니, “엄마도 역시 이과 체질이네.” 한다. 어떤 부분은 소설보다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니 이과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과와 이과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되었다. 몰랐던 점도 많이 알게 되었다. 씹던 껌이 풍선껌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느낌이랄까. 책을 향해 숨결을 불어넣으니 상식이 확 부풀어 올랐다.

1부는 <인체 생리>로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한 번씩은 얕은 지식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이다. 혈액, 소화, 호흡, 순환, 배설, 내분비, 신경, 감각, 대뇌, 반사, 근육, 피부, 생식 등. 수업 시간에 해당 단원을 가르칠 때 투입하면 살짝 깊이 들어가면서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담겨있다. 두고두고 읽어보려 한다.

2부는 <임상 생리>로 현대 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줄기세포, 한방치료, , 항생물질, 기생충, 프리온, 외인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프리라디칼, 방사선, 전자파 등. ‘과학책 읽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업에 대한 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요즘의 중 3교실에서 매시간 한 쪽씩 읽어주고 싶다.

 

몇 주 전, 어깨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도수 치료>라는 시를 지은 적이 있다.

맨손으로 / 몸을 치료받는다는 것은 / 매번 뭉클하고 / 벅차오르는 일이다 // 금속성의 날카로움이나 / 화학물질의 건조한 치유에는 /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 내 안으로 조금씩 흘러든다 // 아픔에 반응하는 몸이 / 정직하게 움츠러들면 / 정성스레 조절되는 / 세심한 강약의 다독임 // 36.5도를 품은 경계가 / 나의 경계와 맞닿을 뿐인데 / 따뜻한 물에 뿌려지는 소금인양 / 나의 고통은 서서히 녹아든다 // 손과 몸 사이 / 그 미세한 간극을 통해 /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 건네어지는 걸까

이 책을 통해 시에서 언급한 존재하지 않는,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아이가 상처를 입었을 때, 엄마가 달려가서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 통증이 누그러진다. 통증은 대뇌에서 감지하는데,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행위가 뇌에서 엔돌핀이라는 물질을 분비시켜, 그 결과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p147~148)’

 

문학은 고전을, 과학은 최신판을 읽으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발전되고 변화하는 과학계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어 보인다. 아이들에게 종종 말한다. 과학교과서에 실린 지식들은 교과서가 출판되기 직전까지의 진리이지 고정 불변의 것은 아니라고. 이 책이 나온 2003년으로부터 15년이나 지난 책이기에 새로이 발견되었거나 변경되어야 할 지식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일부 번역서에서 보이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적혈구의 찌꺼기가 쓸개즙의 형태로 남김없이 활용된다는 점, 사구체에서 걸러진 포도당이 세뇨관에서 재흡수 되어 단 한 분자의 포도당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고, 우리의 몸은 스스로를 소중하게 아끼는 방향으로 시스템화 되어있음을 깨닫는다.

표현방식은 달라도, 지식의 깊이가 세월에 따라 달라지더라도 인체에 대하여 변하지 않는 사실들은 선명하게 존재함을 알았다.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을, 정신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야한다는 것을, 이유 없는 변화는 없으므로 몸이 하는 말에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여야함을, 방대한 지식을 훌쩍 넘어 신비한 매력을 지녔음을. 이런 이유로 인체는 세상에 존재하는 감동스런 대상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하려 한다.

 

 

p50, 그림 : 글리세린 글리세롤

p60, 9째줄 : 암모니아로 암모니아를

p99, 1째줄 : 차단하더라고 차단하더라도

p268, 3째줄 : 전자파 전파

p269, 그림과 본문 : 양자 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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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2-0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생물이 워낙 문과와 이과적 요소가 섞여 있는 과목이기도 해요 (저, 생물 전공자 ^^).

나비종 2018-12-04 22:54   좋아요 0 | URL
예!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생물의 매력이 흠씬 묻어나는. . 지식이 업그레이드 되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