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잘 통하지 않는 30여 명의 작가들과 삐걱거리는 공동생활에서 내가 배운 건 이해를 내려놓았을 때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다른 종류의 희미한 헤아림이 있었다. 서툰 언어와 눈빛, 그리고 몸짓들. 언어를 여과하고 남은 잔여에는 말이 해내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 P4

낡은 아이오와 하우스 호텔 주변에는 강변을 따라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낮에는 들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지만, 밤이 되면 들판으로 들어갔다. 너무 고요해서 그곳에서라면 삶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이오와는 뭔가를 잊을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라던 동료 작가의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 말은 어쩌면 들판의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난 끝없이 들판을 걸어보고 싶다. 반대 방향으로 걸었을 때 우연히 진짜 삶을 발견하게 되어 지금까지의 삶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한국과 정반대에 있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유를 발견한 것과 같이. 그것은 들판이 내게 준것이었다. - P5

자신이 사는 곳을 사랑하기란 너무 어렵지 않은가요?
아이오와에 머무는 동안 연구할 첫 번째 주제가 되지 않을까. - P28

그러니까, ‘How are you‘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 P56

하루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들판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 다운타운으로 간다. 삶의 반의어는 들판이구나. 그럼 들판을 걸어야지.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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