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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 어느 기지촌 소녀의 사랑이야기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아이린' 이름만 들어도 예쁘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린 카라라는 외국가수가 떠오르며 책 표지를 바라본다. 예쁘고 이국적인 소녀가 핑크빛 벚꽃 꽃잎위에 누워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책. 로맨틱 스릴러란다. 그리고 모든 일이 벌어지는 곳은 주한미군이 주둔해있는 카투사, 기지촌. 어릴 때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들이 떠오르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뒤편에 책 소개를 보면 '어느 기지촌 소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 이라고 적혀 있다. 정말 그 말 그대로였다. 사실 책을 덮기 전부터 거의 끝무렵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아려왔다. 그들의 사정이, 상황이, 마음이, 사랑이 너무나 내 가슴을 울리게 만들고 내 두 눈을 젖게 만들었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서 결국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이 책은 한 기지촌 어머니 밑에서 큰 한 카투사 남자아이와 기지촌 어머니 덕에 기지촌으로 팔려오게된 혼혈 여자아이의 사랑이야기다. 공부만 알던 그 남자, 정태에게 우연히 버스에서 그 여자, 아이린 즉 혜주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살며시 두 사람의 사랑은 커져가지만 여자는 몸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정태를 외면하려고 노력한다. 정태 또한 많은 혼란과 생각에 사로잡히지만 결국 혜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결론 밖에 들지 않는다.그런데 그런 혜주에게는 애인이라고 말하나 돈줄이라고 쓰는 로드리게즈라는 미군이 있었다. 몸만 탐하면 좋으련만 가끔 폭력도 행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된 정태. 결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뒷 얘기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하게 쓰지는 못하겠지만 결국 그리되었다.
"뭐라고요? 그 말은 오빠가 나를 산다는 말이에요? 나는 그럼 오빠한테조차 창녀가 되잖아요. 야, 이 미친 새끼야!"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여자이고 싶었던 그녀의 가슴아픈 말 한마디.
내가 앞에 말한 이야기 속에서는 사랑이야기만 그려져있지만, 책의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다양한 생각할 거리가 담겨져있다. 우선 과거에 있었던 잊지 못할 윤금이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때 미군의 폭력과 성범죄는 엄청났지만 처벌은 적었다. 덕분에 결국 끔찍한 살인사건까지 일어났겠지. 그 외에도 주한미군과 카투사 사이의 관계,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 미군들이 과거 기지촌에서 벌였던 일들, 몸 파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과 생각,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까지. 어쩌면 머리 속이 조금 복잡해질 정도의 많은 생각거리가 있다. 물론 이걸로 인해서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난 우선 엄마의 빚을 갚아야되어 돈에 팔린 혜주의 상황에 한 번 가슴이 아팠다. 두번째로는 양공주라고 불리며 몸을 팔아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둔 정태의 과거에 또 가슴이 아팠다. 세번째로 두 사람의 사랑이 순수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에 가슴이 아팠다. 네번째로 끝까지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 못한 채로 이어질듯 안 이어질듯하게 끝난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다섯번째로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윤금양에 대해 떠오르며 가슴이 아팠다. 그렇다보니 책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을 잘 읽어보면 자신은 승훈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코드니는 실제 카투사에서 친구였던 미군이었고, 작가가 근무한 카투사를 배경으로 그린 소설이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린을 보내준다는 말을 보면 왠지 본인 얘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의미심장한 말로 끝맺음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걸까? 어쨌거나 실화 같은 이 소설 순식간에 훅 읽었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가슴아프니 손에서 놓을 줄을 몰랐다. 오랜만에 이재익 작가님의 소설이라 기대했는데, 기대이상이어서 기분이 좋으면서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으로 그 두 사람이 결국 만나서 사랑을 이뤘기를 바래본다. 이 소설의 아픔이 꽤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