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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천재의 비밀노트 -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
오드비에른 뷔 지음, 정윤미 옮김 / 지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두아이의 엄마가 된후 얻은 건 두둑한 뱃살과 시도때도 없이 깜빡깜빡하게 만드는 건망증이다. 외출이라도 할라 치면 집안 곳곳을 두세번 둘러봐야 안심이 된다. 가스와 수도꼭지는 잘 잠궜는지, 혹시 빼놓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현관문도 여러번 확인을 거듭한다. 언제가 읽은 신문기사에서는 엄마가 되면 뇌활동이 더 활발해 진다고 하던데 난 왜 건망증이 생겼다고 느낄까? 그건 아마도 예전처럼 외울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이나 각종 업무에 관련 내용등 항상 기억할려고 무진장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 쉽게 암산되는 숫자들도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하고 매번 단축번호를 누르다 보니 친구들의 바뀐 전화번호도 못외우는 난 '디지털 치매'이다.
메모, 쪽지에 하지 말고 머리에 하라.
'헤드메모기법'만 익히면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
두눈을 확 잡아끄는 아주 매력적인 홍보문구이다. 어떤 비법이 있길래 기억력 천재가 될수 있다고 확신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잘 관찰해서 시각화하여 연상되는 것끼리 묶어서 뇌의 적당한 위치에 저장하면 된다. 근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그래서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이 잘 아는 공간이나 길 등에 각 포인트를 정해 여러개의 부분으로 나눈다, 동선에 따라 순서를 정한다. 예를 들면 1-현관, 2-거실, 3-부엌, 4-욕실 이렇게. 이제 그 순서에 따라 단어들을 대입해서 외우면 된다. 1-현관-댐, 2-거실-헬리콥터, 3-부엌-리튬배터리, 4-욕실-베리. 어제 외운 내용인데 여전히 잘 기억난다. 어제는 약간 미심쩍었는데 별 노력없이 오늘도 기억나는 거 보니 비법은 비법인가 보다. 그런데 단지 단어 몇개 외우는데 이런 방법을 쓸 필요가 있을까 되물을 수도 있다. 그냥 외워도 충분하지만, 이 방법은 낯선단어들을 순서대로 외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 내가 외운것은 수소-헬륨-리튬-배리륨 으로 이어지는 원자율주기표이다. 이것은 가장 대표적인 '여정기법'이다. 영어권나라에서 개발한 방법이여서 약간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적용하기 나름이니...
사실,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비법을 안다고 한들 설렁설렁 보고 넘어간다면 별 효과를 보지 못할게 뻔하다. 집중해서 책에서 알려준대로 연습하고 예문들을 외워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이들 곁에서의 독서란 늘 그렇다. 자주 아이들을 살펴야 하므로 책에 완전 집중하기 어렵다. 엄마가 된 후의 아쉬운 점이다. 온전한 나만의 독서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뒷부분은 정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기억력비법이 많은 훈련을 요하는 것 같아서 쉽게 포기한건지도 모른다. 가볍게 쉽게 기억력 천재가 될려고 한 나의 얄팍한 기대는 금새 무너져 내렸다.
외국어 문법은 되는데 어휘가 못 따라가는 당신
내 마음을 가장 끌었던 부분이다. 학창 시절 열심히 외웠던 영단어들이 지금은 써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가 커갈수록 교육부분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는데, 영어가 가장 고민이다. 영어의 기초는 집에서 내가 잡아주고 싶은데 아이의 질문에 얼마나 잘 대답해 줄 수 있을련지. 팔, 다리, 머리, 배 이런 단어들이야 쉬우니 괜찮은데 아이들은 팔꿈치 이런 부위가 영어로 뭐냐고 물어 본다고 한다. elbow를 계속 외우고 있어야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 줄껀데, 자신이 없다. 그래서 더 끌렸었다. 그런데 그 비법이 알파벳을 기초로 한 언어에서나 해당하다는 게 문제다. 발음이나 철자로 연관성을 끌어내야 하는데 영어와 한국어의 연관성은 과연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오렌지"냐 "오륀지"냐도 논란이 많은데...
내 경우에는 책에서 알려준 많은 비법들을 모두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유용할 것이다. 어느정도 영어도 몸에 익힌 상태라서 숫자기억하기나 공식, 단어, 그외의 일반 암기과목들을 외울때 적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아직 어린 내 딸들이 커서 학생이 되었을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