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모처럼 한가하다.
한 달전 막막하게 시작한 준비도 어느덧 굵직한 것들은 다해간다.

문득 가슴 속의 추억을 꺼내본다.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잠잠히 머무르게 되버린 것.
하지만 여러가지 추억들 중에 가장 새 것이라 아직은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는 것.


달큰하다.


가질 수 없어서, 말하지 못해서 남아버린 그 느낌은 그저 달큰하다.
끔찍할뻔한 서른 살의 봄을 설레게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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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화를 냈다.

화를 내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다정하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업무적인 일로 화를 낸다는 건 쉽지 않다.


전화를 끊고 혼자 있게 되면 곰곰히 생각해본다.

정말 화를 내는게 옳았던 것일까?

내 욕심에, 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면서

업무때문이라, 모두를 위한 옳은 일이라 생각해버린건 아닐까?


그와 함께 일을 하는 8개월간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었다.

화를 낼 일이 없었던 건 아니였지만

그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은 마음에 그랬었다.


이젠 그가 곁에도, 내 마음에도 없기에 나는 다시 까칠한 나로 돌아가버렸다.


어깨가 축 쳐진채로 앉아있는 나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엔지니어는 다가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묻는다.


나는 당신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도, 당신도 나처럼 개인적인 삶을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나는 꼭 나의 되먹지 못한 고객들처럼 당신네 사정을 알 바가 아니라 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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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퇴근해서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심장이 울렁거렸다.
얼굴을 가까이서 보자 왜인지도 모르게 애틋함이 넘쳐 눈물이 나려고도 했다.


우리는 요즘 바쁘다.
그저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대며 좋아하거나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내일은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기보다는
일정을 계획하고 모든 이의 의견을 조율하고 제 3의 누군가를 만나야했다.

며칠전 그의 집에 다녀오던 날,
엄마는 나에게 그에 대한 내 느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으셨다.

사실 별 문제는 없었다.
깐깐한 어른이 계셨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못마땅한 얼굴도 아니였다.
오히려 내가 불편할까봐 모든 분들이 신경을 써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물음에 대한 내 답은 엉뚱하게도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었어" 였다.

엄마는 철없는 내 대답에 웃기만 하셨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의 칭찬으로 일색하는 분위기에 경쟁심을 느꼈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한없이 공손해지는 내 태도가 못마땅했을까.
분명히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인데,
나아닌 다른 이같으면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했으리라는 오만함때문일지도.

결국 그날 저녁 통화에서 무엇인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기도 하고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그를 나무라기도 했다.
그는 말없이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조금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그를 만났을때 그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말은 평상시처럼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 어두워진 느낌
그 느낌을 못알아차릴리 없는 내가 조금 침울해지고 또 그것을 알아차린 그도 그렇고..


무거운 하루일과를 마치고 퇴근 후 잡는 그의 손은 나를 울렁거리게 했다.
내가 자신을 보며 웃으니 그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좋지?
-응
-어제는 쥐어박아주고 싶다며, 오늘은 괜찮아?
-응
-내가 제일 좋지? 어디 가면 안돼
-내가 어딜 가? 여기 있지

그제서야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보면서 아침의 어두운 표정이 나때문이였음을 깨닫는다.


나는 그가 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아 좋았다.
그라면 내 곁에 있어도 온통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독립된 나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이제 연애에 능숙해졌기 때문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간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안정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기 위해 그만큼 본인은 흔들거리는 마음을 참아야 할지도 모른다.

마음에 안들면 다다다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나에게
자신도 서운한 감정이 생기기도하지만 그 순간에 같이 그러면 서로 마음만 상할 뿐이라며 웃는 그를 보며
만약 어느 한쪽이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강압적으로 누르거나 철없이 삐치지 않고도
우리가 이 예민하고 힘든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다면 모두 당신 덕분일거란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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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질린다는건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었기 때문일거다.
지난 한달동안 회사에 질려버렸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작업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서너 명이 하던 업무를 혼자 해야한다는 것.
그런 일이 나와는 전혀 합의되지 않은 결과라는 것.

질리고 질렸다.
매일 아침마다 회사가는 게 싫었으며
사무실에 앉아서도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신경이 곤두섰다.

주말이 박탈당한 주 5일제 회사.
인간존중이 기업목표라던 회사의 횡포.
자기일이 아니라며 어깨만 으쓱하는 팀장.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른 척한 팀원.
무작정 후려갈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때 고삐는 느슨해졌다.


이제 오늘만 출근하면 휴가와 교육이라는 명목아래
열흘이 넘는 자유를 얻는다.

아직 반나절이나 남았는데 벌써 마음은 회사밖으로 달려가고 있다.
열흘 후에는 이 질림도 치유되어 다시 일할 마음이 생기기를...
별로 그럴 것 같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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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내게는 참 그런 사람
바보인 날 조금씩 날 바꾸는 신기한 사람
사랑이 하나인 줄 사랑이 다 그런 줄
알았던 내게 그랬던 내게

당신은 참 내게는 참 그런 사람
초라한 날 웃으며 날 예쁘게 지켜준 사람
모든 게 끝이 난 줄 모든 게 날 잊은 줄
알았던 내게 그랬던 내게...

성시경-당신은 참..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어떤 인연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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