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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를 구출하라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마리북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설명', 철학은 계속된다.
 
 '논리의 미궁'에서 빠져나온 주인공 지누는 다시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든다. 이번에는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에서 출발해 기원전 3세기경의 아테네까지 시간여행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애지와 둘 뿐이다. 함께 다니며 도와주던 책도 없다. 자,그럼 나흘동안의 시간여행을 함께 떠나며 살펴보자. 
 
 덜컹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델포이 신전에 떨어진 지누는 '소크라테스를 구하라'는 신탁을 받고 '아테나의 배'를 타고 기원전 3세기 시간으로의 먼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항해에서 바다 위에 떠있던 '노예 필로소피아'를 만난다. 이 노예는 당시에 '책'역할을 하던 노예다. '필로소피아'- '앎에 대한 사랑','지혜에 대한 사랑'이 바로 필로소피아, 곧 철학이 아니던가. 노예 필로소피아는 이전 시대의 철학에 관한 모든 책들을 암기하고 있는 노예였던 것이다. 말 그대로 '철학책' 자체로서의 역할이 임무였던 것이다. 이렇게 첫째날이 흘러간다.
 
 둘째날, 함께 시간을 거슬러 가며 드러나는 사실은 노예 필로소피아는 단지 철학과 관련한 역사적인 사실을 기억하여 외우고만 있을 뿐 스스로의 생각은 없다는 것. 왜냐면 생각은 주인님이 하여야 했던 시대이기에 노예는 단지 책으로서의 임무, 요즘시대의 '전자사전'역할만 하면 충분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세이렌'이 노래하며 유혹하는 바다를 지나고, 저승의 왕 '하데스'와 무시무시한 그의 애완견 '케로베로스'도 만나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밀레투스에 도착한 이들은 탈레스를 만나 그가 얘기하는 세상의 모든 것, '아르케'(원리,원천,시초,근원)'인 물 이야기도 듣게된다. 함께 만나는 이들로 '아페이론(무규정자,무한한 것)'을 '아르케'로 파악하는 아낙시만드로스(탈레스의 제자), '공기'를 '아르케'로 주장한 아낙시메네스(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가 있다.
 
 "만물은 변한다.변하지 않는 것은 만물이 변한다는 그 법칙뿐이다. 이것이 '로고스(logos)'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헤라클레이토스, "세계가 하나의 코스모스인 것처럼 우리 각자도 작은 코스모스요.우리는 대우주의 구조적 원리를 재현하는 유기체지요."라는 피타고라스, "변화란 우리 눈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이오.유일하게 진리를 밝혀낼 수 있는 수단은 누스(nous),즉 지성뿐이오."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파르메니데스 그리고 그의 제자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역설'을 주장한 제논까지 세째날 지누가 만난 이들은 철학사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던 사람들이다. (155쪽 그림 요약에서)
 
 마지막 날인, 넷째날, 지누는 소피스트의 올림픽도 구경하고 소크라테스의 변론도 듣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날,그를 구하러 가지만 소크라테스를 논리적으로 이길 수는 없었고 결국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길을 택한다. 역사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하지만 소크라테스를 마지막으로 설득하러 감옥에 간 새벽,지누와 그의 노예 필로소피아는 소크라테스로부터 당시로는 당연히 여겨졌던 여자와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는 속설에 대한 답에서 여자도,노예도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온다. 그리고 그의 노예였던 필로소피아,본명 소크라테스는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길을 가고 지누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다양한 철학사의 논의들, 많은 철학사상가들,그들의 논지가 잘 버무려저 있는 이 소설은 지누의 모험담을 빌어 이번에도 맛깔나는 철학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특히 고마운 점은 중간중간의 삽화가 소설의 리듬감을 그대로 싣고 가면서 중요한 부분에서 적절한 요약을 해 주고 있고 끝부분에 부록으로 첨부된 그리스 철학 약사도 무척 훌륭하다. 소설을 읽고 이 부분을 만나니 차근차근 그리스 철학사를 정리할 수 있고 시험 공부용?으로도 충분하다.
 
 끝으로 지은이가 전하고자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어보면 노예 필로소피아 이야기이다. 지식으로만 철학사를 머리 속에 담고 있던 시절의 그는 단순히 책을 대신하는 지식 노예였지만 책의 마지막에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노예도 인간이라는 얘기를 질문하여 들을 당시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줄 아는 주체로서의 인간이 되어 있는 것이다. 본명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겠다.
 
 주어진 상황과 세계를, 스스로,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 이것이 철학의 목적이고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 온 그리스 철학사,  두 이야기를 노예 필로소피아를 통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읽고 생각하고 또 스스로 알려하는 것, 앎에 대한 사랑, 철학은 계속 된다.
 
2008. 1. 13. 또 고민하는 밤에…….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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