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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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릴린은 빛이 아니라 열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녀가 스크린을 활활 태우고 있어요. (사르트르) (172)
 
 오래전 인물임에도 마치 얼마전의 사람처럼 기억되는 인물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릴린 먼로'가 그러하다. 지은이는 이야기내내 '마릴린'이라고 간단히 그녀를 부르는데 아마도 '마릴린 먼로'라고 우리가 부를 때 갖게되는 어떤 선입견을 뿌리치고자 하기 때문이리라. 그냥 '마릴린'이라 부르는 이름에는 숱한 화제속의 그녀가 보이지 않고 묻어나지 않는다. 특히 시간적으로나 장소로나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는 나같은 이에게는…….
 
 한 때 영화에 빠져 지낸 시간들이 있다. 월간지 부록으로 나온 배우들의 인명사전을 줄줄 외우고 다니던 시절,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에 비디오와 주말의 명화만으로도 행복해하며 바라보던 영화들, 그 속에 그녀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실제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직접 본 것은 로버트 미첨과 함께 주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 한 편 뿐이다. 노래까지 부르던 아름다운 모습의 그녀…….그런 그녀가 자살했다.
 
 그녀의 자살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 그녀를 치료하였던 정신과 의사,랠프 그린슨의 남겨진 기록들, 아픈 과거 이야기들, 영화와 영화인들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펼쳐지는 거대한 심리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위태로운 쪽이 더 강하였고 결국 그녀는 죽음으로 이르는데…. 
 
 겉으로는 부를 얻어 풍요롭지만 내면은 나약하고 예민한 의사들과 영화인들은 양쪽 다 아픈 환자 같은 존재들이었고 '대화를 통한 치료'로 서로의 병을 치유했다. (30)
 
 그 당시 정신과 의사들과 영화인들은 서로의 아픈 곳을 다독거려주는 존재였고 마릴린과 랠프도 그러하였다. 그들의 애증은 랠프의 표현되로 '에로스가 빠진 사랑'(236) 이었을까?  마릴린이 그토록 외로워하고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랐던 것은 사람의 외로움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누구나 겪는 것임을 처절히 알고 있던 까닭이었을까?
 
 인간은 달에 가고 싶어 하면서 정작 인간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군요. (마릴린) (198)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갖는 일이 바로 정신과의사들의 일이 아니던가, 마릴린은 랠프 이전에도 여러 의사들을 만나며 치료를 받아왔고 랠프를 만나서도 당연히 그러하였다. 과연 그녀는 치료를 통하여 치유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치료를 통하여 더욱 깊어져 갔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많은 만남을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결국 떠나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것을….
 
 결론을 삭제하더라도 우울함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를. (14)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이다. 떠난 사람은 떠남으로 잊혀져야 하고 남은 이들은 남은 삶에서 발버둥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발길질을 하지 마라'라고 표현하셨죠. 아무리 운명을 향해 발길질을 해도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 다칠 뿐입니다. 혹시라도 언젠가 박사님이 운명에 대항해 발길질을 하여 제가 상처를 받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나 프로이트) (501)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랠프 박사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는 과연 운명을 향해 발길질을 하면 안되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면 생채기만 생기는 것일까? 쏟아지는 질문들에 나는 책속에서조차 허청인다.
 
 마릴린이 숨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던 이유는 그녀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그녀는 누가 자신에게 해코지를 해도 그걸 알아채거나 따지지 못했어요. (랠프) (54)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랠프) (513)
 
 어찌되었든 마릴린은 랠프에게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숨막힐 정도로 매혹적'인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었을까? 답은 그러리라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이 오래된, 만인의 연인이야기를 붙잡고 밤을 지새울 까닭이 있겠는가? 
 
 "마릴린은 훌륭한 배우예요. 당대의 여배우들을 전부 합한 것보다 지각하는 마릴린 한 사람이 더 낫습니다. 제 시간에 와서 대사를 잘 외우는 여배우를 원했다면 빈에서 만난 산드라 워너 씨를 선택했겠죠. 산드라 씨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데다가 기억력이 아주 좋아요. 하지만 산드라 씨가 영화에 나와봐요. 누가 보고 싶어 하겠어요? "(107) 
 
 '전설이 진실보다 흥미롭다면 전설을 이야기하라' (109)
 
 위 두 이야기는 모두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감독이었던 빌리 와일더가 한 말들이다. 이제 나도 그녀에 대한 추억을 접으려한다. '누가 마릴린을 죽였느냐가 아니라 마릴린이 무엇때문에 죽었느냐'(21)가 아직도 궁금하긴 하지만 어쩌랴, 추억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원래 끝이라고 여겨질 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법 (13) (541)
 
이기에 또 다른 이야기가 제발로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마릴린을 가슴에 묻어두는 수 밖에…….
 
2008.3.31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녘에…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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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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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이라는 부제만 보고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는 책이었다. 늦게 얻은 귀한 딸이 희귀병으로 18개월을 살다 떠나고 아빠는 아이에 관한 추억을 가슴에 묻어두었다 책으로 내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흔하여서는 안되지만 흔한 눈물의 드라마가 아니던지~ 라는 생각은 책을 펼쳐 들자 마자 여지없이 깨어진다. 그리고 오히려 담담해진 맘으로 '아빠'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아마도 지은이가 평범한 아빠였다면 그렁그렁 눈물흐르는 아픈 드라마가 상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아이를 가슴에 묻은 이 아빠는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였던 것이다. 여기에 슬픔과 눈물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통찰이 아픔속에서 담담히 피어나는 것이다,
 
 고난을 만났을 때, 철학자들은 보통사람들보다 자신의 불행에 대해 좀더 많이 생각해 결국 인생과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7)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 또는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분명 철학책이다. 단,어렵고 머리 아픈 철학책이 아니라 어려운 일에 부닥친 사람들이 어떻게 그 난관을 정리하고 갈무리 해나가며 성숙해지는지를 체험으로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그러기에 읽으면서도 계속 명징하게 깨어있게 된다. 감정의 몰입을 방해받으며 오히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리라. 
 
 어린 생명을 기르는 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한 체험일 것이다. 어린 생명을 바라볼 때의 지극한 즐거움이 바로 아이를 기르는 것의 보상이다. (46)
 
 나 자신의 죽음까지 포함하는 모든 비참한 일,우리는 이에 적응하기도 하고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비관하다가 어떤 때는 달관하기도 하고,때로는 정신을 차렸다가 때로는 둔해지기도 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사람의 인내력과 적응력은 놀랄 만한 것이다. (164)
 
 평생을 불구로 고통속에 보내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아이에 대한 시술을 거부하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다 가도록 - 겨우 542일이지만!- 선택한 아빠의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곧 후회하게 되며 깨닫게 된다.
 
 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니! 얼마나 단순하고 유치한 공식인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공식 속에서, 생명이 지닌 부족함,어려움,설움 같은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달음이 있다고 자부하던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유치한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완전'이라는 것은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은 아무래도 '불완전'하고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이 부족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신 또한 마땅히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야 한다. (236)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당혹감에 빠져들었는데 지은이는 '뉴뉴'(딸)가 태어날 때부터 곁에서 아이를 지켜보며 늘 함께 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이가 아픈 것을 알기 전부터 그처럼 아이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사랑을 하였다는 사실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왜냐면 나는 지금 12살인 딸아이에게 제대로 된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은 기간이 겨우 두세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 때문이다. 아이가 나서 자라 10살 가까이 될 때까지 나는 일을 핑계로 바깥에서 맴돌았고 그 결과물은 철처한 '엄마딸'의 탄생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바가 있어 아이곁에서 책도 읽고 함께 놀기도 하며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여보지만 벌써 5학년이 된 딸아이는 제 갈길을 뚜벅뚜벅 잘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헛수고라고? 사랑은 헛수고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헛수고라고? 사랑은 절대 헛수고가 아니다. (97)
 
 세상에 어떤 사랑이 필요없는 사랑이랴, 특히 아비가 딸에게 베푸는 사랑은 말해 무엇하랴..뒤늦은 반성과 뉘우침으로 이제서야 딸아이곁에 서는 남자들이 어찌 나뿐이랴만 이 사회는 그동안 그런 아빠들을 원하여 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또한 달라져야 한다. 삶의 빛이 되는 아이와이 만남과 사랑으로 나도, 우리도 아이랑 함께 남은 생을 더욱 행복하게 꾸려가야 하리라. 그것이 먼저 이별한 사람들에 대하여 죄짓지 않고 사는 길이니까.
 
 아들은 기껏해야 내 고독을 덜어줄 테지만, 딸은 고독을 덜어줄 뿐 아니라 위로도 해줄 수 있다. (23)
 
 짧은 삶을 행복하게 살다간 '뉴뉴'의 명복을 빈다.
 
2008. 3.30.   그리고 사랑한다, 아빠딸…….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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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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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일상적으로 보고 숨 쉬던 공간이라도 조금만 각도를 바꾸어 보면 새로운 모습이 된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미처 깨닫지 못하던 모습을 보게 된다. (6)
 
 그렇다. 이 책에는 조금은 알면서도 자세히 모르던 이야기들이 아니라 정말 처음 만나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분명 조선시대 이야기인데 '남편의 육아휴직'이라니….'조폭과의 전쟁'….'욘사마를 능가하는 한류'…'흑인용병'까지…. 그리고 그 이야기들곁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거의 매 쪽마다 등장하는데 그림과 글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너무 잘 어우러진다. 따로 구분되어 있는 그림도 있지만 글 속으로 표제어나 틀이 없이 쑥 드러나있는 그림들이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한다. 일단 추천 한 번 꾸욱 누르고...
 
 책은 <1부 조선왕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2부 작은 사람들의 조선 이야기>,<3부 동물을 둘러싼 조선 이야기>를 거쳐 <4부 먹거리를 둘러싼 조선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대분분이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들이다. 그 중 몇가지만 만나보도록 하자.
 
 <아들에게 빌고 빌며 쓴 정약용의 편지>에서 우리는 "제발 술 끊으라"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만나게 되는데 정약용이 누구인가, 조선후기 최고의 학자로 일컫어지는 분인 아니던가, 그런 그도 자식에게는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음이 유배지에서 보낸 그의 절절한 편지를 통하여 우리가 알게 되는 사실인 것이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는 것이다. 소가 물을 마시듯 마시는 저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는 적시지 않고 곧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무슨 맛이 있겠느야. 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다. (정약용) (44)
 
 다산께서 이르시는 저 경지에 아직도 이르지 못하는 나같은 많은 범부들은 들으시라..술과의 싸움은 그만할 때가 되었슴을…….
 
 이제부터는 사역인(노비)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세종) (69)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씀인가? 노비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 남편도 30일씩이나 쉬라고 하시다니…지금으로부터 5백여년 전에 세종께서는 육아휴직제도를 벌써 시행하고 있었슴이라…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엄청 부러운 제도가 아니던가…현재에도 아내가 아이를 놓았다고 30일씩 쉬었다 나오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런지…놀랍고 부러운 사실이다.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는 쏟아지고 구비쳐 이어지는데 표류하였다가 필리핀까지 다녀와서 오히려 난파한 필리핀인들의 통역까지 척척해낸 '홍어장수 문순득'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표류기 못지 않은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표류기 이야기'표해록'이 있었음도 이제서야 알게된다.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것이다.우리 역사를…
 
 절망의 시대라 울부짖으며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문순득과 같은 삶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젠 그를 표류이니 문순득이 아니라 삶의 개척자 문순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107)
 
 3부의 코끼리와 낙타 이야기는 조금 알고 있던 바이고 4부의 개고기 이야기는 오히려 새롭게 다가오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역시 깨어있으신 정약용이기 때문이다. 역시 유배지에 있던 몸이 허한 형에게 개고기를 권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네 풍습으로 내려오는 식습관은 쉬 바꿀 것이 아님을 알겠다. 아무데서나 한 두편의 이야기를 골라내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어도 좋아할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앞서도 말한 바 있지만 글과 함께 하는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 그냥 그림만 뒤적거려도 옛조상들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음에 어찌 이 책을 손들어 권하지 않으랴. 다들 만나보시라.."친절한 조선사" ㅡ 우리 뒷골목 이야기를...
 
 
2008. 3.30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리 역사를 만나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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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우리 시대와 나눈 삶, 노동, 희망
하종강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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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넉달만이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이란 책을 통하여 하종강, 그를 만난 뒤.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 사이에 그가 서 있다"고 나는 그 책에 대하여 간단한 헌사를 바친 바가 있지만 이 책을 보며 그 때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 책에는 그의 말처럼 '가장 처음에 고른 글들중에서 추려진' 이야기들이라 더 따뜻하지만 더 고통스럽고 아픈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역시 그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희망을 놓지 않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가 노동상담을 시작하던 그 때나 지금이나, 무려 3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슴에도 똑같은 문제들로 넘쳐난다. 빌어먹을,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때(70년대 중반)부터 세상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 별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아직도 세계 최장 노동시간,세계 최고 산재발생에 시달리고 있다. (132) 
 
 곳곳에 넘쳐나는 가슴아픈 현실이야기는 일일이 말하지 않으련다. 하지만 그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하여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제한된 지식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요받는 삶, 그것이 노동자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에서) (180)
 
 그런데 형(하종강)은 그 일을 20년 넘도록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뭐요? ~ 나는 세계관이 바뀌지 않았거든.나는 내 철학을 바꾸지 않았거든. (95)
 
 수십년 노동자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14년만에 겨우 양복 한 벌을 해입으면서도 그는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왜냐면 그에게는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여럿이 함께"의 길을 가다 여러가지 까닭으로 그 길을 떠나 현실로 철들어간다. 그것이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남아서 자신의 길, 자기 가족만이 아닌 다름 이들의 삶을 위한 길을 가는 것은 알다시피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그는 아직도 그 길에 서 있고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는 1981년 암흑의 시대, 만연하던 수사관들의 불법고문에서 직접 수많은 고문을 겪고나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얘기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우리에게 그만큼 큰 고통은 다시 없으리.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 이기지 못할 고통은 없다. (85)
 
 언제 어디서나 관철되는 원칙이 있다. '버티는 쪽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87)
 
 '철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늘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돌아보게 하고 깨어있게 한다. 아마도 그가 이런 힘들고 아픈 이야기들을 서서럼없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도 그런 까닭이리라.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 열심히 추구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 아무 잘못도 없이 밥을 굶어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 때문에 잠 못 이루며 가슴 아파 해본적이 없다면, 과연 정상적인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321)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지은이 자신의 가족사도 공개되는데 사람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음을, 노동자들의 삶이나, 노동자들을 위한 삶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함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리라. 황토빛 겉표지를 보면 책 제목 아래, 바탕에 목장갑이 하나 놓여져 있다. 노동의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그 목장갑처럼 우리도 그 기본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의 말처럼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리라. 끝으로 그의 아내가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까닭'을 내 아이에게,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며 이 책을 덮는다.
 
 "공부 좀 못하면 어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물론 공부 좀 못해도 세상은 살아갈 수 있어. 엄마가 일하는 학교 장애인들 중에는 1더하기 1이 얼마인지를 평생동안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 그 사람에게는 그게 잘못이 아니고 죄도 아니야. 그러나 너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잖아. 너는 네가 가진 능력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거야. 네가 능력만큼 노력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대해서 죄를 짓는 거야." (281)
 
2008. 3.30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짐하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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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티모시 페리스 지음, 최원형 옮김 / 부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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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도 인생을 남부럽지 않게 즐기면서 잘 사는 법", 한마디로 꿈같은 이야기를 실천하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사실 좀 부끄럽기도 하면서 이 책에서 지은이가 제시하는 거의 모든 것에 귀가 쏠린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꿈에 접근하는 거의 모든 방법,아니 꼼꼼한 방법"이 이 책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낯설기도 하지만 매력적이고 유혹적이다.
 
 나이 마흔하고도 셋, 12살짜리 딸을 둔 아빠, 홀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 사랑하는 아내랑 맞벌이를 하면서도 넉넉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중간관리자인 내가 바라보기에 이 책은 어떠했을까.. 그래도 솔깃하다는 말이 먼저 앞선다. 정의(D)-제거(E)-자동화(A)-해방(L)의 4단계로 가는 과정은 읽기에는 쉬워도 따라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읽는데서만 끝내고 책을 덮게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평가가 들쭉날쭉 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것은 무척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단순한 차이에서 시작된다.(18)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대개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69)
 
 더 적은 시간에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파킨슨 법칙을 활용하라. 집중해서 일하고 미루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과 마감 시한을 짧게 잡아야 한다. (115)
 
 즉시 행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방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실천하라.가능하다면 회의는 피하라. (153)
 
 최종 결과는 알 수 없다.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희망하라. 더 나은 세상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건 간에 당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면, 당신이 한 일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라. (383)
 
 책을 뒤적거리다 펼치면 곳곳에 읽다 줄친 구절들이 넘쳐난다. 모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스스로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는 소리지만..하지만 이 책은 그 실천을 도와주기 위해 제대로 만들어져 있다. 관련된 업체나 사이트, 문서 작성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료가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여 최대한의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다만, 미국인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또 다른 번안판이 필요하게 된다.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사이트들의 한국판이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지은이처럼 "뉴리치"에 다가 섰으리라. 그래도 한국판 [4시간]은 준비되고 기획되어 꿈꾸는 많은 이들을 도와주어야 하리라. 꿈이 있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 만할 테니까..
 
 책을 읽으며 요즘의 나를 떠올렸다. 업무에 쫓겨 집에까지 가져가서 일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주일에 너댓권 이상의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고 또 다른 일들을 처리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체험하고 있기에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제거'와 '자동화'가 더 가슴에 와닿은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꿈"을 이루러 나는,오늘도 한 발자국을 더 내딛는다.
 
2008. 3.27. 봄날은 온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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