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는 소설이라고 들었다.
다른게 있다면 사람이었던 주인공이 바퀴벌레가 되는 카프카 작품과 반대로 바퀴벌레가 거대 생물체(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이야기 였다.

사람이 되자 바퀴벌레는 자랑스럽게 빛나는 갈색 몸뚱이가 사라진것과 몽뚱이 가까이서 뽀짝 대던 여러 개의 갈색 다리가 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딱 2개로만 존재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하고, 널빤지 모양의 고깃덩어리가 멋대로 움직이는 항상 젖은 상태의 입이 가장 역겨웠다고 표현하며, 특히나 시야가 쓸데없이 좁고, 숨결 냄새가 낯설어했다. (개인적으로 사람 몸에대한 바퀴벌레식 감상이 참 재밌었다)
몸에 적응하기도 전에 곧바로 자신의 중요한 임무가 생각나게 되는데 독자들도 궁금한 그들의 임무는 바퀴벌레 최정예 부대가 인간 지도부 몸에 들어가 그들을 담대(?)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담대하게 만드는 일은 뭐냐면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 그것이 바퀴벌레가 번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고 그 중대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 사람 몸에 들어간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주인공은 랭커스터 공국 장관 트레버 고트, 내무장관, 법무장관, 원내대표, 통상부 장관, 교통부 장관, 정무장관들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자신의 동족임을 즉각 인식할 수 있었다. 환호의 기쁨을 속으로 감추며 서로 눈빛으로 인사를 나눴다. 
다만 그 순간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는 걸 한 번 더 알아챌 수 있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반역자(?) 외무장관 베네딕트 세인트존의 눈을 마주친 순간 그의 몸은 아직 인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외무장관 몸에 들어가야 할 바퀴벌레는 국회로 향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외무장관 베네딕트의 존재가 자신의 가장 큰 위험요인임을 총리는 직감했다. 하지만 최정예 부대는 거침없었고, 자신들의 힘으로 역방향 주의가 대세 밀어붙여 자신의 목표를 이룰 것이란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브렉시트를 풍자한 소설이라는 걸 소설을 다 읽고 알게 되었는데 브렉시트란  British + Exit 합친 말로 =Brexit 즉,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한다.
금융위기와 대규모 난민 유입 등으로 유럽연합 탈퇴 여론이 있었고 유럽연합의 잔류를 묻는 대국민 투표를 진행했고, 잔류를 예상하고 진행한 투표였는데 과반수를 얻게 되어 결국 유럽연합의 탈퇴가 이뤄지게 된 일을 풍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해하니 또 재미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시계방향 주의와 역방향 주의인데, 우리가 아는 검증된 방식으로 돈이 돌아가는 경제를 시계방향 주의라고 부른다면 역방향 주의란 일을 하면 돈을 내야 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모든 상품을 소매가로 후하게 보상받는다. 현금을 비축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은행에 돈을 맡기면 높은 마이너스 이자를 부과하게 되어 저축으로 돈을 다 탕진하기 전에 더 비싼 일자리를 얻고 회사에 비싼 돈을 주기 위해 열심히 쇼핑을 해서 돈을 버는 경제 시스템이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경제 시스템에 바퀴벌레들의 목적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진짜 인간 사회를 파괴시키려는 목적이 분명해 보였다.
정말 진지하게 역방향 주의를 전파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우스꽝스럽지만 또 왠지 또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비틀어 생각해 보는 시각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환경을 위한 바퀴벌레들의 작당모의!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 소설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감 2021-12-04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어보이는데 변신을 아직 안읽어봐서요, 변신먼저 읽는게 나은가요?

러블리땡 2021-12-05 03:58   좋아요 1 | URL
순서를 생각하시는거라면 변신 안 읽고 읽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

hi,keiss 2021-12-04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러블리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저도 바퀴벌레를 읽고 싶어지네요^^

러블리땡 2021-12-05 03:59   좋아요 1 | URL
헙 감사합니다 ㅠㅠ 우왕

mini74 2021-12-04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풍자라지만 읽으면서 몸에 막 소름이 돋아요 으악. 바퀴벌레인간이라니 ㅎㅎㅎ 바퀴벌레가 자본주의의 주체였군요. 넘 명랑하게 쓰셔서 바퀴벌레지만 용기내서 읽고싶어집니다 *^^*

러블리땡 2021-12-05 04:03   좋아요 1 | URL
ㅎㅎㅎ 바퀴벌레가 생각보다 자신감이 넘쳐요 사실 가독성이 엄청 좋은 편은 아닌데요 정보를 조금 알고 다시 보니 잘 안 읽혔던게 좀 잘 읽히더라구요 엉뚱하니 재밌었어요 ㅎㅎ

새파랑 2021-12-04 2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 신작 리뷰 처음 보는거 같아요~!!
전 이언 매큐언이어서 읽고는 싶은데 바퀴벌레에 풍자라고 하니 좀 꺼려지더라구요 😅 근데 러블리땡님 글 보니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

러블리땡 2021-12-05 04:06   좋아요 2 | URL
ㅎㅎㅎ 뭔지 알것 같아요 바퀴벌레는 좀 그렇죠 ㅎㅎㅎ 고민하시는거 이해합니다 ㅎㅎ 아 저 채링크로스84번지 샀어요 구판 절판되고 개정판으로 나왔더라구요 구판을 사고 싶었는데 ㅡㅠ

새파랑 2021-12-05 09:16   좋아요 2 | URL
채링크로스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개정판인데 구판을 좋아하시는군요 ^^
남은 일요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