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의 음악사상
한흥섭 지음 / 민속원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해마다 경주여행을 즐겨가던 난, 911테러가 나던 그해 여름에도 고등학교 동창과 같이 경주에 내려가 있었다. 테러가 나던 그 앞날 밤인가 우린 경주 시내에서 벗의 대학교 후배인 신라의 옛서울 경주토박이 아가씨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그에게서 문득 진정한 우리것이 뭐 있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당황해하며 황급히 서너가지를 늘어놓았는데 말을 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 초중등교육을 마치고 대학교4년까지 마친 문화도시 경주아가씨가 우리것이없다라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우리조상들이 뭐 잘한게 있냐라는 느낌을 나에게 주며 그런 물음을 던진다는게 너무 언짢았다. 한편으로 답변을 하는 내 자신조차 확실히 정확하게 자신있게 이야기해주지 못한다는 게 못내 가슴아팠다. 그 전부터 조금씩 궁금해왔었지만 그 사건뒤로 난 알게모르게 우리 문화의 원형이 무엇인지 특질이 무엇인지 우리만의 것이 무언지에 대해 조금씩 파고 들기 시작했다.
철학과 미학을 전공하고 국악이론서를 새롭게 쓰고 계신 지은이의 지난날[약력]을 흥미있게 읽으며 "우리 것이 좋은데 왜 좋은지 말로 표현 못하고 그냥 단순히 왜 몰라주느냐 라고 하는 것이 한마디로 투정에 불과하다"는 지은이의 말씀이 평소 내가 느끼던 바인지라 쉽게 공감이 가며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머리속에 담겨진 음악관과 심미의식, 그리고 몸에 배여버린 서구적인 일상을 돌이켜볼 때 지난 경주일이 떠오르며 우리 전통의 계승이 결코 싶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1장에서의 핵심어는 현학래무다. 말 그래도 고구려(고구리:고구려의 국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씨의 나라 구려라서 고구려라고 했느니 중국어 발음이 가우리인데 가운데 땅=중국이란 자존심을 가지고 만든 나라 이름이라는 둥, 성곽을 뜻하는 말에서 나왔다는 둥.....어찌 되었든 이 책에서는 거문고=고구려고 라는 이름에 착안하여 괜찮은 설을 하나 더 보여준다) 제2재상인 왕산악이 진의 칠현금을 직접 개량하고 곡을 지어 연주하니 현학=재두루미(많고많은 새중에서 하필이면 왜 현학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구려라는 국명과의 관련성? 현학사상과의 관련성? 현학이 뜻하는 상징성이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가 와서 춤울 추었다는 것인데 지나가던 야생동물인 재두루미가 전혀 놀라지 않을만큼 거문고 소리가 자연의 소리에 가깝거나 그와 조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악기 자체의 소리는 물론이고 이를 작곡하고 연주하는 사람의 심미의식이 자연과 조화 또는 합일되어 있는 상태라고 지은이는 말하는데 이를 도가, 도교, 현학, 유가, 신선사상 등을 거론하면서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록인 삼국사기 악지 역주에서 왕산악의 벼슬인 제2재상을 설명하면서 너무나 무성의한 주를 달았다는 것이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고구려를 공부했더라면 최소한 제8대 신대왕이후에 국상이란 벼슬이 보이며 대대로와 막리지란 고구려 고유의 관직명을 들춰 가면서 설명을 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2장에서는 고려가 망하고 개국된 조선초의 음악사상을 유가사상을 바탕으로 예와 악의 관계를 통해 설명해 놓았다.
마지막 세번째 가름에서는 성리학이 어느 정도 자리잡히고 우리 스스로 악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성종시기에 지어전 악학궤범을 통해 천지의 중화를 리기론을 들어 가면서 비교적 쉽게 풀어놓았다.
끝으로 악학궤범서에 나온 구절을 현 우리나라의 음악계에 던지며, 지은이의 연구결과물인 두꺼운 책들을 기다려본다.
"세상의 교화가 쇠미해짐에 따라 순박한 풍속이 희박하게 되고, 오로지 형벌로만 통치하여 법을 집행하는 관리는 귀하게 여기고, 예의의 선비는 천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선왕의 악이 남김없이 사라지고 숭상하는 것이라고는 모두 음란하고 경박한 세속의 음악이어서....."(원문생략)
-에고 두번씩이나 길게 애써 쓴 글을 멍청하게 날려먹고 자책하며 국악이론초보자가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