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동기가 공연이나 보러가자고 했었다.
그당시 내 머리에는 온통 초콜렛 문제로 가득차 있었기때문에 절대로 갈 수가 없다고 했었다.
그는 일년에, 아니 언제 다시 할지 모르는 공연이라며 같이 가자고 계속 졸랐지만
평생에 다시 못볼 공연이라고 해도 그때의 나에게는 초콜렛이 더 중요했었다.
그런데 며칠전 고기를 구워먹으며 그 동기가 말했다.
"그때 그 공연 또 하는데 표를 예매했어"
"아니, 일년에 한 번밖에 안하는 공연이라며?"
"그러게 근데 또 공연을 하더라고"
천연덕스러운 그의 말이 웃겼다.
"같이 갈 사람 없으면 내가 같이 가줄까?"
그때의 일이 내심 미안해져서 선심쓰는 척하며 물어보니 그는 이렇게 말을 흐린다.
"글쎄.. 이렇게 무작정 표를 예매하면 항상 누구랑 같이 갈지 기대가 되는 재미가 있더라"
'뭐야..이번에는 같이 갈 사람이 있나보구만'
역시나 다를까, 한 잔 두 잔 들어가는 술에 요즘의 관심녀가 등장했다.
오늘 오후. 메신저가 깜박였다.
"오늘 별일없지? 공연 오늘이야"
"뭐야~ 같이 갈 사람 못 찾았어?"
"무슨 소리야~ 너랑 가려고 다른 사람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어"
하하 이런 깜찍한 아저씨를 봤나.
스무살이였으면 속아줬을까. 아니면 새초롬했을까.
영화도, 공연도 절대 남자끼리는 못간다는 이 아저씨를 위해
벌써 오년째 간간히 후보선수로 뛰고 있는 서른살 나는 즐겁게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간단히 분식집에서 밥을 먹고 공연장을 찾아갔다.
한 백명쯤 들어오면 꽉 차는 조그만 공연장이였고 다섯번째로 입장했다.
책갈피크기의 약간 어설픈 티켓에는 "화이트데이 특별 공연" 이라고 써있었다.
음...그래서 입장할때 추파춥스를 준 것일까?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삼십분이나 더 기다려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오늘 "슬로우 쥰"이라는 가수를 처음 들었고 처음 보았지만
음악도 편안하고 얼굴도 편안한 이미지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아니, 오랫만의 공연이 너무 즐거웠다.
통기타와 조용한 노래, 훌륭한 휘파람 소리도 좋았고,
후반부에 추가된 미니드럼?과 베이스의 울리는 소리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기교없이 부르는 간결한 노래에 가슴이 뚫리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슬로우쥰의 수다도 꽤나 재미있었는데, 그의 말 중에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 있었으니..
"저희 매달 하는 바람부는 목요일 공연, 다음달에도 많이 와주세요~"
결국 이 공연은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였다.-_-
공연이 끝나고 나오며 동기는 자기덕에 문화생활한거라며 고마움을 강요했다.
무슨소리냐며, 버릴뻔한 티켓 내가 구제해준거 아니냐고 받아쳤지만 사실은 진심으로 고맙다.
덕분에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우울할뻔했던 화이트데이(사실은 화이트데이 전날이지만)를 즐겁게 기억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