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일상적으로 보고 숨 쉬던 공간이라도 조금만 각도를 바꾸어 보면 새로운 모습이 된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미처 깨닫지 못하던 모습을 보게 된다.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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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이 책에는 조금은 알면서도 자세히 모르던 이야기들이 아니라 정말 처음 만나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분명 조선시대 이야기인데 '남편의 육아휴직'이라니….'조폭과의 전쟁'….'욘사마를 능가하는 한류'…'흑인용병'까지…. 그리고 그 이야기들곁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거의 매 쪽마다 등장하는데 그림과 글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너무 잘 어우러진다. 따로 구분되어 있는 그림도 있지만 글 속으로 표제어나 틀이 없이 쑥 드러나있는 그림들이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한다. 일단 추천 한 번 꾸욱 누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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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1부 조선왕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2부 작은 사람들의 조선 이야기>,<3부 동물을 둘러싼 조선 이야기>를 거쳐 <4부 먹거리를 둘러싼 조선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대분분이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들이다. 그 중 몇가지만 만나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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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에게 빌고 빌며 쓴 정약용의 편지>에서 우리는 "제발 술 끊으라"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만나게 되는데 정약용이 누구인가, 조선후기 최고의 학자로 일컫어지는 분인 아니던가, 그런 그도 자식에게는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음이 유배지에서 보낸 그의 절절한 편지를 통하여 우리가 알게 되는 사실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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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는 것이다. 소가 물을 마시듯 마시는 저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는 적시지 않고 곧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무슨 맛이 있겠느야. 술의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다. (정약용)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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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께서 이르시는 저 경지에 아직도 이르지 못하는 나같은 많은 범부들은 들으시라..술과의 싸움은 그만할 때가 되었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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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사역인(노비)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세종)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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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씀인가? 노비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 남편도 30일씩이나 쉬라고 하시다니…지금으로부터 5백여년 전에 세종께서는 육아휴직제도를 벌써 시행하고 있었슴이라…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엄청 부러운 제도가 아니던가…현재에도 아내가 아이를 놓았다고 30일씩 쉬었다 나오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런지…놀랍고 부러운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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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는 쏟아지고 구비쳐 이어지는데 표류하였다가 필리핀까지 다녀와서 오히려 난파한 필리핀인들의 통역까지 척척해낸 '홍어장수 문순득'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표류기 못지 않은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표류기 이야기'표해록'이 있었음도 이제서야 알게된다.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것이다.우리 역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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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시대라 울부짖으며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문순득과 같은 삶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젠 그를 표류이니 문순득이 아니라 삶의 개척자 문순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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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의 코끼리와 낙타 이야기는 조금 알고 있던 바이고 4부의 개고기 이야기는 오히려 새롭게 다가오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역시 깨어있으신 정약용이기 때문이다. 역시 유배지에 있던 몸이 허한 형에게 개고기를 권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네 풍습으로 내려오는 식습관은 쉬 바꿀 것이 아님을 알겠다. 아무데서나 한 두편의 이야기를 골라내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어도 좋아할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앞서도 말한 바 있지만 글과 함께 하는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 그냥 그림만 뒤적거려도 옛조상들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음에 어찌 이 책을 손들어 권하지 않으랴. 다들 만나보시라.."친절한 조선사" ㅡ 우리 뒷골목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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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3.30 뚜벅뚜벅 걸어가는 우리 역사를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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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