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저녁으로 알밥을 먹었다. '공기밥'과 '알밥'으로 구분되는 식사중에 '알밥'에 손을 들게 될 줄이야...
나는 원래 작은 사이즈의 '생선알'은 징그럽게 느껴져서 먹지 못했었다. 그 조그만 것 하나하나가 생명(?)이라는 생각에 잔인하게도 느껴졌고...
덕분에 식당 메뉴에 알밥이 나오면 아주머니가 한숟가락 알을 퍼넣기 전에 재빠르게 "알 빼주세요" 소리치며 풀만으로 구성된 밥을 먹곤했다. 같이 먹는 사람들은 "그 알을 받아 날 주지" 원망했지만 일단 밥위에 얹으면 산산히 부서지는 그 잔해들을 골라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알'을 먹게 된건 어느날 아는 사람이 쏜다길래 들어간 '캘리포니아 롤'집에서였다. 메뉴에 나온 사진을 보고 알이 없을거라 생각해서 시켰더니 온통 알투성이였다.
아..이를 어쩌지 어쩌지.. 다시 아저씨에게 주문한다면 그날의 쏘기로 한 사람이 나를 백만번쯤 째려볼것이고 그렇다고 굶자니 이 자리가 너무 억울하고... 가장 알이 적은 롤을 골라 조심스레 씹어봤다. 앗..터진다. 느낌이 이상하다. 한때 유행했던 '톡톡캔디' 부스러기를 먹는 것같기도 하고 짭짭하기도 한 것 같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하나 더 먹었다. 그래서...지금까지 안먹던 알을 먹게 되었다.
음...다시 어제로 돌아가서 뚝배기에 담긴 알밥을 받아들고 나니 "뜨거우니 조심하시라"는 말이 들려온다. 지글지글 소리까지 나는 뚝배기 속 밥을 비비는데..알들이 튀는 것 같다.. 다시 나에게 한계가 찾아온 것인가. 가뜩이나 작은 알들이 뜨거운 뚝배기에 닿아 익어가는 모습이 유쾌하진 않다. 투명하고 형광빛일때보다 하얗고 분홍색 불투명 물체로 변해가는게 "이건 알을 두번 죽이는 짓이야.." 이렇게 외쳐대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잠시 망설이지만 입에 넣어보니 뭐..똑같군... 하하..나는 이제 알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는 알의 비중이 매우 높아보이는 '알초밥'을 먹어봐야겠다. 좀 커 보이는 알로 된 초밥도 있던데 그때 되면 다시 한번 망설이지 않을까.
안 먹던 것을 먹으니 내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끔찍히 싫어하는 음식중에 '건포도'가 있는데, 아주 가끔씩 다시 먹어봐도 "기분이 나쁘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어정쩡한 맛이 아닐까 싶다. 단것도 아니고 쫄깃한것도 아니고...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싫어하는 모든 요소를 갖춘 듯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건포도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며 '괜찮네'라고 할 날도 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