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대리인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근자에 '보르지아'라는 미국 연속극을 보았다. 어려서부터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 주고 그 시대 인물들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게 해 주는 사극을 즐겨 보았었는데 이 사극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극 중에서 대단히 영악하게 나오는 체사레 보르지아를 비롯한 보르지아 가문을 좀 더 알고 싶어 책을 뒤지던 중 이 책 <신의 대리인>을 찾게 되었다. 예전에 대총 훑어보고 서가에 쳐박아 놓았었는데 보르지아 교황인  알렉산데르 6세가 눈에 띄어 정독하였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신의 대리인인 교황 네 분을 다루었다. 책의 말미에 있는 역자 후기에 잘 나와 있듯이 그 가운데서도 미와 사랑의 여신 베누스에 비견된 염문으로 유명했던 노련한 정치가인 알렉산데르 6세와 전쟁의 신 마르스에 비견된 율리우스 2세, 지성과 평화를 상징하는 미네르바의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 메디치 가문 출신인 레오 10세의 인물상들이 나름대로의 개성과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우선, 이 책에 나타난 복잡한 교황의 역사를 알기 위해, 나는 싸게 산 갑인공방의 <교황의 역사>라는 책을 참고했다. 각종 도판과 년표가 제법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이 책을 읽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1장 '최후의 십자군'이라는 소제목답게 최후의 십자군을 일으키게 위해 진력을 다한 비오2세를 다루었다. 이 부분은 시노오나나미의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를 같이 읽으니 여러 사진과 지도로 인해 금새 이해가 되었다. 

2장 '알렉산데르 6세와 사보나롤라' 이 장은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글이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그래서 난 <메디치가 이야기>를 정독하여 읽는 것으로 사보나롤라와 피렌체 그리고 메디치가를 알아보고 있다. 

3장 '칼과 십자가'에서는 사극 보르지아에서도 나오는 로베레 추기경이 드디어 교황이 되어 교황령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내부의 문제와 독일과 에스파냐, 프랑스 열강과의 정치적 외교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나는 이 장에서 이탈리아의 많은 지명을 외울 수 있어 흥미로왔다.  

4장 '16세기 초엽의 로마 풍경'에서는 르네상스에 기여한 메디치 가문의 교황 레오 10세의 유연한 태도가 눈에 띈다. 특히나 젊은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를 상대로 한 외교술과 종교개혁가 루터에 대한 단상들이 인상적이다.  

책 내용 중에서는 3장이 제일 재미있고 4장도 읽을 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쟁자이기도 했던 현실주의자  알렉산데르 6세와 이상주의자 율리우스 2세가 대비되어 기억에 남았다. 오늘날의 카톨릭과 이탈리아, 그 이후의 반종교개혁 성향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또한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베네치아국을 다룬 <바다의 도시 이야기> 그리고 르네상스기의 예술과 문화를 살핀 <미켈란 젤로>, <르네상스 미술과 후원자> 등을 올 여름에 차분히 읽어보아야겠다. 재삼 시오노나나미씨의 공부에 경외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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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 천일의 앤에서 헨리 8세는 사랑하는 여인인 앤 볼린과 결혼하기 위해 교황청에 맞서 영국 성공회를 만들기도 하죠.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로마 교황청의 역사와 유럽의 역사는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지요. 흥미로운 책인 거 같네요.
광인님 독서의 범주가 참 다양하시네요. 부럽습니다. ^*^

狂人 2011-07-02 23:14   좋아요 0 | URL
뭘요^^ 고등학교 시절에 세계사를 참 재미있게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열정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이셨죠. 서양 세계에서의 교황의 역할, 특히 중세에서의 교황은 참으로 흥미진진하고도 특이한 존재네요. 오늘날 서양의 종교, 철학, 사상, 건축, 예술 등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히 알아야 할 역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