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기자님. 역시 좋다.

떠났을 때만 ‘나‘일 수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행복을 찾은 이들이겠지만, 나는 떠났을 때만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결국,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나라는 인간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행이다. 이곳에서의 삶을 위한 떠나기. (p 009)

여행을 떠나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싫어한다는 작가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진정한 자아란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_- 늘 생활하는 곳이 아닌, 어딘가 특별한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 아닌가 싶다는 생각.

‘여기가 아니면 그 어디라도‘ 는 보들레르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라는데 혼잣말로 자꾸 중얼대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여기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느낌 때문에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했지만, 지금은 여기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또한 공감.

작가의 여행 뿐 아니라 읽으신 수많은 책들과 언어능력(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신 듯)이 무척 부럽다. 책들을 보관함에 넣으면서 일본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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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8-06-0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만,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만 생각나던데요- 다 잘할 수 있을 것처럼요. 막상 돌아와 보니, 전혀 하고 싶지 않지만... -.-


그건 그렇고
점심 맛있게 드시길요. ;)

moonnight 2018-06-08 22:16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댓글을 이제야ㅜㅜ 한수철님 페이퍼 읽고 혹시? 하고 와봤는데ㅠㅠ;;;;

그나저나-_-

예전에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저는 여행을 계획하고 짐 싸고 비행기 타는 것 까지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타국의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돌아가고 싶어지는ㅜㅜ 그걸 깨달은 후로는 휴가에도 집순이-_-;;;

저도 월드컵을 기다리고, 한국 대표팀을 맘 속 깊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한 방을 쓰며 한 침대에서 살을 맞대고 잔다. 한 변기를 쓰고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사는 동안 여자는 1년 이내에 고유한 것 스물세 가지를 잃는다. 결혼을 기점으로 처녀 시절과 달라지는 것인데..

(중략)

여자가 잃어버린 스물세 개의 목록을 적은 적이 있다. 나비 날갯짓 같은 부드러움, 모란의 우아함, 봄비의 고요함, 치즈처럼 녹으며 존재의 안쪽으로 스미는 미소, 친밀하고 다정한 포용력, 뱀 같은 날카로운 주의력, 자기 인식에의 욕구, 지식에 대한 예의, 가을 명태와 같은 투명한 슬픔.... 그것들이 사라진 뒤 여자는 부끄러움을 잃고 파렴치하고 뻣뻣해진다. 어찌 여자만 변하겠는가! (p134~135)





어찌 여자만 변하겠는가! 라고 보호막-_-을 치긴 했지만 별로 위안이 안 된다. 위안은 커녕 뒤에 이어지는 문장에선 전 재산을 넘기겠다는 제안에 비로소 아내가 흔쾌히-_- 받아들여 이혼 합의에 이르렀다며, 그에 안도감을 느꼈다고 조용히 조롱(내가 느끼기에)하기까지ㅠㅠ;;;

그간 장석주 작가 책들을 읽고 이 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무, 무섭다-_-;;;;

저기.. 박연준 작가님과 재혼하셨잖습니까. 무서운 와중에, 지금의 아내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신가 궁금하네요. 1년 이내에 고유한 스물세 가지를 잃고 파렴치해진다니. 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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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6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8-05-31 16:4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답글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ㅠㅠ 이 분 왜 이러시나 했답니다ㅠㅠ

2018-05-26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8-05-31 16:48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ㅜㅜ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눈이 잘못되었나 뭐 잘못 읽은 건가 했다니까요ㅜㅜ 잃어버린 스물세개.. 같은 소리 하시네 했어요. 슬퍼짐ㅠㅠ
 




알마 정혜인 대표님의 부음을 접했다. 개인적으로는 알 리 없는 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들(특히 올리버 색스)을 출판해주셔서 참 감사하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너무 일찍 떠나셨다.
그리고 얼마 전 조간신문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을 만났다. 부군이 강창래 작가분이셨구나. 암으로 고통받는 아내를 위해 요리를 시작한 남편의 마음이 담백한 문장에서도 절절하다. 직장에서 읽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서 혼났다.

남편이 만들어주는 음식만을 겨우 넘길 수 있는 아내. 요리라고는 라면끓이기 정도나 할 줄 아는 남편이 자신이 떠난 후에도 잘 살아가기를 바랬던 아내의 마음으로 부탁하셨겠지.

늦기전에 더 많이 사랑하고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곧 잊고 투덜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사람이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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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5-0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창래샘이랑 식사한적 있는데 참 따뜻하고 감성도 풍부하시더라구요.
글도 참 좋지요. 요리도 전문가 수준... 안타깝죠.

moonnight 2018-05-02 21:32   좋아요 0 | URL
어맛 세실님 부러워요. 강창래님이랑 식사하시는 사이@_@;;;라고 적고 보니.. 호들갑 주책 사과드립니다ㅠㅠ; 글을 읽으며 느낀 바로 그 성품이시군요. ㅠㅠ
 

직장동료 한 명은 이승엽 선수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만 해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 했다. 내가 야구를 몰랐을 땐 뭘 그렇게까지. 했었다. 지금은 당연히 그 생각에 적극 동참. 좋아하는 걸 넘어 무척 존경하는 분 이승엽 선수.

주책스럽게도, 첫 페이지부터 눈물 줄줄 흘리면서 읽게 된다. 슬픈 얘기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슬쩍 편승해서 인생을 쉽게 살아왔나 싶어서 부끄럽다.

지금은 엘지 감독님이신 류중일 감독님. 일본에서 이승엽선수 데려오려고 할 때 잔인한데다가 뭣도 모르는 인간들이, 올 필요 없다는 둥 뛸 포지션이 없다는 둥 헛소리 했을 때 이승엽 선수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꼭 삼성에 데려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류중일 감독님 사랑합니다ㅠㅠ

책에도 류감독님 외 참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표현되어있다. 본인의 노력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더 감사하는 겸손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 은퇴식 때 몹시 울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사랑하는 야구를 어떻게 떠나셨나, 후배에게 길을 열어준다니 말은 쉽지만 어떻게 실행하셨나 싶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야구경기에 깜짝 해설위원으로 등장하셔서 책읽으며 보다가 놀랐다. 이제는 이승엽 야구장학재단 일로 제 2의 야구인생을 여실텐데 잘 되길 두 손 모아 빈다. 양준혁 야구재단에 매달 후원하고 있는데, 이승엽 재단도 정기기부회원을 모집해주었으면.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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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보아야 할, 들어야 할 등의 리스트도 유행했었다. 지인들이 너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건 없다.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지 라는 식의 사고도 이해가 안 되었기에 심지어 죽기전에 꼭 해야 할 일 같은 것이 있을 리가. 그런 나를 사람들은 뭔가 의욕이 없다. 열심히 살지 않는다 라고 평가하는 듯 했다. 그, 그렇긴 하다. -_-

버킷 리스트는 결핍, 채우지 못한 욕망이나 포부, 충분한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담고 있다. 버킷 리스트의 의미는 많이 경험한 인생이 좋다는 데 있지만 그와 반대일 수 있다. 나는 버킷 리스트가 없다.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기억이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 갈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든 내가 하지 못한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생각은 내가 이승의 강을 건널 때 갈망과 미련의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배의 바닥짐이 될 것이다. (p57)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내 생각을 글로 읽었다. 호주의 작가 코리 테일러는 2005년 처음 흑색종 4기 진단을 받은 후 수차례의 수술을 받고 암의 전이를 견뎌냈지만 2014년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중국의 사이트에서 안락사약을 구해놓고 위안을 받는 그녀. 책이 출판된 후 2016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명복을 빕니다. 유서를 써놓은 건 십년 쯤 되었고 가끔 고치기도 하고 다시 쓰기도 한다. 책을 읽은 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나도 갖고 싶다. 안락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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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4-2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 보고 제 버킷리스트는 뭘까 문득 생각해봤는데 그런게 없어서 약간 당혹스럽기도 한 채로 글을 읽으러 들어왔어요. 그러고보니 왜 지금껏 생각을 안해본거지? 싶기도 하고.
암튼 작가 멋있네요. 여러모로 공감하고 갑니다.

+
북유럽에서는 죽을 권리도 인정하는 추세인 것 같더라구요. 안락사를 넘어서 자살까지도요.

moonnight 2018-04-21 10:20   좋아요 0 | URL
어맛 자살까지도요?@_@;;;
최소한 소극적인 안락사는 합법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역시 버킷리스트 같은 건 없어서^^; 작가에게 더 공감하게 되네요.

blanca 2018-04-2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너무 무서워요. 죽는다는 것. 그리고 가족의 죽음을 본다는 것. 그런데 제가 언젠가 하늘의 별자리를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 본 적이 있는데 갑자기 죽음이 떠올라 놀랐어요. 몇백광년 전의 별을 보고 있는 내가 살고 죽는 게 별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긴 했는데..어려운 것 같아요.

moonnight 2018-04-21 10:24   좋아요 0 | URL
제가 애정하는 이의 죽음을 겪게 되는 건 두렵고 생각하기도 싫은데ㅠㅠ 제 자신의 경우엔 별 느낌이 없어요. 단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blanca님이 경험하신 그 순간의 느낌. 놀랍고 귀한 경험이에요.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