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인의 자화상] “상식 무너진 집값…돈모아 사려다 이 모양”
입력: 2007년 06월 12일 18:03:20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사람이 있다. 세입자들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집기가 부서졌다는 집주인의 타박, 한 번에 수천만원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으면 내 집을 가져야겠다는 욕망이 더 불타오르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절망적이다. 지난 5월2일 경향신문사에서 세입자 임상복·문종도·김성준씨에게 설움과 꿈, 좌절을 들어봤다.

김성문, 임상복, 문종도씨(왼쪽부터)가 5월 2일 경향신문에서 전세 살이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남호진 기자>

사회(최우규기자)=세 사는 이들은 한결같이 ‘서럽다’고들 하죠.

김성준=제 경우 처음 세를 삽니다. 빌라형 주택 3층인데, 학교 근처라서 얻었죠. 이사올 때에는 집이 깨끗했지만 살면서 창문에 이슬이 맺히고, 벽지가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했는데, ‘싫으면 나가라’고 했어요. 형편에 맞춰 들어왔는데, 서럽더군요. 힘들어도 참고 살 수밖에요. 결국 고칠 일이 있으면 내가 부담해서 고쳐요. 변기가 고장나면 내 돈 몇 만원을 들여 고치고 그랬죠.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서 학교 근처에 있는 집이라 참고 살고 있어요. 집사람은 곰팡이 생기고 불편하니까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하는데 전셋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죠.

임상복=애들이 대학생이라 등록금도 많이 들고 집사람은 당뇨병을 앓고 있어요. 그러니 집값 올려달라고 하면 참 힘들대요. 전세 사는 서러움은 서민만이 알아요. 집을 크게 옮기고 싶어도 돈을 빌리려면 ‘보증을 내세우라’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예전에 수도나 전기 계량기가 가구마다 달려 있는 게 아니라 하나로 된 집에서 산적이 있었죠. 그러면 쓴 만큼 내게 해야 하는데 집주인은 조금만 내고 세 사는 사람에게 더 물려요. 자기들은 식구도 많고 더 쓰면서. 공평하게 내자고 했더니, ‘나가면 될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별 사람이 다 있어요.

문종도=저는 결혼한 지 5년쯤 됐고 두 번 이사했는데, 다 집주인 잘 만나서 별 고생은 안했어요. 그래도 한번은 전세비를 2000만원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서민에게 작은 돈입니까. 돈을 구하지 못해 작은 집으로 이사가면서 ‘집을 사자’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사회= 모두 ‘나도 집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가요.

임상복=지금 애들 뒷바라지가 급선무예요. 졸업해 사회에 나가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졸업시키는 게 우선이죠. 사실 집값 뛰는 거는 지금으로서는 차후 생각입니다. 먼저 학교 마치고, 아들 대학 2, 3학년인데 한 명은 휴학하고, 등록금 벌어서 다녀요. 한 명은 학교 그만두고 ‘군 장교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배울 때 시기 놓치면 평생 가도 못한다’고 말렸어요. 부모로서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집 사는 거는 뒷전입니다.

김성문=저는 산술적으로 집 사는 게 불가능해요. 서울에서 30평 되는 아파트가 2억원쯤이라면 해볼까 생각도 하지만, 현재 평당 3000만원, 4000만원이면 지금 전셋값 갖고 2평 정도 겨우 살 수 있습니다. 집을 사고자 하는, 돈을 벌어서 발전해보려고 하는 동기부여가 안되는 거죠. 젊으니까 그냥 전세 살고, 나중에 지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고향이 지방이라, 직장을 지방으로 옮길 수 있다면 가려고 해요. 그래도 지방에서 집 사는 거 아직은 가능할 거 같으니까요. 집사람이 대학 동기인데 학원 강사로 돈벌어 살고 있습니다. 집 문제는 집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어요. 집사람이나 저나 아이를 갖고 싶은데 그런 게 걸려서 못 갖고 있습니다.

문종도=박사학위 따려면 얼마나 남았어요.

김성문=수업은 마쳤고, 논문만 남았어요. 통상 2년 정도 걸려요. 애를 낳으면 누군가 양육해줘야 하는데 친가는 경남, 처가는 전남에 있습니다. 집사람이 천상 돈을 벌어야 하고. 1년 뒤 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러니 애를 갖는 게 엄두가 안 나요. 내 여동생은 벌써 애를 낳았는데.

문종도=저는 결혼한 지는 5년 정도 됐고, 졸업해 사회생활한 지는 7년 됐어요. 올해나 내년에 대출 1억원 정도 받아서 아파트 분양 받으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틀어졌어요. 지인들에게 돈 빌려줬다가 그게 묶여 버렸죠. 또 딸, 아들 한 명씩 있는데 애들 교육하면서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참 어려워요. 그래도 3~4년 내 아파트 분양 받으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집을 사기보다는 30평대로 시작하려는데 지금은 여력이 안돼요. 그 정도 분양 받으려는데 4억~5억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집값이 계속 올라 답답해요.

임상복=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희망도 있고. 저는 지금까지 전세 6번을 옮겼어요. 골방 같은데 4식구 살고, 햇볕도 잘 안 들고 그래요. 그런데 평당 3000만원 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줄 선다, 딱지 값이 얼마니 그런 거 들으면 정신이 핑 돌아요. 상상도 안되고, 남의 나라에 사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김성문=진짜 왜 이렇게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임상복=현 정부가 결과적으로 바람만 잔뜩 넣고 ‘붐’만 이루고, 말한 사람은 책임도 안 지고 그러는 거 같아요. 결국 제일 어려운 사람이 피해를 입지.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잡았을 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임상복씨는 여기서 말을 잠깐 끊고는 담배를 빼물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서민은 답답해요. 먹고 살게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돈 벌다 몇 번 어려움 겪으니까 속절없더라고요. 사람이 돈에 여유가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무슨 일이 생겨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뭔가 계획을 세우고 일을 열심히 해서 ‘목표가 저긴데’ 하다가 급한 일이 생겨 자꾸 어려워 지고. 또 집사람이 당뇨병으로 지난 1월 쓰러지면서 일 손 놓고 간호하지….

사회=꼭 집을 소유해야 하나요.

임상복=남의 집에 살면 ‘나가라, 돈 올려달라’ 그런 구애 받아야 하고, 싫은 소리 들어야 하죠. 밤에 들어갈 때에는 발자국 소리도 못 내고. 내 집이면 그런 거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죠. 여름에도 속옷 차림으로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고.

김성문=계약이 끝나는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전세냐 자가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기성 세대가 문제죠. 저는 지금은 굳이 집을 사야 하나 하고 생각해요. 돈도 문제지만, 그 돈을 갖고 교육비같이 다른 것에 쓰면서 전세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께 이런 말씀 드렸더니 ‘너도 나이 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문종도=우리나라에서는 집을 가진 게 무조건 유리하고 이익이 남기 때문이죠. 집이 없으면 불이익이고요.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어져 온 거죠. ‘집 가지는 게 별 이익이 안된다’는 신호가 신뢰성 있게 지속되면 그런 움직임이 바뀌겠죠. 지금은 돈을 다 털어 집에다 ‘올인’하는 구조죠.

사회=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임상복=제도적인 문제라고 봐요.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서 집 늘리고 사고, 서민들은 없어서 못 사고, 산 뒤에도 세금 같은 것을 못 내면 과태료 내고 누진세 내고. 없는 게 죄죠.

문종도=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하고, 취득과 양도 단계에서의 정책들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야 돼요. 거래가 위축된다고 규제나 완화하고 그러지 말고.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대다수 국민은 집값 안정을 바라죠. 정책을 일관성있게 하고, 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정책은 보완해서 확실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고요. 지금은 돈이 없어도 일단 사놓고 계약금만 치르면 대출이 되니까 사는데, 이런 점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대출 규제 같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하고. 우리 인구도 점차 준다고 하는데, 언젠가 집값은 잡힐 거라고 봅니다.

김성문=최근 집값이 몇% 내렸다는데 너무 느리게 내려요. 우리 주택에 대한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돈 빌리고 해서 어렵게 산 사람들이야 억울할 수도 있지만…. 우리 소득 수준과 다르게 너무 올라가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죠.

전세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는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사 사무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임상복=새벽 5시30분 인력시장에 나가보면 답답한 풍경이 많이 벌어집니다. 아침 8시30분 넘어서도 일 못 잡은 그날은 공치는 거죠. 새벽같이 나와서 다시 가방을 싸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기가 막힐 겁니다. 소주나 막걸리 사서 계단에서 마시더군요.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일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무일푼으로 가서 ‘회사가 어려워 돈을 못받았다’고 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 집값은 황당하기만 한 거죠.

김성문=친구들 보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더라고요. 1억5천만원 빚내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고. 한달 이자만 70만원인데도, 후회하지 않아요. 집 값은 오르니까 나중에 팔면 적어도 이자 값은 한다는 거죠. 저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은 서울 친구들이 부러워요. 출발부터 다른 거죠. 서울에 부모님 집이 있는 친구들은 거기서 출발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게 준비하지만, 지방에서 온 친구들은 그러지 못하고, 아직도 하숙하는 친구도 있어요. 빚내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어떻게든 융통하면서 전세에 들어가는 겁니다. 집 문제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친구도 있고. 전세가 워낙 비싸니까요. 집 문제로 헤어지는 커플도 있어요.

임상복=서민은 장기 계획 세우기가 힘들어요. 부동산 가격 오르는 것을 전혀 못 쫓아가고. 누구든 집 하나 장만하려고 10년 계획을 세우고 그러는데, 융자 얻어 이자 주고, 은행 좋은 일만 시키는 거예요.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집 값을 잡아야지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서민이 살 수 있어요.

문종도=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호응을 얻은 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반칙이 안 통하는 사회’를 이야기해서였어요. 공정한 룰 바탕 위에서 경쟁하는 것인데, 부동산 문제에서는 박탈감이 심해요. 땀을 흘려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고 선택 하나 차이로 처지가 달라지는 겁니다. 집값 오르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샀느냐, 아니면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느냐, 그 차이죠. 믿고 기다린 사람만 손해를 본 겁니다. 정직하게 땀 흘려도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게 문제예요. 예전에 집사람과 맞벌이를 했는데, 지금 집사람이 직장은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안 그러면 집은커녕 자녀 교육시키기도 어렵죠. 딜레마예요. 맞벌이 하면 얘들을 돌봐주지 못하니 교육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고.

임상복=인구가 준다고 정부에서는 애를 낳으라고 하는데, 서민들 사정은 그렇지 못한 거죠.

김성문=예전에 대학원 다니면서 강남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에 보니 얘들이 겉으로라도 예의 바르고 똑똑하더군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식을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강북 지역 어디에선가 강사할 때에는 안쓰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랑을 못 받은 애들 같은 느낌이죠. 먹고 살기 힘들어 맞벌이하느라고 부모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직장이나 집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문제가 계속 파생되는 것 같아요. 전셋값을 벌려고 맞벌이를 해야 하고, 그럼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임상복=정부는 인구가 준다고 애를 낳으라는데, 집 문제가 해결도 안되는데 애 낳으란다고 낳겠어요? 잘 살고 못사는 거는 자기 능력이고 노력 문제지만, 부모 입장에서 ‘나는 못살아도 자식에게는 잘 해줘야 한다’는 게 도리라고 생각들 하고 있어요. 예전에 ‘숟가락 젓가락만 들어도 애 낳는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런 세상입니까. 택도 없지요.

김성문=그게 지방자치단체간에서도 세금 문제를 놓고 말 나오고 그러니까….

문종도=내가 보기에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도 3분의 1은 ‘세금 그냥 내고 말겠다’고 하고, 3분의 1은 ‘이거 내야 하나’ 하고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3분의 1은 어려운 사람일 수 있어요. 시가로 20억원이 넘어도 가진 게 달랑 집 한 채 있는 분도 있고. 보유세도 그 없는 3분의 1 되는 사람에게는 심한 압박이죠.

사회= 스스로 이념성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종도=학교 다닐 때 사회 문제에 관심도 있었고, 진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진보적이지만, 사회생활 하다 보니 진보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회 경영과 운영 측면에서 보수가 있어서 안정과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사회가 균형적으로 가죠. 제가 말하는 보수는 ‘자기 것’만 지키려는 ‘수구’와는 다르죠.

임상복=저도 나름대로 진보적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이런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꺼려지네요. 그런 이야기하자면 남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니까.

김성문=저는 젊지만, 말하자면 보수 쪽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건강한 보수’를 지지합니다.

사회= 정치, 대통령 선거에 관해 관심이 많습니까.

임상복=집 문제보다는 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젊은 사람이나 나이 먹은 사람이나 능력이 있으면 일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지금 여권에서 후보가 나오면 찍어줄 겁니다.

문종도=‘정직하게 땀을 흘려 노력한 사람이 그만한 대우를 얻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게 해야 합니다. 한 탕 잘 하거나, 베팅을 해서 재산을 일구는 방식이 통용돼서는 안됩니다. 그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게 부동산 문제라고 봐요. ‘광풍’이라는 게 계속되면 정말 안됩니다. 로또나 부동산 투기판이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김성문=우리 국민은 교육을 잘 받았고, 상식이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은 저러다 잊어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선거 직전의 여론만 무서워 하고. 지금 후보 중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나은 것 같습니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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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라 > 학자들의 취미생활

 

 

Doh!


Of course they'd rather sit back with Plato's Symposium or Frege's theorem, but intellectuals have some less elevated tastes, too - cable TV wrestling or rap, anyone? Philip Oltermann confers with some great brains about their guilty pleasures

Saturday February 3, 2007
The Guardian


James Wood, literary critic, Harvard professor
Car magazines

I'm very fond of car magazines. Whenever I am over in Britain, I pick up the best one, which is, appropriately enough, just called Car. A typical feature in Car seems to involve taking a BMW, a Mercedes and a Jaguar for a triumphantly gratuitous spree across France, Switzerland and Italy. There is much talk of hairpin bends and switchback Alpine roads, and slight but manageable understeer. The writing is perky, sybaritic, deliciously technical. I moon over the lavish shots of the car interiors - the excitement of all those dials, which stare back like multiplied images of one's own excited face. I become a child again. I was one of those children who hoarded facts, and few facts delighted me as much as those about cars. At 13 I could tell you the 0-60 times, the top speeds, the cubic capacity, the brake horsepower of all the fastest and most exciting cars. I still can. As a child, when I couldn't get to sleep, I used to roll my head from left to right on the pillow, and imagine taking a long journey in a fast car - a Jensen Interceptor, a Triumph Stag, a BMW 735i, an MGB V8, a Jag XJS. At 40, I still sometimes do that, though to less effect, alas. But do you know what I drive? A VW Passat estate, with a 1.8-litre engine and a piddling 170bhp. It won't do; I must change my life.

Antony Beevor, historian

Blind Date

Arthur Koestler's satire of academic conferences, The Call Girls (1973), included an extreme leftwing French professor whose secret comfort was to lock his door and retire to bed to read The Three Musketeers while eating chocolate truffles. I sometimes thought of him when I indulged in my own curious vice, which was to watch Blind Date when working out on the rowing machine. This prototype for many far worse versions of humiliation television took my mind off the hamster-wheel boredom of static, indoor exercise. In fact its true awfulness and the glimpses of young macho-macha life in this country proved utterly gripping. The girls were often the crueller, when putting down their artificially selected partners, and it was hard not to feel sorry for the inarticulate and pathetically boastful young males. They could not see how things had changed and how they had become potentially redundant in the brave new world of mass communication to which they had exposed their own pitiful inadequacies.

Anthony Giddens, sociologist

Wrestling

 

 

 

 

I'm a fan of a very disreputable sports programme, one that I like because of its absurdist nature. It is a cable TV offering, featuring American professional wrestling. Watching it is certainly a guilty pleasure because the programme is politically incorrect in more or less every way one could think of. It is Americana at its most extreme, although put on in a knowing way and with a definite element of self-parody. I can't really work out what is going on, which is part of the reason it's addictive. Wrestling isn't a real sport and the contests are in some large part staged. On the other hand, the wrestlers sometimes do serious damage to one another and the losers surely can't always agree beforehand to lose. Do they hate one another as much as they seem to, or are they buddies behind the scenes? I don't know. Even more ridiculous, when there is a commercial break, the programme solemnly informs the viewer, "Whatever you do, don't try this at home." Do they seriously think people would?

Simon Singh, science writer

Deal Or No Deal

Between the guilty pleasures of Countdown and Richard & Judy is the guiltiest pleasure of all - Deal Or No Deal. It is a beautifully simple game which touches on areas of mathematics such as probability and game theory. Indeed, it has much in common with an ancient American TV show called Let's Make A Deal, hosted by Monty Hall, which resulted in the Monty Hall paradox, one of the most famous problems in probability theory.

In addition to the maths, there is a huge dollop of psychology, which leads to players making sub-optimal decisions. The notorious Dealer makes stingy offers, particularly early on in the show, to encourage contestants to continue playing, so mathematically there would be no reason to deal. However, the desire for security means that contestants settle for measly deals - on average players in the first series won ?6,000, whereas they would have won an average of over ?0,000 if they had refused the Dealer's offers and stuck with their original box. Noel Edmonds's idiot belief in cosmic ordering seems to conspire against his contestants. So far the UK has been spared the delight of watching psychics playing the game. When this happened in an Australian edition in 2004, a "gifted" player walked away with just 20% of what dumb luck would typically achieve.

Richard Dawkins, evolutionary biologist, author

Computer programming

I have now kicked the habit, but every so often the craving returns and I must thrust it down and away. But whence the guilt? Isn't programming useful? In the right hands, yes. But my projects (inventing a word processor, machine translation from one programming language to another, inventing a programming language of my own) could all be done better (and were) by professionals. It was a classic addiction: prolonged frustration, occasionally rewarded by a briefly glowing fix of achievement. It was that pernicious "just one more push to see what's over the next mountain and then I'll call it a day" syndrome. It was a lonely vice, interfering with sleeping, eating, useful work and healthy human intercourse. I'm glad it's over and I won't start up again. Except ... perhaps one day, just a little ...

Marcus du Sautoy, mathematician

Football shirts

My guilty pleasure: my number 17 Recreativo Hackney Football Shirt. Every footballer cares about the number shirt they play in. When you get an autograph from Thierry Henry, you'll find he's worked the number 14 into his signature. Beckham has 7 in Roman numerals tattooed on his arm. His move to Real Madrid almost collapsed when Raul said he wasn't going to relinquish his number 7. Arsenal retired the number 8 shirt after the great Ian Wright, Wright, Wright retired.

So when the shirts of Recreativo Hackney get pulled out of the kitbag on a Sunday morning, I wait patiently until the 17 shirt appears, then grab it possessively. As a mathematician, each number has its own special character for me. 17 is a prime number, an indivisible number. The Ancient Chinese thought numbers had sexuality and primes for them were the macho numbers, essential for surviving Recreativo's battles on the Hackney Marshes. Primes are also key to the evolutionary survival of a curious species of cicada that lives in the forests of North America. The cicada exploits a 17-year life cycle to keep out of the way of a predator that stalks. So I take a secret pleasure in the power of 17 to protect me on the pitch.

I know that my obsession with my shirt number is no more than superstitious nonsense and goes against the analytic rational mind that I use the rest of the week. But when my team were languishing at the bottom of the Super Sunday League Division 2, I persuaded them to change our kit and we all now play in prime numbers, from 2 to 43. The next season we got promoted into the first division. That's proof enough for me of the power of number.

John Carey, literary critic, English professor

Nice cup of tea and a sit down

Until a few years ago, re-reading Sherlock Holmes stories was my favourite relaxation. I do it less often now because I know them too well, so there's no surprise. A book I've got fond of recently and often dip into last thing at night is called Nicey & Wifey's Nice Cup Of Tea And A Sit Down, which is helpfully subtitled A Book About Having A Sit Down, A Biscuit And A Nice Cup Of Tea. Its pseudonymous authors are actually Stuart and Jenny Payne, and it is really about biscuits - their varieties, history and characteristics, from Rich Teas and custard creams to Choco Leibnizes and Jaffa Cakes (which qualify as biscuits only disputably). It is funny and, like its subject, undeviatingly cosy and comforting.

Stanley Fish, literary theorist, legal scholar

Country music

Every time I return to it after an absence, I am struck again by the power and integrity of country music. In part it is the lyrics, self-consciously clever ("If I said you have a beautiful body, would you hold it against me?"), alert to and accepting of contradictions ("She's a Saturday night out on the town/Church on Sunday girl"), precise in their observation of small detail ("She left the suds in the bucket and the clothes hanging out on the line"). In part it is the structuring of a narrative (usually unabashedly maudlin) by a line that gradually changes meaning, as when George Jones sings, "He stopped loving her today", and reveals in the last verse that he has stopped only because he is dead. In part it is the affirmation and exploration of a raunchy Christianity that holds drinking, cheating, criminality and Jesus in a volatile and energising mix. In part it is the extraordinary musicianship of pianists, fiddlers and guitarists who bear comparison to members of any symphony orchestra. And most of all it is the fact that when I'm in the car searching for something to listen to, the sound of country music, even in just a few notes, is unmistakable. Country music knows what it is.

Antonia Fraser, historian, biographer

Film stars' autographs

The first one I had was of Gary Cooper in the 40s and I had to cut it out of a fan magazine. My best friend Lucy and I, pouring over Picturegoer - was it? - had agreed to share him as there was a lot of him to share. But I got the photo, and faked a signature "For Toinette". Somehow I didn't think he'd go the full mile of Antonia Pakenham. We loved Gary to distraction and when there was an ugly rumour that he was actually dumb, were both correspondingly depressed. Luckily he soon made a fine statement to Picturegoer about remaining so long at the top of his profession: "People with big feet is hard to move." Call that man dumb!

Many photos later, all treasured and pinned up (sometimes the star even signed it himself, making the Toinette ploy unnecessary), I was interviewed for Life magazine by James Salter. He had just written the screenplay of Downhill Racer for Robert Redford. Now that was a wonderful photograph that followed! RR smiled at me from the wall, all blond hair and merriment for many years.

I move on to Placido Domingo who signed my programme in a restaurant near Covent Garden just above his own photograph, "To Lady Phraser: we like your books". And recently a French friend got me an enormous photograph of the great man, silver-haired now, dedicated to me personally and singing to me out of the frame.

What next? I saw Juan Diego Fl?ez in The Barber Of Seville last week. I'm on the trail ...

AC Grayling, philosopher

Boxing

Boxing should be banned, of course: it causes brain damage, and there is something questionable about the pleasure taken by spectators in watching men hitting one another. And yet... there is also something noble about boxing. In the past it was mainly an aristocratic pursuit. In the Regency period, blue-blooded enthusiasts gathered at Gentleman Jackson's gym in London to learn the art of pugilism inherited from ancient Greece. (Pugilism is boxing without gloves.) Just as Homer celebrated the bare-knuckled contest between Epeus (the builder of the Wooden Horse) and Euryalus on the plain before Troy, and Virgil wrote of Entellus accepting the challenge of Dares by tossing his "brain and blood bespattered cestus" into the ring (a cestus was a fist-strap), so the great William Hazlitt wrote perhaps the finest ever account of a contest in the ring, The Fight.

The solitude of the boxer before his opponent, the stripped-down, unfurnished, essential nature of man pitted against man, in a bare space roped off from the rest of the world, sums up everything about courage. In its way boxing recapitulates something ancient, almost primordial, about human striving, with a rough beauty all its own.

It should, though, be banned.

John Berger, writer and artist

Biking

 

 

 

 

 

 

 

Because you are on two wheels and not four, you are much closer to the ground. By closer I mean more intimate with. Take the surface of the road. You are conscious of all its possible variations, whether it offers a grip or is smooth, whether it's new or used, wet, damp or dry, where there's mud or gravel, where ruts are being worn - all the while you are aware of the hold of the tyres or their lack of it on the varying surfaces, and you drive accordingly.

Bends produce another intimate effect. If you enter one properly, it holds you in its arms, just as a hill points you to the sky and a descent receives you. And speed is of the essence. By this I do not necessarily mean the speed at which you are travelling. The reading on the speedometer is a small part of the story.

The fastness that counts most is that between decision and consequence, between an action and its effect - changing direction, braking or accelerating. Other vehicles may in fact react as quickly or more quickly than a motorbike, but a jet plane, a highly tuned car, a speedboat are not as physically close to your body, and none of them leaves your body so exposed. From this comes the sensation that the bike is responding as immediately as one of your own limbs - yet without your own physical energy being tapped. And this effortless immediacy bestows a sense of freedom.

Denis Healey, politician

French cabaret music

Edith Piaf, of course, is the queen of the genre, but there are others: Yves Montand, Jean Sablon. The only one that came close to it in England is Vera Lynn. My favourite number is a Jacques Pr?ert song performed by Montand called Barbara. "Rappelle-toi Barbara/N'oublie pas/Cette pluie sur la mer/Sur ton visage heureux." I heard it for the first time at the end of the war - I used to go to the cabaret cafes in Montmartre a lot back then. It's a song about the war, or about the emotions that people used to feel during the war: it's about being in love with someone you haven't even met. Songs like these are important: they keep you in touch with life. There is nothing remotely like it nowadays.

Naomi Wolf, writer

Star

My guilty pleasure would definitely be Star. This is a tabloid - a cross between Hello! and the National Enquirer, that is, more malicious than the former but, unlike the latter, features no half-bat children or sightings of Elvis. It is real if trashy journalism. Even though it is 90% escapism for me, I do tell myself it shines a light on what the id of the culture is obsessing about: why Paris Hilton, right now? What does it mean that Brad Pitt redeemed himself so quickly once he provided a father figure to that adorable multiracial brood? Why are shoulder pads back on the starlets on the red carpet? What does it say about the American pulse that the Dixie Chicks (who attacked President Bush) are back in vogue? You can predict election outcomes this way, but it is also just pure sleazy fun.

Elaine Showalter, feminist literary critic

Trinny & Susannah

It's easier to find profound meanings in masculine guilty pleasures such as football or Mastermind, which have grand elements of contestation, than in feminine guilty pleasures, such as shopping or makeovers, which all seem to be about consumerism and vanity. Although women's indulgences may produce more guilt than pleasure, I'll always treasure What Not To Wear with Trinny and Susannah. Unlike other makeover gurus, Trinny and Susannah never demanded extreme weight loss, extensive cosmetic surgery, expensive dentistry, uncomfortable hair extensions or couture wardrobes from the women they instructed. Their advice involved accessible and affordable high-street shops, and the subjects were encouraged to ignore any flaw and focus on every asset. Despite their posh accents, brusque manner and seemingly effortless elegance, Trinny and Susannah had an overall respect and affection for other women that transcended class, age and occupation. And they were willing to expose their own flaws, too, pulling up their tops or tugging down their trousers before the infamous 360-degree mirror to reveal bulges or droops.

Bernard-Henri Levy, philosopher-author

SAS spy novels

I read my first book in G?ard de Villiers' SAS series when I was 16 or 17 years old. His hero is a special agent who for the last 40 years has been going from mission to mission - in Afghanistan, in Libya, in Chechnya - without ageing in the slightest. SAS novels are always built on the same pattern: you can predict the first torture scene down to the page, and you always know that there will be one female character who betrays the protagonist and one who saves him. Most intellectuals in France despise de Villiers - and yet to me this guy is the best journalist around. His reports from areas of political conflict - such as his account of the non-capture of Karadzic in one of his last novels - are more detailed and precise than what I read in the newspapers.

Catharine A MacKinnon, lawyer, writer, feminist activist

Nothing

Ever since a British journalist wrote that I confessed to the guilty pleasure of reading People magazine, I've been trying to figure out what I stood convicted of. Reading, thinking, and writing for a living makes one in need of humanising in some quarters, meaning bringing down. Feeling bad about what you feel good about, or good because you feel bad - a coy wink indicating addiction or lack of intent to stop - fills the bill. Apparently we don't enjoy what we do when we are being intellectual, high thought being one thing, low culture another. Intellectuals' guilty pleasures thus must be low-brow indulgences.

While much scholarship badly needs grounding, and a lot of mental life ignores the body and is decidedly uncreative, mine has participated in creating its own field, centred concretely on relations between women and men, focusing on sexual abuse, often representing the violated. People magazine, for that matter, is also sensitive to ordinary life and class politics, unobtrusively but solidly anti-racist, and pursues animal rights. Pleasure here means having nothing to be guilty about. When what you do is unearned, or others are hurt by it - pornography use, for example, or invasion of celebrities' privacy - pleasure becomes guilty. You rightly dislike yourself for what you like. Some intellectuals have had to fight hard for our work, learn what we know from life as well as books, confront power, and find what we do energising and meaningful. Neither elevated nor predatory, human already, its pleasures are not guilty.

Homi K Bhabha, cultural theorist

Project Runway

There is everything to be learned from your bright and beautiful 18-year-old so long as you can cope with the "likes" that litter her speech, and keep up with the A (Abercrombie & Fitch) to Z (Zara) of high street fashion. All wound up with worries about grades and university applications, Leah relaxed instantly as she watched Bravo network's designer game-show Project Runway: a dozen wannabe Marc Jacobs and Stella McCartneys compete to create a collection for a celebrated label. Yards of silk and taffeta lie wasted on the cutting room floor, but something - perhaps just one thing - witty and lovely emerges. The cut-and-paste technique is as true of working with textiles as it is of writing literary criticism.

Leah's refuge has become my weekly fix. There is life beyond "cords" and cardigans - like hip-hugging Diesel jeans, like Kenzo's slim-waisted Nehru jacket, like Vivienne Westwood's double-breasted pinstripe ... "Dad, you look freaky ... like just stop sucking in!" A little sucking in, a little tuck and nip, a little camouflage provides a whole new persona in academic life. While moderating a panel on "the Metaphysics of Metaphor" in Milan, make sure that you cut short the question period to allow you to wander through the via Monte Napoleone; if you are caught up in a contentious argument on global media in Bombay, concede the point gracefully and dash off to Ensemble; "Baudrillard in New York" at NYU should never keep you from Barneys of New York. Manners makyth a man; clothes complete the process.

Roger Scruton, philosopher, journalist

Elvis

Although I argue vehemently against modern pop music, on grounds of its musical incompetence, verbal impoverishment and general morbidity, narcissism and salaciousness; although I fiercely object to disco dancing as a sacrilege against the human form and a collective rejection of civilised courtship; although I defend reels, minuets, galliards, sarabands and (as limiting cases) waltzes and polkas as the only ways in which ordinary humanity should dare to put its sexual nature on festive display, and although I regard the 12-bar blues and the flattened subdominant seventh as the lowest forms of vulgarity in music, I find rock'n'roll in general, and Elvis in particular, irresistible, and would happily dance away the night to it. I cannot explain the thrill of delight with which I hear the first bars of Jailhouse Rock or the eagerness with which I at once search the vicinity for a partner: but there it is, appalling proof that, despite all my efforts, I am human.

Martha Nussbaum, philosopher

Baseball

When the Chicago White Sox won the World Series in 2005, I was in Japan, lecturing on justice for all the world's people. But all the while, my heart was with my team, my boys: with the heroic strength of Paulie, the heart of Bad Bobby (even larger than his 270lb body) and, not least, the in-your-face manner and indomitable spirit of AJ. I felt it was unfair that I was in Japan talking about justice, rather than at home, where I could be near them. I expressed my annoyance by wearing Sox T-shirts throughout the conference. Their all-black elegance fitted well with the rest of my wardrobe.

I have been a baseball fan since childhood, when my father took me to Connie Mack Stadium in Philadelphia to show me examples of will, excellence and joy. I associate baseball with those values, and with my delight at going to a special event with my father. My father was a working-class man, yet I was brought up in a snooty aristocratic milieu, because that was what he had made his way into. But he secretly communicated disdain for its airs and graces, showing me that the real world was the ballpark, not the Junior Dance Assembly. I love the fact that the White Sox are Chicago's working-class team.

Marcus Aurelius said that the first lesson in ethical impartiality was to learn not to be a sports fan, and I have not learned that lesson, nor do I want to learn it. Pondering that apparent contradiction helps me think better about how we can build a world where we support the urgent needs of people everywhere, while still having something improbably wonderful to love.

Christopher Hitchens, journalist

The Simpsons

I threw out the TV for practical purposes many years ago, and barely ever go to the movies. I do know (slightly) and very much like Matt Groening, and did get my children a tour of the Simpsons set a few years back, but have not seen many episodes. Same with South Park - people say, hey look, they attack the Pope and the Mormons and the Islamists, and I say, "Tell me about it." I do this myself in real time: don't need the vicarious living that seems so central to all this stuff.

 

Steven Pinker, psychologist

Rock lyrics

Just let me hear some of that rock and roll music, any old way you choose it, it's got a back beat, you can't lose it, any old time you use it. I know that classical music is more sophisticated, but - I feel like I'm confessing to a murder - I just don't listen to it. The 1,900 songs on my iPod include jazz, blues, soul, klezmer and country, but the largest single category (49.4%) is rock. In my books, I've analysed rock lyrics for their relevance to linguistics: Bob Dylan's "God said to Abraham, kill me a son" is a perfect example of a benefactive double-object dative construction; Paul McCartney's "She could steal but she could not rob" illustrates a subtle contrast in lexical semantics. I've also used them to exemplify features of human nature: Jim Croce's "You don't mess around with Jim" explains the psychology of reputation; John Lennon's "I want you so bad it's driving me mad", though hardly the most poetic expression of endearment, encapsulates the logic of paradoxical tactics in courtship and similar problems of binding one's implicit promises. Still, I can't say that my musical tastes are driven by my scholarly passions. In the words of a certain poet and philosopher: it's only rock'n'roll, but I like it.

Tariq Ramadan, theologian

Rap

It was originally my 20-year-old daughter who got me into rap music. Now I listen to it at home and when I drive to or from work. I like American rap, but I particularly love the French rappers MAdina and IAM's Philippe Fragione aka Chill Phil aka Akhenaton. Their music is very socially engaged: they criticise injustice, war and racism within European society. Their voice is that of revolt and resistance.

During my work at grassroots level, I have met a lot of young people in the suburbs of France who connect strongly with the message of legitimate violence in rap lyrics. Music allows them to express sentiments that would otherwise erupt in actions. Of course, as in any genre, there are heroes and villains in rap music: a lot of it is just about fashion and mindlessly violent machoism.

I have never been to a rap concert, and I have never rapped myself, but as Picasso said, it takes a long time to become young.

Lewis Wolpert, biologist, author

Cartoons

I await each week for the pleasure that the arrival of my New Yorker magazine will give me. I rarely read it - it is the cartoons that I love. The cartoons in this magazine provide a special view of the world, and often it is my special world. One of my favourites is of someone like me, a bit elderly, going into a room and saying, "Oh dear, grown ups." And on my kitchen wall over the title "Low Self-esteem" is a man writing, "Dear diary, sorry to bother you again."

Frank Kermode, literary critic

Cribbage

My father taught me to play cribbage when I was a child. But it wasn't until the six years I spent in the navy that I started to play cribbage obsessively. I remember being on a ship that was meandering aimlessly around the Pacific for several weeks. The dentist and I had a lot of time on our hands and passed it with games of cribbage. I won most of the time. I now have a cribbage game on the PC in my office, which has proved an excellent means for putting off work. Unlike the dentist, the computer wins most of the time. I suspect it's cheating.

 

Edward O Wilson, naturalist, scientific theorist

Horror movies

I like science fiction horror movies, especially those involving alien invaders. I am a big fan of the classics - War Of The Worlds, the original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and Forbidden Planet - but I also like more recent films, such as Independence Day,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or even the recent remake of War Of The Worlds. At the top of my list, however, is the second film in the Alien series, the best sci-fi horror of all time.

These films play on basic archetypes of the human psyche (predators out there in the dark, and invaders of our territory, etc), so it's OK intellectually to like these movies (I tell myself). There. Now that I've publicly confessed, I feel better.

Steve Jones, evolutionary biologist

Estate agents

I have a voyeuristic interest in estate agents. From window to website, in many parts of the world, I dream about houses that I could never afford to buy. A French castle or a Manhattan loft: a Greek island or an Anatolian estate; an Islington Georgian or something futuristic near Aberystwyth - all have the charm of being mere fantasies and at least they comfort me when I get home to Camden Town and find that I have been burgled yet again.

Slavoj Zizek, Slovenian sociologist, cultural critic

Military PC games

 

 

 

 

 

 

 

 

 

 

 

 

 

I play them compulsively, enjoying the freedom to dwell in the virtual space where I can do with impunity all the horrible things I was always dreaming of - killing innocent civilians, burning churches and houses, betraying allies... Plato was right: there are only two kinds of people on this earth, those who dream about doing horrible things and those who actually do them.

My favourite game? Stalin Subway, a Russian one: Moscow 1952, the player is a KGB investigator, called by Stalin Himself to unearth the plot to kill Stalin and other members of the Politburo. One can arrest and kill suspects at one's will. If one wins, one gets a medal from Stalin and Beria! What more can one expect in this miserable life?
 

 

헉헉 괜히 알라딘 상품 넣기를 하기로 해갖고...;; 하여튼 존 버거랑 슬라보예 지젝은 정말 많이 뜨는군요-_-;;

영국신문이라 그런지 그쪽 사람들이 많은 듯 하고 특히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 분야 인물들이 눈에 띄네요. 

대학중앙도서관홈페이지랑 알라딘 상품넣기 검색을 둘 다 해봤는데 가끔씩은 알라딘 것이 더 검색되네요...;;

앤서니 기든스,안토니아 프레이저(헤롤드 핀터의 아내라네요..),호미 바바, 크리스토퍼 히친스, 로저 스크루턴,

에드워드 윌슨, 슬라보예 지젝 등의 취미가 재밌군요. 특히 지젝은 왠지 정말 지젝스러운 ㅋㅋ

사실 무엇보다 친애하는 천 모군이 Tariq Ramadan의 취미를 보아주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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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지식인들의 망명'에 도움을 준 이들

재출간된 스튜어트 휴즈의 서구 지성사 3부작에 관한 리뷰를 어제 옮겨놓았는데('20세기 서구 지성사의 밑그림') 오늘 학교에 나오다가 잠깐 서점에 들러 3권 <지식인들의 망명>(개마고원, 2007)을 손에 들었다. 1, 2권과는 달리 소장하고 있는 책이 아닌데다가(사실 3권은 기억에도 없던 책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올 무렵엔 이미 절판된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3부작 중 개인적으론 가장 흥미를 갖는 시대이기 때문이다(아무래도 가까운 시대에 흥미를 갖게 된다). 게다가 '개역판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번역도 다시 손질했고 책의 만듦새도 좋은 편이다.

 

 

 

 

나귀님의 페이퍼에서 봤을 때는 초판이 <지성의 대이동>이었는데, 역자후기를 보니까 <파시즘과 지식인>으로 돼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두번 책을 낸 것인가 해서 도서관 소장도서를 검색해보니 <지성의 대이동>(한울, 1983)과 <파시즘과 지식인: 지성의 대이동, 1930-1965년의 서구사회사상>(한울, 1992)이라고 뜬다. 그러니까 처음 나온 <지성의 대이동>이 '대단히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일찍 절판된 이후 거의 10년만에 다시 나오면서 한번 '제목 갈이'를 했던 것. 해서, 출판사를 달리하여 이번에 새로 나온 개정판의 제목 <지식인들의 망명>은 세번째 타이틀이 되겠다.  

어제 읽은 경향신문의 리뷰에서도 최근에 나온 <다른 곳을 사유하자>(푸른숲, 2007)와 같이 읽어볼 것을 권유했는데, <지식인들의 망명>의 목차를 보니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이럴 땐 성찬을 앞에 두고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 기분이다). 하지만 책을 통독할 여유는 없기에 서문만 읽어보려다가 저자가 감사를 표하는 이름들에서 또 '걸려들었다'. 또 몇 자 수다를 늘어놓게 된 이유이다(나의 타협안은 경쟁후보였던 '파슨스 vs 밀스'란 페이퍼를 다음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휴즈의 서문을 읽다가 얼핏 떠오른 그 동네의 풍경을 잠시 들여다본다.

<지식인들의 망명>은 <의식과 사회>(1958)과 <막다른 길>(1968)의 후속편으로 1977년에 출간됐는데(10년 터울로 한권씩 낸 셈이군), 서문에서 휴즈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몇 사람의 이름을 들고 있다. "나의 집필 마지막 해에는, 만약 그들이 나의 원고를 읽었더라면 상당히 중요한 지적들을 많이 해주었을 세 명의 인물을 죽음이 앗아가버리고 말았다."(6쪽) 음, 그러니까 '도움을 준' 이들이 아니라 '도움을 줄 뻔했던' 이들이 되겠다. 그 이름들은 리히트하임(1912-1973), 뢰벤슈타인(1891-1973), 그리고 잉게 베르너 노이만 마르쿠제(1913-1972)이다.

 

 

 

 

"그 중 리히트하임은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나의 지식을 여러 각도에서 풍요롭게 해준 인물이었으며," 게오르그 리히트하임은 루카치 전문가이기도 한데, 그의 책으로 <루카치>(시공사, 2001) 등 여러 권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베버 서클의 마지막 중요인물이었던 뢰벤슈타인은 당시 앰허스트 대학 4학년이던 나를 처음으로 독일 사회사상계로 안내해준 사람이었다." 이 뢰벤슈타인의 책으론 <현대헌법론>(교문사, 1975), <비교헌법론>(교육과학사, 1991)이 번역돼 있다. 법학자 칼 뢰벤슈타인이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또한 이 연구의 중요 등장인물들 중의 한 사람(프란츠 노이만)의 미망인이자 또 다른 한 사람(허버트 마르쿠제)의 부인이기도 한 잉게 베르너 노이만 마르쿠제는 내가 그녀의 신념의 생명력을 충분히 표현하는 데에 그녀와 나의 우정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1937년에 찍은 한 사진을 보니 세 커플이 등장하는데, 왼쪽부터 프란츠/잉게 노이만, 골드/레오 뢰벤탈(리오 로웬달), 허버트/소피 마르쿠제 부부이다. 잉게 노이만(왼쪽에서 두번째)이 미망인이 되고 나서 허버트 마르쿠제(오른쪽에서 두번째) 재혼했던 모양이다. 

찾아보니, 프란츠 노이만(1900-1954)은 레오 뢰벤탈(1900-1993), 허버트 마르쿠제(1898-1979)와 함께 망명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으로서 역시나 파시즘 분석으로 잘 알려진 정치학자인데 1954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단행본 저작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듯하며 <정치이론과 이데올로기 입문>(돌베개, 1984)이 공저로 나와 있다. 그리고 프란츠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던 잉게 노이만은 1956년에 마르쿠제와 재혼했다(그녀 또한 <유럽의 전쟁범죄>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참고로, 뢰벤탈(로웬달)의 책으론 <문학과 인간의 이미지>(종로서적, 1983)과 <문학과 인간상>(이화여대출판부, 1984)이 출간됐었다(같은 책의 두 번역서이다).

 

 

 

 

이어지는 휴즈의 감사. "나의 감사하는 마음은 우선, 계속되는 원고를 세심하면서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타이핑해준 도로시 스킬리 양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며, 두번째로는 박사학위 과정 때 나에게 배운 두 학생 제이와 로빈슨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 이 대목 때문에 페이퍼 아이템을 잡은 것인데, 여기서 두 학생 제이와 로빈슨은 각가가 마틴 제이와 폴 로빈슨을 가리킨다. "나는 그들의 책 <변증법적 상상력>과 <프로이트 좌파>를 4장과 5장의 각주에서 상당히 많이 활용했다."

인문학 서지에 밝은 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이 국내에 번역/소개되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변증법적 상상력: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역사와 이론, 1923-1950>(돌베개, 1979)로 나온 책이고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기도 하다(제이의 책으론 <아도르노>가 출간돼 있고, <시각의 헤게모니>에도 그의 논문이 실려 있다). 공역자 중 한 사람인 황재우는 시인 황지우의 필명이다. 그리고 <프로이트 좌파>는 <프로이트 급진주의>(종로서적, 1981)라고 번역된 책으로, 빌헴름 라이히, 게자 로하임, 허버트 마르쿠제에 대한 유익한 입문서이다.

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데, 마틴 제이의 '20세기 프랑스 사상에서 시선의 절하'란 부제를 갖고 있는 <내려뜬 눈(Downcast Eyes)>(1993)이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다룬 학위논문에 이어서 스승의 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지성사 탐구의 역작이다. 분량이 만만찮지만 마틴 제이의 책들도 재출간/번역되면 좋겠다...

07. 06. 09.

P.S. <지식인들의 망명> 책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는 '1961년 뉴욕 출생.'으로 시작한다. 바로 옆에는 붉은 글씨로 'H. Stuart Hughes, 1916-1999'라고 써놓고 말이다. 번듯한 표지에 이런 '깔끔한' 오타라니!..

한편, 오늘자 한겨레에는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도서출판b, 2007)와 함께 이 3부작에 대해서도 비중 있는 리뷰가 실렸는데(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14691.html), 어인 일인지 저자를 '스튜어트 휴스'라고 표기했다. 물론 'Hughes'를 '휴스'라고 읽는 건 자유이지만 모든 번역본과 다른 언론리뷰들에서 '휴즈'라고 읽는 걸 굳이 독불장군처럼 '휴스'라고 읽는 배짱은 무엇인지?(존경해주어야 할까?) '베냐민'의 경우도 그러하고, 이게 한겨레의 고집인지 고기자의 고집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가라타니 고진에게 갖다붙인 '삐딱이는 나의 힘!'도 나쁘진 않지만, 보기 흉한 건 어쩔 수 없다(이 리뷰는 '스튜어트 휴즈'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에세이'를 굳이 '에쎄이'라고 적는 창비식 표기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런 게 '진보'라면 그건 '당신들의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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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한국전 망탈리테

학술저널 담비에서 고대 대학원신문에 게재된 기사 하나는 옮겨온다. 어제가 현충일이었지만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57년전 발발한 한국전쟁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보게 하는 기사이다. '전쟁과 함께 만들어진 '한국인이 사는 법''이란 기획기사의 한 꼭지인 듯하다. 실상 여전히 '분단체제'하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한국전은 57년째 계속되고 있다'란 문제의식 자체가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건 아니다. 다만 '한국전 망탈리테'에서 한국인 코드라 할 '사바사바'의 기원을 찾고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기사는 '가설' 수준에서 머문 듯한 감이 있지만). 한국전쟁에 관한 연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하는 듯해서 스크랩해놓는다.

▲ 부산 인근에서 벌거벗은 채 줄맞춰 이동 중인 인민군 포로들의 모습

고대 대학원신문 6월호(07. 06. 06) 한국전은 57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은 계속되고 있다.” 예비군 훈련 정신교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그렇다. 한국전은 분명 57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이 종전으로 매듭 지워지지 못하고 휴전이라는 상태로 진행되어 오지 않았던가. 본 기자가 예비군 훈련장이 아닌 이곳에서 귀중한 지면을 빌려 ‘한국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안보 장사’를 하는 이들처럼 휴전상태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안보의식을 고취하자’는 따위의 이야기를 섣불리 하고자 함은 아니다. 한국전이 만들어낸 우리의 망탈리테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IMF 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변동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만들어 놓은 이른바 ‘한국전 망탈리테’는 여전히 한국사회에 온존하고 있다. 단기간에 극심한 경제, 사회적 공황을 불러일으킨 IMF위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정 정책이나 제도는 내, 외부의 변화압력에, 시간차를 가질지언정 비교적 쉽게 변하기 마련인 반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주조하는 망탈리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학살에 학살을 거듭한 인류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의 참혹한 전쟁인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일반인들의 삶에 완전히 체화된 ‘한국전 망탈리테’는 여전히 우리에게 삶의 방식내지 지혜로 뿌리깊이 체화되어 있다.      

비록, 국가의 자율성은 크지만 능력은 미약한 ‘약탈국가’였을 망정, 한국의 국가는 한국전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국가는 전쟁을 만들고, 전쟁은 국가를 만든다’는 찰스 틸리의 주장은 한국의 ‘국가 만들기’에 잘 부합된다. 또한 전상인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전은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권력의 절대적 우위문화, 달리 말해, ‘국민의 국가’가 아니라 ‘국가의 국민’을 만들어 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나타난 폭압적이고 무책임한 국가권력은 전쟁이 휴전된 이후 사라지지 않고 다소 부드러운, 완화된 형태로 계속해서 우리의 삶에 구조화된 형태로 온존하고 있는 것이다.

휴전 이후 계속해서 권위주의 정권들을 거치면서 전쟁의 방식과 논리, 더 나아가 군사주의는 한국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군대를 다녀와 봐야 사람된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타당한 말이다. 사회가 군대논리로 돌아가니, 싫던 좋은 이런 논리가 몸에 완전히 체화된 사람들이 약육강식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국지전이, 북한의 남침으로 본격적인 전면전으로 커지자 이승만 정권은 국민을 속이고 도망쳤다. 그뿐 아니라 9·28수복 이후에는 남쪽으로 미처 피난가지 못한 이들의 상당수를 ‘부역자’라 명명한 후 무차별적으로 처벌했다. 전쟁을 겪으며 좌익이 뭔지, 우익이 뭔지도 모르던 숱한 양민들은 전선의 이동에 따라서 남, 북, 미군에 의해 무차별적 학살을 당했다. 또한 엄청난 수의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던 국민방위군 사건이 말해주는 바는 자명했다.



사람들은 전쟁을 거치면서 국가나 제도에 관한 강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도망치며 다리를 끊어버린 정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징집해가서 굶어죽이는 정부,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서 죽이는 정부나 제도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전쟁 통에 당장 나를 살려주고 먹여주는 것은 공적기구나 제도나 아니라 바로 나의 가족들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는 지배계급과 줄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만이 출세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른바 ‘사바사바’의 위력을 모두가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전쟁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공적 영역에 대한 만성적인 저신뢰를 낳았으며, 공적 영역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참여 내지 비판을 금기시하게 했다. 그러나 물론 공적 영역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삶 자체에 대한 소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다. 강준만 교수의 주장처럼 한맺힌 세월에 대한 강한 보상심리의 작용으로 ‘공적 소극성, 사적 적극성’현상이 나타났으며, 사적 적극성은 중앙과 정상을 향한 맹렬한 돌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전쟁 당시의 삶의 전략은 이른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를 낳으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국가의 공적인 체제나 제도를 믿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삶의 지혜’를 한국전을 거치면서,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모두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적인 연줄망이나 빽에 의존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남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만성적 피로 속에서 산다. 줄을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아첨 및 ‘사바사바’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시원하게 술도 마셔줘야 하고 남들의 경조사도 깔끔하게 챙겨줘야 한다. 한국인들 상당수가 취미하나 없고, 놀 줄도 모르고 가정에 와서는 잠과 휴식만을 갈구한다는 것은 공적신뢰가 전무한 ‘약육강식 사회’가 보여주는 하나의 자화상이다.

물론 한국전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류사에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전쟁은 분명 우리 한국인들이 이른바 ‘삶의 양식’내지는 ‘망탈리테’라고 할 만한 것들의 상당부분 기초를 제공했다. 이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전체 인구의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요즘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전 망탈리테’는 우리가 ‘개발국가’하에서 전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저신뢰사회와 극단적인 쏠림현상을 낳아서 우리의 삶을 극도로 피곤하게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 한국전 망탈리테는 우리에게 희열과 아픔을 동시에 가져다 준 것이다.(김경필 기자)

07.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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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itournelle > * 이광수를 다시보다

“연옥에서 사후인생을 보내는 근대성에 반하는 근대론자”
이광수 다시보기: 민족과 문학사

 

신동준 코넬대 교수 master@dambee.net

 

최근 99회째 만남을 마치고 대망의 1백회 모임을 앞두고 있는 부산대 인문학담론 모임이 인문학의 논쟁적 담론의 수혈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지난번 석굴암 재해석 논문 이후 이번 99회째에는 이광수에 대한 다시 읽기를 통해 문화론적 민족주의 해석의 한 모델을 선보였다.
아래의 글은 신동준 코넬대 교수가 지난 5월 17일 모임에서 발표한 글이다. 신 교수는 한국에 연구년으로 나와 이광수에 관한 단행본 준비를 하면서 그 책의 기본 골격과 메시지를 요약해 발표했다. 아래에 그 전문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25년간 미국 역사학계에서 일어난 핵심 논쟁 중 하나는 잘 아시다시피 문화학(cultural studies; 혹은 포스트모던이즘)과 역사, 양자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었다. 80년대 문화학이 등장하면서 기존 역사학계는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이 둘의 논쟁은 주로 보수 대 진보 였다. 진보쪽은 역사학계의 핵심개념들을 공격했고 보수쪽은 포스트모던니즘의 피상성과 비합리성을 비난했다. 이제는 첫 위기가 끝난 것 같아 보인다. 최근에 한 학자는 이런 논쟁이 이제 지루하다고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문화사 붐이 일어났다. 그리고 10년전부터 문화사는 미국 한국사학계에도 도입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문화연구가 한국학내에서 지배적 동향이 되어가고 있을 정도다. 또 한편으로는 문화이론을 많이 활용한 역사책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문화연구 (문학이론)는 역사학한테는 타자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역사학은 역사학방법론으로서 이같은 이론을 수용하기 싫거나 아니면 수용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시대적 과제는 아직도 타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발제는 첫째, 내가 이해하는 문화연구, 그리고 (그것의) 무엇이 유용한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는 문화연구의 한계를 살펴보기 위한 일환으로, 문화이론에 대한 비판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 문화이론은 보수 역사학한테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에 진보쪽에서 심지어 초기 문화연구를 주창하던 학자들이 문화이론을 비판하고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세번째 부분은 내 책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25년간 학계내 흐름중 가장 두드러진 은것 문화학의 등장이었다. 문학학은 원래 1960~70년대 등장했는데 당시 미국내 사회과학계를 주도하고 있던 것은 근대화이론이었다. 유럽중심주의와 여타 metanarratives에 대한 비판의 한 방법으로서, 비판적 학자들은 근대화이론이 귀기울이지 않고 폄하했던, 특히 이데올로기나 의식같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근대화이론은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구조적 요인을 중요하게 여기기때문에 이 시기 지성사는 당연히 하향추세였다.

문화학은 1980년대 이데올로기나 의식을 연구하는 작업에 새로운 추동력을 제공하였고, 역사학계내에서는 그 영향이 ‘새로운 문화학’의 등장으로 표출되었다. 문화학이 학계에 기여한 공헌 중의 하나가 이데올로기 연구를 조약한 경제결정론에서 해방시킨 것이다. 학자간 편차는 다양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데올로기를 경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생산의 한 형태라고 이해하는 알뛰세의 개념을 수용했다. 탈근대주의, 탈구조주의, 탈식민주의 역시 부분적으로는 이같은 이데올로기 인식의 소산( 그리고 하나의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지성사 기존의 저자-텍스트-청중(독자)의 이해방식을 뛰어넘기 위 한 한 방법으로, 문화학을 통는 담론분석이라는 형식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담론분석은 텍스트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텍스트라는 용어는 단순히 인쇄된 것 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시각자료, 심지어 사회적 혹은 개인적 삶, 기호 체계로 구성된 모든것을 의미했다. 아주 단순화시키면 종래의 지성사는 주요 사상가의 사상을 설명하고, 그들이 그 시대에 끼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담론 분석은 종래 지성사의 ‘초월적 주체(transcendental subject)’의 개념을 비판하면서 텍스트를 저자의 사상의 표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기호학이 발전시킨 방법을 사용해서, 담론분석은 intertextual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일련의 텍스트내에서 의미가 작동하는 방식을 밝히는데 주안점을 둔다. 담론 분석의 또다른 초점은 기구(institution)와 담론간의 상호관계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연구한 푸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문화학은 사상의 내용보다는 텍스트와 지식이 권력과 관계맺는 방식, 가령 어떤 담론이 어떤 권력을 생산하는지를 검토한다.

주지하듯이, 문화학의 등장은 민족주의에 관한 학문적 관심을 일으켰다. 물론 기념비적인 저서는 1983년에 초판된 Benedict Anderson’s Imagined Communities, 같은해 Eric Hobsbawm and Terence Ranger의 The Invention of Tradition이 있다.

문화학은 민족이 먼 과거의 ‘ethnic’ 공동체의 원시적 형태라기 보다 근대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그 경향중 하나는 공식적 의례(ritual)와 기구에 초점을 두어 국가가 엘리트 중심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민족을 이용하고, 소수자와 서발턴 그룹을 배제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문학이론의 영향을 받아 문학과 대중 문화가 ‘민족’을 서술하는 형태를 검토하고 ,어떻게 대중 소비가 기존 권력구성에 동의하는지를 밝히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연구들의 공통 지점은 계급 혹은 경제수탈이라는 분명한 형태의 지배보다 다른 형태의 지배방식을 밝히는 것이다. 푸코나 들뢰즈 이론의 영향하에 문화학 학자들은 ‘미시정치’ 영역내에서 ‘모세혈관처럼 작동’하는 권력에 초점을 두어왔다. 국가 혹은 경제와 관련된 법적인 형태로서의 권력보다는 일상생활 수준에서의 권력의 작동을 검토한 것이다. 최근 연구는 이같은 이론을 민족주의에 적용하여 민족 정체성을 창출하는 재연적(representational), narrative 전략을 밝히는 개념과 분석도구를 만들어냈다.

문화학에 대한 비판

하지만 최근들어 문화학도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비판적 흐름에는 초기 문화학을 주도했던 역사학자들까지도 참가하고 있다. 우선, 문화학에 대한 비판은 문화학의 극단적인 형태가 ‘사회적인 것에 대한 망각’(obliteration of the social) 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사(new cultural history)는 사회사가 유지했던 계급과 사회구조에 대한 고민 혹은 관심이 거의 없다. 문화학의 도입이 기존의 국가-시민사회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 동시대 사회운동을 이해하는데 있어 이 패러다임의 갖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는데 유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사는 국가-시민사회 패러다임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하지 못했고, ‘사회적인 것’을 재개념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둘째로, ‘문화가 사회적인 것을 전반적으로 대체’하였기 때문에 핵심 용어가 문화 담론에서 소멸하고 있다. 가령, 자본주의는 점차적으로 근대성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대체되어 왔다. 이 전환이 보여주는 뚜렷한 징후는 정치-경제학에 대한 관심의 감소이다. 탈구조주의의 과잉속에서 자본주의는 이데올로기적인 모습을 띤 하나의 생산 양식으로 축소되어 또 하나의 metanarrative가 되었다.

민족주의 연구와 관련해서, 민족이 구성되었다는 문화학의 지적은 옳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충분치 못하다는게 또 하나의 비판이다. 민족은 구성물 이상이다. 민족은 국가와 자본의 형태(예를 들어 정치경제), 양자에 의해 성립됨에도 불구하고, 문화학에서는 이 두가지 요소가 생략되어 왔다.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한 가장 적절한 증거는 민족에 대한 비판과 세계화가 탈민족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역사학의 지속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민족의 개념을 살펴보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문화 연구는 후기 자본주의 단계에 이른 미국 이데올로기의 학문적 반영이라는 비판도 있다. 풀어 말하자면, 문화연구때문에 학자들이 70년대 이후 일어난 세계 자본주의의 근본적 변화들을 놓치게 되는 (misrecognize)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미국자본주의의 근본원리였던 포디즘(Fordism)은 70년대부터 하비(David Harvey)가 말했던 소위 유연한 축적(flexible accumulation)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flexible accumulation란 노동, 금융, 상품, 생산의 이동성이 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연구는 정치적으로 진보적 비판이라고 하지만 그 비판은 사라지고 있던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Fordism에 대한 것이지, 그 이후 새로이 등장하는 자본주의의 형태에 대한 비판이 아니였다.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Flexible accumulation 체제하에서 기존 사회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면서, 학자들이 사회구조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됐다. 금융과 생산의 비중이 역전되어 국가가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니 자본주의는 그 중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소비의 비중이 커지면서 언어, 기호, 표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있다. 즉, 문화연구는 flexible accumulation 시스템 밑에서 일어나고 또 겪는 경험들을 학문 차원에서 표현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문화연구의 인종관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문화연구는 서구중심주의를 부정하지만 그 부정은 어디까지나 서구의 전통안에서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또다른 서구중심주의 (또 다른 전통)를 창출한 것입니다.

이광수와 민족

앞으로 내가 쓸 책의 목표는 이광수의 텍스트와 행적을 통해 3.1운동 이후 핵심 담론으로서 민족의 등장을 밝히는 데 있다. 이광수는 가장 유명한 친일파이기 때문에 그를 통해 한국의 민족주의를 보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이광수 이름에 붙어다니는 ‘반역자’, ‘친일파’라는 꼬리표는 검열의 형태로서 작용해 왔다. 연구할 가치가 없는 인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친일행적에 집중된 관심은 이광수의 텍스트가 생성할 수 있는 지식의 형태까지 억압되어 왔다.

최근 이광수에 관한 연구는 이광수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식민지 시기 역사를 재해석하는데 유용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이광수와 한국의 민족 정체성간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이용해서 한국 민족주의의 본질을 조명하려고 한다. 이광수는 민족내에서 중심부와 주변부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모순된 위치는 민족 내부나 외부에서의 비판을 용이하게 한다.

이광수는 보기드문 연옥에서 사후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는 수수께끼가 되었다. 왜 그는 민족을 배신하고 일본에 협력하였을까? 그는 얻은 것이 거의 없었고 오히려 잃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광수가 갖는 패러독스중의 하나는, 그 수수께끼가 답을 요구하면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패러독스는 이광수에 대한 연구에서도 반영된다. 한편으로 어떤 학자들은 친일의 근원을 밝히기 위해서 이광수가 어떤 시기에도 진정한 민족주의가 아니었다는 듯이 이광수의 초기 행적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다른 일각에서는 친일 문제를 제쳐두고 문학과 지성사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킨다. 최근까지, 김윤식의 ‘이 광수와 그의 시대’를 제외하고는 정면으로 이 문제를 풀려는 시도는 없었다. 이광수에 대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광수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요약하면, 이광수는 한국 근대성의 유령과 같은 존재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요 목표는 3.1운동 이후 담론의 주요 용어로서 ‘민족’의 등장을 검토하려는 것이다. ‘민족’의 계보를 만드는 데에는 몇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광수의 텍스트와 행적을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광수는 1910년대 등장한 몇 안되는 지식인 중의 하나였고 2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따라서 그의 텍스트는 1919년 이전과 이후의 담론 변화를 추적하는데 적절하다고 본다. 또 한편으로, 이광수는 국내 민족주의 운동의 중요 인물이었기때문에 그의 행적은 당시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맞물려 있었다. 이광수는 그가 민족주의담론의 형성과 민족주의 엘리트의 형성의 교차점에 있었다는 점에 그의 역사적 중요성이 있다. 달리 말하면, 이광수는 텍스트와 사회적 과정을 연결을 보여주는 접점이다.

이광수의 텍스트와 행적을 같이 보는 것은 다른 종류의 역사서술을 가능하게 한다. 직선적인 지성사는 이광수 사상이 민족주의 운동에 끼친 영향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 다른 한편 전기적인 접근은 이광수의 일생과 텍스트가 서로를 반영한다는 듯이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는 담론과 사회적 발전, 둘 중 하나를 다른 하나에 종속시키지 않은채, 일정 형태의 담론과 사회발전과의 관계를 이광수를 통해 보는 것이다.

각 장은 민족의 특정 측면을 보기 위해서 텍스트이건 기관이건 이광수와 관련된 각기 다른 ‘실마리’를 볼 것이다. 이 광수가 분명히 이 책의 초점이긴 하지만, 이광수는 어떤 장에서는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배경으로 물러나 있다. 목표는 어느 한 요소에 치우지지 않는 ‘결합적인’(conjunctural) 역사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이 책은 ‘민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3.1운동을 통해 어떻게 결합하였고, 당시 핵심 담론으로 등장하였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사회사와 문화사의 방법을 조합해서 이 책의 목표에 접근하고자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광수의 텍스트를 통해 민족 담론을 분석하고, 이와 동시에 이광수의 행적을 통해 당시 민족주의 지식인의 사회사를 결합하려고 한다. 사회사의 방법론은 문화사의 민족주의 접근법이 갖고 있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째, 이 책은 ‘민족’에 있어 사회사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이 책에서는 민족이 단지 구성물이거나, 일종의 신화 혹은 상징이 아니다. 민족은 행동과 사회내 상호작용을 규정하는 사회적 관례(social practice)의 하나이다.

사실, 이 광수는 민족이 재연(representation)과 사회적 관례(social practice), 양자의 표현임을 예리하게 이해하고 있었기때문에 이광수의 텍스트를 통해 이 둘 사이의 긴장관계를 검토하는게 가능하다. 둘째, 식민지 한국은 국가-시민사회 패러다임의 유용성을 시험하는데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이 1919년 이전의 한국사회의 발전을 설명하는데에는 유용하지만, 그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는데에는 새로운 사회적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민족의 등장으로 미시정치적 수준에서 작용하는 지배의 형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상이지만 그래도 가능해 보이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잠식하려는 의도에서 일상으로 목표를 전환한 것이었다.

셋째로, 이 책은 민족담론이 어떻게 인쇄자본주의라는 기구를 통해 생산되었는지를 검토한다. 앤더슨(Benedict Anderson)이 지적하였듯이, 민족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자본주의 형태이다.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앤더슨은 인쇄 자본주의의 문화적 측면, 시공간 인식상의 효과에 주목했다.

민족은 자본과 지식 생산의 관계망에 위치하면서 지식 생산에 중심 역할을 담당하였다. 식민지 맥락에 있어서, 인쇄 자본주의는 피식민지인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몇안되는 기구중의 하나였기때문에 더 중요하다. 식민국가는 감시와 생체권력(biopower)의 조직(apparatuses)을 실질적으로 독점하였기 때문에, 식민통치기 동안 인쇄 자본주의는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기능했을 뿐 아니라 피식민 자본가에게는 가장 성공적인 사업 아이템 중 하나였다. 이 맥락에서 식민지 부르주아의 형성과 담론생산에 있어 인쇄 자본주의의 역할을 검토할 것이다.

이같은 접근은 자본주의 발달과정 속에서 ‘민족’의 등장을 재정립하는데 기여하리라 본다. 1990년대 당시 남한 역사학계의 젊은 세대들은 계급적인 맥락에서 식민지기 사회-지식인 운동을 살피는 중요한 연구물을 내놓았다. 민족의 등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계급분석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상품의 역할에 초점을 둘 것이다. 다시 말해 민족과 사회적 삶의 상품화의 관계이다. 민족으로의 전환은 ,한편으로는 도시의 거리 생활, 사회주의 운동등으로 보여지는 근대성의 과도함에 대한 비판으로 작용했다. 다른 한편, 민족 등장의 전제 중의 하나는 상품의 생산과 전국적 시장의 형성이었다. 레이몬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면, 이광수는 여러 면에서 ‘근대성에 반대하는 근대론자’ (modernist against modernity)의 고전적 예였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반부는 1919년 이전이고, 후반부는 3.1운동 이후 약 10년정도의 이야기이다. 각 부분의 앞부분은 사회사, 뒷부분은 담론과 ‘민족’의 문학적 나레이션 분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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