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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풍경 소리가 울리고 흰독말풀꽃의 향내가 나는 듯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나를 긴장시키며 마치 내가 그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행동을 지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Choice' 라고 소개한 알라딘의 평을 보고 샀다. 그런데 실제의 북커버를 보고는 내용도 허술한 거 아닐까 하는 실망이 들었다. 나는 내심 좀더 추상적인 표지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임신한 여자의 실루엣이 직접적으로 나온다는 건 내용도 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준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의구심은 임신한 여자가 20개월이나 아기를 못 낳고 있으면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얘기는 아무리 용을 써도 허술한 얘기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하게 읽었다. 1960년대 정도의 배경으로 얘기가 전개되는 거 같은데, 이 점은 아직도 명확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점을 그녀가 갇힌 거나 다름 없는 상태라서 그러려니 널리 이해한다면 다른 것들은 훌륭하다.
교고쿠도가 운영하는 고서점,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병원 건물은 음울한 느낌을 주면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그 속에서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한 추리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훌륭했다. 사실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초자연적 사실을 무시하면서도 사실은 꽤나 그런 것에 매혹을 느끼거나 두려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고, 교고쿠의 이 세상의 물리학적 원리를 넘어선 초자연적 현상은 없다는 논리에 마음이 혹했다. 또한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에 대한 그의 생각도 매력적이었다.
구성도 허술하지 않고 묘사도 생생해서 읽은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