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퇴근해서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심장이 울렁거렸다.
얼굴을 가까이서 보자 왜인지도 모르게 애틋함이 넘쳐 눈물이 나려고도 했다.
우리는 요즘 바쁘다.
그저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대며 좋아하거나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내일은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기보다는
일정을 계획하고 모든 이의 의견을 조율하고 제 3의 누군가를 만나야했다.
며칠전 그의 집에 다녀오던 날,
엄마는 나에게 그에 대한 내 느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으셨다.
사실 별 문제는 없었다.
깐깐한 어른이 계셨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못마땅한 얼굴도 아니였다.
오히려 내가 불편할까봐 모든 분들이 신경을 써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물음에 대한 내 답은 엉뚱하게도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었어" 였다.
엄마는 철없는 내 대답에 웃기만 하셨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의 칭찬으로 일색하는 분위기에 경쟁심을 느꼈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한없이 공손해지는 내 태도가 못마땅했을까.
분명히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인데,
나아닌 다른 이같으면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했으리라는 오만함때문일지도.
결국 그날 저녁 통화에서 무엇인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기도 하고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그를 나무라기도 했다.
그는 말없이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조금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그를 만났을때 그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말은 평상시처럼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 어두워진 느낌
그 느낌을 못알아차릴리 없는 내가 조금 침울해지고 또 그것을 알아차린 그도 그렇고..
무거운 하루일과를 마치고 퇴근 후 잡는 그의 손은 나를 울렁거리게 했다.
내가 자신을 보며 웃으니 그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좋지?
-응
-어제는 쥐어박아주고 싶다며, 오늘은 괜찮아?
-응
-내가 제일 좋지? 어디 가면 안돼
-내가 어딜 가? 여기 있지
그제서야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보면서 아침의 어두운 표정이 나때문이였음을 깨닫는다.
나는 그가 내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아 좋았다.
그라면 내 곁에 있어도 온통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독립된 나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이제 연애에 능숙해졌기 때문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간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안정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기 위해 그만큼 본인은 흔들거리는 마음을 참아야 할지도 모른다.
마음에 안들면 다다다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나에게
자신도 서운한 감정이 생기기도하지만 그 순간에 같이 그러면 서로 마음만 상할 뿐이라며 웃는 그를 보며
만약 어느 한쪽이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강압적으로 누르거나 철없이 삐치지 않고도
우리가 이 예민하고 힘든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다면 모두 당신 덕분일거란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