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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ypteria - In Medias Res
Krypteria (크립테리아) 노래 / 이엠아이(EMI)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나름 크로스오버락을 좋아한다. 특히 재즈나 클래식과 접목시켜 놓은 메탈에는 '환장'한다. 한때는 수입반을 미친듯이 찾아가며 들었을 정도이니. 기본적인 라인만 들어간 락음악도 좋아하지만 풍부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실린 음악은 맑은 날 바람을 맞으며 들으면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다는 무언가가 있다. 음반이 나오기도 전 중앙일보에서 극찬을 해 놓은 기사를 보고 검색을 통해 미니홈피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모처럼 관심이 가는 밴드였다. 발매되자마자 냉큼 샀었는데 너무 한꺼번에 음반을 지른 바람에 주의깊게 들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크로스오버락에서 여성을 보컬로 내세우지 않는 이유가 이 밴드에서 명백히 드러나버렸다고 해야할까. nightwish의 타르야의 경우는 '예외'라고 해야할 정도이다. 나는 메탈에서 그런 성악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보컬은 처음이어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작년에 발매된 베스트를 끝으로 보컬이 바뀐다고 하니 nightwigh가 어떤 보컬을 영입하여 앨범을 낼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다시 KRYPTERIA로 돌아와서. 이 앨범이 독일에서 연일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 사실 굉장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yngwie malnsteen, helloween, edguy, gammaray 등 내가 알고 있는 독일 매탈 밴드를 떠올렸을 때 그만큼의 강렬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거야 원. 너무 말랑말랑하다. 멜로디라인은 나무랄데가 없다. 오케스트라도, 선율도 적절하게 조화되어있으며 딱히 지루하지도 식상하지도 거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보컬이 오케스트라에 먹힌다. 오케스트라가 빠진 발라드에서 조지인의 보컬은 충분히 감성적이고 충분히 깔끔하고 충분히 매끄럽다. 하지만 그런 곡은 시집으로 치자면 '소품'이랄까. 그정도의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곡 자체로만 보자면 굳이 조지인이 아니라도 차트 1위 정도는 그냥 먹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친구 말에 따르자면 그래, 좀 더 소름끼치거나 좀 더 허스키했다면 더 볼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KRYPTERIA가 부른 '승리를 위하여'가 월드컵을 겨냥하고 나온 노래-라는 것인지 월드컵 응원가라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가 모두 실려 있는데 한국어 가사는 문법도 엉망, 촌스럽기 그지없다. 아- 이것도 마음에 안 들어.
이런 식으로 써놔서 형편없는 음반인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2주 내내 줄기차게 듣고 있으니 영 볼품없는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mp3 player에서 지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