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우리 시대와 나눈 삶, 노동, 희망
하종강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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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넉달만이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이란 책을 통하여 하종강, 그를 만난 뒤.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 사이에 그가 서 있다"고 나는 그 책에 대하여 간단한 헌사를 바친 바가 있지만 이 책을 보며 그 때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 책에는 그의 말처럼 '가장 처음에 고른 글들중에서 추려진' 이야기들이라 더 따뜻하지만 더 고통스럽고 아픈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역시 그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희망을 놓지 않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가 노동상담을 시작하던 그 때나 지금이나, 무려 3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슴에도 똑같은 문제들로 넘쳐난다. 빌어먹을,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때(70년대 중반)부터 세상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 별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아직도 세계 최장 노동시간,세계 최고 산재발생에 시달리고 있다. (132) 
 
 곳곳에 넘쳐나는 가슴아픈 현실이야기는 일일이 말하지 않으련다. 하지만 그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하여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제한된 지식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요받는 삶, 그것이 노동자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에서) (180)
 
 그런데 형(하종강)은 그 일을 20년 넘도록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뭐요? ~ 나는 세계관이 바뀌지 않았거든.나는 내 철학을 바꾸지 않았거든. (95)
 
 수십년 노동자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14년만에 겨우 양복 한 벌을 해입으면서도 그는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왜냐면 그에게는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여럿이 함께"의 길을 가다 여러가지 까닭으로 그 길을 떠나 현실로 철들어간다. 그것이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남아서 자신의 길, 자기 가족만이 아닌 다름 이들의 삶을 위한 길을 가는 것은 알다시피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그는 아직도 그 길에 서 있고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는 1981년 암흑의 시대, 만연하던 수사관들의 불법고문에서 직접 수많은 고문을 겪고나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얘기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우리에게 그만큼 큰 고통은 다시 없으리.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 이기지 못할 고통은 없다. (85)
 
 언제 어디서나 관철되는 원칙이 있다. '버티는 쪽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87)
 
 '철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늘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돌아보게 하고 깨어있게 한다. 아마도 그가 이런 힘들고 아픈 이야기들을 서서럼없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도 그런 까닭이리라.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 열심히 추구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 아무 잘못도 없이 밥을 굶어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 때문에 잠 못 이루며 가슴 아파 해본적이 없다면, 과연 정상적인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321)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지은이 자신의 가족사도 공개되는데 사람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음을, 노동자들의 삶이나, 노동자들을 위한 삶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함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리라. 황토빛 겉표지를 보면 책 제목 아래, 바탕에 목장갑이 하나 놓여져 있다. 노동의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그 목장갑처럼 우리도 그 기본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의 말처럼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리라. 끝으로 그의 아내가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까닭'을 내 아이에게,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며 이 책을 덮는다.
 
 "공부 좀 못하면 어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물론 공부 좀 못해도 세상은 살아갈 수 있어. 엄마가 일하는 학교 장애인들 중에는 1더하기 1이 얼마인지를 평생동안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 그 사람에게는 그게 잘못이 아니고 죄도 아니야. 그러나 너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잖아. 너는 네가 가진 능력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거야. 네가 능력만큼 노력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대해서 죄를 짓는 거야." (281)
 
2008. 3.30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짐하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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