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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춤을 -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리아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엮음, 다른몸들 기획 / 푸른숲 / 2021년 8월
평점 :
잘 아플 권리, 질병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 보게 되었다.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깨닫게하고, 건강하지 못하게 몸을 관리한 것은 개인의 죄가 아님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건강 중심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모두 아픈건 잘못된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을 전하며 그들의 조여진 숨통을 트여주는것을 이 책이 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그 역할을 맡은 다양한 질병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첫번째 다리아님은 점점 부풀어가는 복부의 원인을 추적 조사하다 소화기가 아닌 난소에 종양이 생긴걸 알게 되었고,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질환은 종결되지 않았고 결국 재발하여 1년마다 정기 검진을 해야하는 몸이 되었다. 다리아님 이야기에서 포커스는 여성 생식기의 질병은 자신의 몸에 대한 걱정 이외의 것도 걱정을 해야했다는것이었다. 몸보단 임신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었는데, 시댁과 친정에서의 계속된 관심과 바램이 그것이었다. 우선 자신의 몸을 먼저 생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여성의 몸, 그래서 죄책감을 갖게 된다는게 참으로 암담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는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목우 작가님은 20대에 조현병이 발현해 꽤 오랜 기간 작은 방안에서 혼자 갇혀서 지냈다고 했다. 가족력에 대한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정신과적 질병에 있어서 중요한지 알게해주는 이야기었다. 작가님이 작은 방에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털어놓으셨는데, 이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알 수 있어서 가장 마음이 아팠고, 감추지 않고 더 많이 오픈되어야하는 질환이 아닌가 싶었다.
세번째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진단받으신 모르님이야기였다. 어릴적부터 자신의 질병을 찾지 못해, 남들이 좋다는건 다 해봤던 이야기들, 산정 특례 적용이 희귀질환자들에겐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신체적 조건때문에 검사를 시행할때 보험적용 기준이 정상인에게만 맞춰져 있는지 골다공증검사에 대한 내용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심사 기준에 대해 다시 고려해봐야한다는걸 이 사례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정말 질병에 대한 오픈이 왜 중요한지에대해 모르님 이야기를 통해 더 절실히 느꼈던것 같다.
네번째는 류머티즘을 진단받은 이혜정님 이야기였다. 류머티즘은 면역질환이라 완치가 힘들고 계속되는 치료에 비용도 만만치 않은 질병인데, 이게 양성 류머티즘 관절염과 다른 혈청 음성 류머티즘 관절염이기에 국가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치료제가 없어서 의사가 말하는 치료에 대해 의존도 높고 기대도 높지만 만족도는 장담할 수 없기에 수많은 기대와 좌절이 오가는 과정들이 담겨 있었다.
네가지 사연을 읽으며 질병이 생기는 원인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는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번째 사연의 주인공인 다리아님 처럼 오랜 출퇴근 길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것, 질병의 개인화를 벗어나 사회적인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는것도 배울 수 있었고 산정특례에서 벗어나는 질환은 혜택을 받지 못하여 얼마나 극도의 비용적 부담이 있는지 오픈하여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것 같다는 생각,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사회적 도움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그것이 개인이 삶에 대해 애착을 갖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건강 중심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아픈것도 현실이기에 그것을 피하고 숨기기보다 오픈하여 어떻게하면 잘 아프고 견뎌낼것인지에 대해 질병의 경험을 드러내어 잘 아플 권리를 찾아야한다는것이 중요하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픈것이지 실패하진 않았다는것, 끊임없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것을 우리는 서로 알고 있어야하고 인정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건강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이 차별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