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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야, 겁내지 마!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0
황선미 지음, 조민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3월 신학기가 시작되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1학년들이 눈에 자주 띈다. 2학년인지 3학년인지는 쉽게 구별할 수 없지만 1학년들은 어디서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무척 귀엽다. 요즘 같은 시기에 무척 잘 어울리는 책이다.
연못마을에 사는 은서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엄마는 날마다 배웅 거리를 줄이면서 "이제부터 혼자 다녀야지, 다 컸으니까."라고 말한다. 혼자서 동네를 벗어나는 건 처음이라서 무척 떨린다. 웃거리에 사는 친구들과 달리 은서는 같이 학교에 다닐 친구가 없다. 학교까지 갈려면 새댁 아줌마네를 지나서 큰개가 있는 은행나무집과 깡패 꼬다기가 벼르고 있는 콩이할머니댁과 까칠한 누런 황소와 바보아저씨의 기와집을 지나야 하는데 땅꼬마 은서에게는 여간 겁나는 일이 아니다. 특히 노란 병아리 8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엄마닭 '깡패 꼬다기'는 은서를 이미 여러번 쪼았었다. 은서의 눈물나는 통학기가 시작된다.
은서의 두려움이 이해된다. 시골에서 자란 나도 커다란 개와 황소는 무척 무서웠다. 묶여 있는걸 알고 있었지만 행여나 풀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 지레 겁을 집어 먹고는 조심조심 지나갔었는데, 이제 8살인 은서는 얼마나 무서울까. 하지만 은서는 용기를 내서 맞서기로 한다. 멋진 로봇가면을 쓰고 마법의 지팡이로 무장한 은서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많이 웃었다.
은서는 시골에 살아서 그런가 요즘 아이들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너무 순수하고 순진하고 정겨운 모습이다. 큰 줄거리는 은서가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학교에 잘 도착하느냐지만, 은서의 눈으로 본 동네안의 이야기들도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준다. 바보아저씨의 결혼에 동네사람 모두가 제일처럼 발벗고 나서는 모습은 잊고 있던 이웃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고 송아지의 탄생과 어미닭의 죽음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 황선미의 이름을 계속 기억하고 '목걸이 열쇠', '트럭 속 파란눈이', '내 푸른 자전거',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샘마을 몽당깨비', '들키고 싶은 비밀', '처음 가진 열쇠' 등 그의 전작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그가 쓸 책들도 빠트리지 않고 다 읽고 싶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이 나도 어릴적을 떠올리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