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촉 2022-2023 - 메디치 격년 Biennium 전망서
하지현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불확실성과 조절 불가능성이 가져올 미래를 그린다>라고 서문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즐겨읽던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업데이트된 책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어 우리의 삶의 변화된 여러 포인트들을 시작으로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해 그간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만을 담지 않고, 오히려 호황보다 불황에 대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책보다 솔직한 작가님들의 개인적 직관이 돋보였던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하고싶은 책이었다.
불안과 우울과 혐오의 기본값으로 2022년~2023년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그것을 극대화하려고 선택했다는 표지색이 눈을 사로잡았던 이 책에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여러 내용들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개인적으로 몇 개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자면
코로나19가 3년 차를 맞이하면서 <한국인의 마음속은 안녕한가?>라는 주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2년이나 지났지만 정체된 상황들에 아직도 마음만은 2019년도에 머물지 몰라도 생각보다 우리의 생활 반경에 대한 변화는 2주 단위로 조금씩 변화해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은 4차 산업혁명의 눈앞에 둔 많은 변화를 겪을 시기였다고 한다. 벤처 붐에 이어 스타트업의 붐, AI와 비트코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들,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 여행의 개념에는 국내보다 외국에 더 초점을 둘 정도로 2년 전 과거는 참 화려했고, 올라가는 그래프였다면 우리에게 코로나19라는 대변 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모든 그래프의 숫자를 내려놓을 만큼 강력했고,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큰 짐이 되어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마스크는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고 마스크를 사용하게 되면서 얼굴로 표현하던 감정 표현을 눈으로만 하게 되어 (감정 표현의) 한계성을 맞이하게된것과 마스크로 가려진 입모양으로 어린아이들의 언어 습득의 어려움을 겪는 일 등의 일전에 겪어보지못한 어려움을 직면하게된다. 거기다 서로 간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으로 꽤 오래전부터 이어진 악수나, 포옹, 비쥬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확진자가 되면 밝혀지는 개인의 동선 노출 공개 등으로 확진자가 되면 질병에대한 걱정 이외의 것에도 걱정과 불안이 생겨버렸고 덕분에 평상시 가졌던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근본적 신뢰에 대한 많은 것을 깨부셔졌다는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믿음의 흔들림은 아주 큰 불안을 만들게 되고, 기회의 상실과 판단의 보수화를 만들어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많아지고 익숙한 것에 대한 선택이 커져 자신의 집단에 대한 경계가 강해져 부족주의적 심리가 강화된다고 보고 있었다.
이외에도 몇 달만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이 2년이 넘어가자 스트레스가 높아져 마음의 에너지에 대한 소비가 커지게 되었고, 극단적 선택의 비율도 높아지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정신과를 찾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배구 쌍둥이 자매의 경우나, 의대생 한강 실종사건 등으로 집단 심리가 강화되고,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과 거리 두기의 일상화가 한몫을 했다고 보고 있었다.
마음의 기본 소비가 높아지는 마당에 낙관적인 시선만 가득하다면 어느 한순간 우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시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어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던 글이었다.
기억에 남는 다른 글로는 <새로운 문화전쟁: 약좌의 게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남녀 갈등의 기저에는 정체성 정치와 PC 정치(political correctness)가 자리한다고 했다.
정체성 정치는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문화 등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맥을 추구한다면 PC 주의는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 민족, 언어, 종교, 성차별 등에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운동이라고 정체성 정치가 구현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2021년 현재 청년 남성과 여성들은 문화전쟁 중이고 성적 영역을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고 있었다.
우선 2015년부터 활발하게 일어난 여성들의 폭로 문화로 데이트 폭력 폭로, 미투 운동을 거치며 모든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으로 주장하며 페미니즘 운동이 증가하고 사적 문제가 공적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되기 위해 가해자로서의 존재가 필요하다 보니 남성을 구조적 피해자라는 공식으로 정치적 지형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었다.
우선 이 입장은 여러 여성들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글이라고 서문에서 충분히 설명을 듣고 봐서 그런지 그렇게 반감이 들지 않았다. 사실적인 부분도 있었고, 그렇게 편을 나누어서 여성들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웠나 싶기도 했다. 혐오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 모든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입장에서는 나 역시도 공감하기 어렵지만 근대적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에서 동반자였던 사람을 혐오의 대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환경에서 피해를 끼친 사람들에 대한 공격 심리가 혐오로 반응한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PC정치 입장에서의 인터넷상 공격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다.
이외에도 여성 혐오를 없애겠다고 시작한 미러링이 혐오의 총량을 늘렸다는 말은 공감했다. 무분별한 미러링으로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도 했고, 진짜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뭐였는지 목적을 상실한 것도 많이 봐와서 이런 다른 시선의 글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 청년 남녀를 갈라놓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쟁으로 만든 정체성 정치와 PC 주의에 대한 영향력을 이 글로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고, 문화전쟁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던 글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이외에도 정말 듣고 싶고 알고 싶었던 주제들에 대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담겨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사회 여러 분야의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 개인은 개인이자 구성원으로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줬고 개인과 사회의 욕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그런 책이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