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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예주쌍집 상 - 원문 역주, 중국 역대 최고의 서예 이론서
강유위 지음, 정세근.정현숙 옮김 / 다운샘 / 2014년 9월
평점 :
번역은 어렵고 훈수는 쉽다.
우리에게 청말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변법자강운동으로 제자인 양계초와 함께 유명한 강유위의 저서이다. 서도에 입문한 지 조금 지나면서부터 자연스레 서예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었다. 그 여러 서예 이론서 가운데 가장 후대의 것이면서 대학자인 강유위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다행히 이 번역서 말고도 찾아보니 조계사 건너편 견지동의 운림필방에서 1983년에 발간한 최장윤씨 번역본이 있었다. 나는 이번에 이 두 가지 책을 비교하면서 읽었다. 일단 최씨본은 원문이 없고 국한문혼용이라 한글과 한자가 섞여 있어 이런 글에 익숙치 않은 분은 읽기가 쉽지는 않으나 번역은 좀 더 알차다. 이에 비해 이 책은 우선 원문이 있어 같이 읽을 수 있어서 좋고, 하권은 사지 않아 보지는 못했으되 도판 위주로 되어 있단다.
드디어 첫장을 넘겼다. 강유위가 쓴 오언대련이 나오는데 해석이 눈에 거슬려서 조금 찾아보았다. 운몽택은 알다시피 지금의 동정호이고 여기선 '운몽택 8 9개를 삼키고'라고 간단히 번역되어 있는데 8곱하기 9는 72이므로 이 점에 착안해보자면 동정호엔 유명한 악양루가 있고 그 악양루 근처에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개방의 총타가 있던 군산이라는 섬이 있는데 이 작은 군산에 72봉이 있다고 하며 멀리는 남악 형산에 72봉이 있다고 하니 동정호가 72봉을 삼켰다고 해야 할 듯 하다. 다음 구절은 장자 소요유의 첫 대목인 붕새에 관한 것인데 물을 치고 삼천리를 서서히 떠올라 구만리를 날아 창명 곧 검푸른 남쪽바다로 간다는 내용이다....
분명히 최씨의 번역을 참고했을 터인데 그보다 못하니 못내 아쉽다. 앞부분에서 몇가지만 얘기하자면 강유위의 자서에서 토포악발의 악발이 나오는데 단순히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는 번역보단 인재를 얻고자 한다는 의도가 들어가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50쪽 각주 109번에서는 승려는 본성이 아니라 속성이라고 해야 더 낫겠다.
2편 3장 첫 문장을 원문 그대로 축자역하면 비학의 흥성함은 첩학의 붕괴를 틈탔고 또한 금석학의 대성을 인한 것이다 로 의역 필요없이 간단 명쾌한데 여기선 비학의 흥성은 첩학의 쇠퇴 덕분으로 금석학 흥기의 원인이 되었다 고 하여 원의와 조금 다른 애매한 번역이 되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68쪽 각주 5번의 지명 오씨현은 오지현으로 해야 한다. 근거는 대월지에서 볼 수 있으며 장자 내편에도 이런 지명이 하나 있다.
다음으로 71쪽 각주 16번에 지영 선사를 산음의 영흔사에 살았기 때문에 영선사라고도 부른다고 하였는데 지나친 듯 하다. 성철스님을 철수좌라고 하듯이 지영이기 때문에 영선사라고 불리웠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그리고 서체를 서풍으로 번역하였는데 근거나 생각을 묻고 싶다. 왜 기존의 서체란 낱말을 굳이 바꾸는지.
제3편의 제목인 구비를 좋은 비는 이런 것이다 라고 풀고서 그 바로 아래에 구매해야 할 비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돌덩이인 희귀한 석비를 어찌 개인이 구매할 수 있겠는가. 최씨의 번역대로 비탁의 구입이라고 하면 딱 맞겠다. 번역자도 비탁을 염두에 두었겠으나 자꾸 비라고 반복한 것은 실수이다.
아무래도 한문은 호흡이 길다. 그래서 번역을 할 때에도 그 지은이의 호흡대로 만연체로 새기는 것이 그 저자의 의도와 어기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너무나 간결체이다. 례를 들어보면 3편 1장에서 약소견박소림다(만일 본 바가 넓고 임모한 것이 많으면)부터 난정 례천 소능지야 까지는 거의 한 호흡인데 가독성이 떨어지게 역자는 이를 세 문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나머지는 시간 관계상 후략한다. 더 좋은 번역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