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마세요]

퇴근하는데 비가 생각보다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쯤 배송되었을것 같은 책을 찾으러 편의점에 가려다가 가디건까지 껴입어도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에 그냥 김밥 한줄 사들고 집에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도 공기는 차갑다.  보리차를 뜨듯하게 데워 김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어리숙한 약사와 사기 전과범 여자의 결국은 사랑한다는 이야기. 어리숙하다는 면에서 강동원은 딱 맞는 자리에 서있다. 큰 키와 마른 몸, 그리고 쌍거풀이 있는 큰 눈.. 꿈벅꿈벅하기만 해도 "어리숙"이라는 단어가 각인되어버리게 한다. 이야기는 때때로 우습고, 때때로 찡하기도 하다. 완성도있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시간아깝다는 느낌도 들지않는건 영화 자체가 소박하기 때문인듯하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나와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강동원도 나중에는 변했을까? 김하늘은 사기를 정말 치지 않게 된걸까?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하면 충격을 받기도 한다. 자신도 변하면서 상대방이 변하는 모습은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빨리 변해 그 사람이 변하는 것을 못 느낄지언정,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에 당황하기는 싫다. 그런 면에서... 몇 십년을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인정해야 하는 동반자를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찾은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느낌, 나는 언제쯤 느껴볼런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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