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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클래식 오디세이 4
제인 오스틴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9년 1월
평점 :
다상출판 오만과 편견을 받다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오만과 편견>을 리뷰어스클럽 첫 서평도서로 받았다. 사실 다른 출판사의 오만과 편견을 사놓은 지가 꽤 되었다. '시간 있을 때마다 조금씩 읽어야지' 했던 야심찬 계획은 신간 도서에 밀려 파도에 인 물보라마냥 둥둥 떠내려가 흩어지고... 거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즈음 다상출판의 <오만과 편견>이 약간의 부담과 설렘으로 나에게 왔다!
저자 제인 오스틴은 실제 어떤 인물이었을까? 동명인 첫째 딸 제인이 아닌 둘째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자신과 비슷하게 설정한 점이 흥미로웠다. 1775년 교구 목사이자 하층 양반 계급이었던 제인 오스틴의 아버지는 그녀를 개인교사에게 교육받게 하는 한편, 독서와 예술을 사랑하는 가풍을 심어 주었다. 당시 가난을 피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결혼이었기에 제인은 남편을 구하기 위해 자신만만하고 적극적이며 낙천적인 자신의 성격을 적극 활용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었고 사랑없는 결혼을 하기보다 안 하는 쪽을 선택하였다.
과연 당시 여성들은 결혼에 목숨걸 뿐 자아를 찾기 위한 욕망이 전혀 없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외모와 재력, 가문, 교양 등을 남편을 고르기 위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조건이 아닌 자기 발전을 위해 썼더라면 여성들의 역사는 변했을까? 현명하고 비범했던 여성들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갔을까? 등등 여러가지 질문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주장하고 남편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등 당시 사회문화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신여성이었을 것 같다. 나아게는 오만과 편견이 로맨틱 코메디가 아닌 한 여성 작가가 세상에 던진 일종의 독립선언서(본문 507p)로 읽혔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진실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통찰력을 발휘했던 명민한 여성이었다.
이 모든일을 생각하자 엘리자베스는 몹시 부끄러웠다. 다아시를 생각해도 그렇고, 위컴을 생각해도 그렇고, 자신이 몹시 비이성적이고 불공평했으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난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을 채우려고 어리석은 행동을 했어. (...) 편견과 무지 때문에 두 사람과 관련된 일에서 이성을 잃었던 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어!"
우아하며 모범적이고 미모를 갖춘 언니 제인, 자신을 잘 알고 겸손하며 현실성을 가진 똑부러진 엘리자베스, 못 생겼지만 책을 많이 읽는 메리, 철없는 행동으로 남성에게 사랑받는 것이 인생 최고 목표 였던 키티와 리디아. 5명의 여성 캐릭터가 모두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듯 했다. 또 현재에도 여성들의 처지나 가치관에 있어 현재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의아하며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통해 대리만족 하며 통쾌하기도 했다. 사랑과 조건이 좋은 남성(다아시)와 결혼하여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실현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믿고 상대의 진심을 따랐고 소신과 의지대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만 pride 과 편견 prejudice 은 비단 그 시대, 인물들 뿐만 아니라 현재도 모든 인간에게 깃든 속성이 아닐까?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 뿐이다.
처음에는 올케 언니가 오빠에게 발랄하고 장난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고 혼비백산했다. 자신에게 오빠는 더없는 존경의 대상이었는데, 그 런 오빠가 언니와는 터놓고 농담을 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 엘리자베스의 태도를 보고 다아시 양은 아내도 남편에게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이나 오빠는 하늘, 여성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는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난 엘리자베스의 태도를 본 시누이 조지아나의 반응이다. 윗 글을 읽고 혼비백산은 아니지만 꺄우뚱했다.
콜린스씨 , 당신 같은 성직자는 결혼을 해야 하네. 격에 맞는 상대를 고르게. 내 체면도 있으니까. 그리고 자네의 처지에도 맞아야 하네. 일 잘하고 유능하되 너무 고상하지 않고, 적은 수입으로도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알뜰한 여자여야겠지.
당시 영국에서는 한정상속이라 하여 재산과 지위의 상속이 집안의 남자를 통해선만 이루어졌고, 차남이하의 남성들은 군인 혹은 목사가 되는 것이 양반의 지위와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여성은 재산도 받을 수 없고 지위와 권력을 가진 남성에게 잘 보여 결혼을 하는 것이 유일한 살 길이었다니.... 일 잘하고 유능하되 너무 고상하지 않고 적은 수입으로 알뜰히 사는 사람은 혼자 살아도 잘 살 듯하다.
다상출판/민음사
3부 펨벌리 저택에서 엘리자베스와 외삼촌내외가 대접을 받는 장면에서 수밀도水蜜桃 가 복숭아라는 걸 처음 알았다. 두 출판사의 같은 대목을 비교해 보았다.
그리하여 모두들 포도, 숭도, 수밀도를 피라미드처럼 아름답게 쌓아올린 테이블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다상, 348p) 그리하여 포도, 승도복숭아, 복숭아를 피라미드처럼 아름답게 쌓아올린 테이블 주변으로 그들은 곧 모여들었다.(민음사, 369p)
다른 출판사 책에서는 어떻게 썼을 지 궁금하다. 번역을 비교하니 더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제인오스틴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