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만장 미쓰김 10억 만들기"라는 이름도 긴 드라마를 가능한한 꼬박꼬박 본다. 대장금 때도 막판에는 열심히 봤다. 이유는...지진희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니, 지진희를 보면 생각나는 그 사람 때문이다.
처음 지진희를 차태현이 나오던 드라마에서 봤을때, "저렇게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제발 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지진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날.. 의미없이 틀어놓은 TV에서 다시 지진희를 봤을때, 그 사람이랑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나는 지진희가 나오면 항상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이 정말 지진희와 닮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나와 그를 동시에 아는 사람에게 확인한 적도 없고,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 친한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내 친구는 다른 연예인을 닮은 것 같다고 했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제 사진을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얼굴이 가물거린다. 그래서 어쩌면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처음으로 내 어리광을 받아준 사람이었다. 막 시작한 내 인생, 그리고 의사의 말.. 힘차게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고 미래가 흔들리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그 불안함을 알릴수가 없었다. 아무도 내가 그냥 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던 어린시절부터 나는 감정을 숨기고, 약해보이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그런 나를 왜 그렇게 어리게 보는지..그는 늘 "네 모습이 너무 어리다"며 웃곤 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에게도 부려보지 못했던 어리광을 스물 다섯이나 먹어서 어린애가 되버린것처럼 늘 투정부리고 떼를 쓰곤 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떼를 쓰는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곤 했다....
그걸로 만족했어야했는데...그러지 못했다. 점점 어린애가 되버리는 내 모습이 불안했고, 그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게 불안했고, 또 명확해질까봐 불안했다. 그는 뭐든지 다 들어줬지만,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되줄수가 없다고 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두 배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야했다.
'미쓰김..'에서의 지진희를 보면서 그 사람도 저런 사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열이면 열사람 모두에게 잘해주는 사람, 그냥 천성이 그런 사람. 또한 내 기억속에는 온통 좋은 기억뿐이어서 그 사람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속물스러움, 안좋은 모습은 몽땅 없어버린것도 같다. 하지만 그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어떠랴... 나에게는 늘 모든 것을 다해주는 친오빠같은 사람이었고 늘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감정에 어쩔줄 몰라하는 열살짜리 어린 여자애같은 나를 그는 황당해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 덕분에 오랜만에 가슴이 무척 설레였고 많은 날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실배실 웃었었다.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였는데, 마치 헤어진 연인들처럼 그 후로 만나지 않는다. 늘 말로는 한번 봐야지..한번 봐야지..하면서도 만나지지 않는다. 나는 그가 좋아했던 똑똑한 모습으로 다시 그를 만나고 싶다. 언제고 다시 그를 만나면 본인이 지진희와 닮은 것 같지 않냐고 직접 물어볼 생각이다. 그는 분명 그러겠지.. "내가 훨씬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