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 벼랑 끝을 달리는 엄마와 딸을 위한 관계 심리학
아사쿠라 마유미 & 노부타 사요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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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엄마와 딸이 있다. 그 중에는 이상적인 엄마와 딸도 있고, 어느 집에나 있을만한 평범한 관계의 모녀도 있다. 하지만 모든 모녀 관계가 이상적이거나 평범한 것에 드는 것은 아니다. 때론 남보다 못하다 싶은 모녀관계도 있다. 어렵고도 어려운게 사람이라고 하던가, 그건 가장 가깝다는 가족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까울수록 조심해야하고 더 아껴야하는게 사람인데, 오히려 너무 편하게 대하여 상처를 주는게 가족인 것 같기도 하다. 부모가 아이를 처음에 키우며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건강하게 크길, 행복하게 크길, 그 와중에 내가 못한거 다 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길 사람도 많다. 이런 생각이 잘못되진 않았다. 다만 그 생각이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관계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

여기 이 책의 엄마와 딸일 수도 있고, 아빠와 딸일수도 있고, 엄마와 아들, 아빠와 아들 일수도 있다.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 질질 끌려다니거나 관계거리를 조정하지 못하는 자식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숨막히게 해', '나는 왜 엄마말을 들어야만 할까', '왜 우리 엄마는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우리 엄마는 왜 내게 잔소리만 해댈까?' 등 이런 생각을 한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해보고프다. 부모에게서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독립하길 바라는 사람도 많지만, 정말 필요한 건 정신적 독립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얽매이지말고 얽히지 말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부모님에게 얼마나 독립해있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꽤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랐고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별히 힘들거나 지친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다만 나도 모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여 되짚어보았다.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고, 역시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나 역시 부모님에 대한 잔챙이 상처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 잔챙이도 어떻게 다루고 어루만져주냐에 따라 추억 속에 남을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얼마나 나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때론 부모를 원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도저히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왜 우리 부모는 나에게 그럴까를 한번쯤 고민해보고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차근히 생각해보는 것도 추천해본다. 그 과정에 있어 부모를 용서하진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부모를 이해한다고 해도 스스로를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면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부모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착한 아이'였지요?

누가 뭐래도 엄마는 분명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을 기르셨을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효도는 충분합니다.'

평범하게 자랐어도 고민하게 되는게 내가 부모에게 잘하고 있는가? 효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부족하진 않은지 남들만큼은 해드리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런 생각에 가장 위로 되는 말이 책 안에 있더라. 난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 소라를 키우면서 아이가 생기면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소라에게 딱히 무언가를 받고 싶었던 것은 없다. 잘 자고, 잘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는 것 - 내가 바라는 것은 단지 이것뿐이다. 우리 부모님도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며 키우셨고, 지금도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계신게 아닐까.

한 번쯤 부모와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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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심리학 - 인간관계를 위한 섹시하고 유연한 지식백과
김문성 편저 / 스타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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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모든 심리학>은 심리학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교양서적이다. 상대방의 말, 표정, 몸짓, 버릇, 말투 등에서 메시지를 읽어내어 상대방을 파악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조언이 담겨있다. 사람은 언어로서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 언어 자체가 전부가 아닐때가 많을뿐더러 거짓말인 경우도 있다. 이 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선의의 거짓말조차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여자들의 세상에서보면 한 명이 새로운 것을 하고 나타났을때 겉으로 나타내는 말은 '예쁘다'라고 하지만 속에서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속에 있는 말을 해서 괜히 신상을 해서 기분 좋은 상대의 기분을 망가뜨리고 전체의 분위기를 흐트리는 말을 하는 사람은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맞춰주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할때에도 거짓말을 한다면 행동에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같은 직장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하는 스타일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집안에서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다른 것까지도 본인의 성격에 일부분이다. 평소에 차례대로 착착 정리해가면 하는 스타일과 마감시간 다 될때쯤 급하게 처리하는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보면 평소 성격도 어떤지 알 수 있다. 여행을 계획성있게 짜서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무작정 우선 떠나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크게 보이는 행동에도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데, 그 외 작은 행동들에는 얼마나 다양한 성격들이 베여있을까. 때로는 같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잘 읽어내냐에 따라서 또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읽기가 상당히 편한데, 그 이유는 한페이지에 한가지 내용씩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다. 다만 한페이지마다 바뀌다보니 무언가 다양하면서도 많은 내용이 담긴 느낌이었다. 속마음 뒤집어 보기, 버릇으로 읽는 속마음, 행동으로 읽는 속마음, 표정과 말투에서 읽는 속마음, 인간관계를 바꾸는 심리 테크닉, 상대를 설득하는 심리테크닉 등등... 결론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정말 달달 외우지 않는한 머릿속에 남기기는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자신이 바뀌여야 상대도 바뀌는 법. 이것만 읽는다고 해서 모든 인간관계에 능통해질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그 사람이 이래서 그랬구나, 혹은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어떤 상황에 내가 왜 그랬었는지, 그 사람은 왜 그랬었는지가 의문이었을부분이 해결되는 부분 또한 있다.


책 내용 중에 머리카락을 뽑는 것 습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이 많으면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이 수험의 압박 때문에 한동안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거칠거나 신경쓰이는 머리카락이 있으면 그걸 뽑아서 한동안 한 부위가 좀 없어보이기도 했다던데, 이 책의 그 부분을 읽는데 딱 그 생각이 났다. 사람의 행동은 '그냥' 나오는 것은 없다. 다만 생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에서 나오는 자신의 성격에서 발현된 행동일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세상의 모든 심리학>의 내용이 좀 더 잘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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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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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 전부터 흥미를 끌었던 <메이블 이야기>는 2015 아마존 ‘올해의 책’에서 1위한 책이다.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이라는 한줄 서평 홍보 문구에 이끌렸다. 얼마나 매력적인 글이길래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이 외이에도 2014 새뮤얼존슨 논픽션상, 2014 코스타 문학상, [아마존] 종합 1위,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는 책이다. 아마 이 이야기를 보는 순간 <메이블 이야기>가 구미가 당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쉽고 가볍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서사글이 많아 곱씹어서 천천히 읽어야 그 광경이 눈에 보이며 두 가지의 이야기가 비슷한듯 아닌듯하게 따로 나오기 때문에 흐름이 끊길 때도 있다. 책 두께 또한 만만한 책은 아니다. 내용은 논픽션, 즉 저자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으로 현실을 마주하기 힘들었고, 그리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참매를 기르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많은 아픔들과 노력들이 담겨져있으며 다시 한 번 벗어난 현실에서 야생과 함께 공존하려고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이 그려져있다.

 

사람들마다 헬렌이 메이블을 기르기 시작한 일이 처음에는 도피로 보였다. 커다란 의지가 되는 아버지를 잃은 빈자리를 채우는 도구로 보였다. 자신에게는 산과 같은, 버팀목과 같은 대단한 아버지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기이 힘들어보였다. 아버지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현실에서 분리하여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헬렌은 아버지가 없는 곳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어릴때 했던 매길들이기를 시도해본다. 초보인줄 알았던 헬렌은 어릴때 매길들이는 방법을 익혔던 준매잡이었다. 어쨌거나 헬렌에게는 현실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 필요했고, 그 세상은 참매로 가득찼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거의 끊고 자신의 참매인 '메이블'하고만 지냈다. 모든 신경과 관심은 메이블에게 꽂혀있었다. 그것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다. 


메이블과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헬렌은 메이블과 일체화가 되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알려줬던 것처럼, 이끌었던것처럼, 때로는 날개를 펼쳤다가 언제든지 되돌아와도 되는 안식처가 되준 것처럼 메이블은 헬렌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헬렌이 아버지의 역할이자 메이블이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아프고 쓰라렸지만 그녀는 야생에서 현실로 돌아왔고 그 야생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p.143 "자신을 다른 인물이나 상황으로 재창조하는 능력을 믿음으로써 자아의 상실과 이성의 상실을 견디는"능력이다.


이 책을 읽는 건 쉬운 것이 아니였다. 굵기도 하지만 표현력을 다 받아들이면서 읽기에는 시간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다 읽게 되는 것은 정말로 손을 놓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주 재밌는 것도 웃기는 것도 아닌, 헬렌의 애도와 치유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메이블과 헬렌의 관계가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였었고, 다른 하나는 왜 화이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와 번갈아가면서 써놨을까였다. <메이블 이야기>에서 화이트의 이야기는 헬렌의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것처럼 보였으나 어쩌면 대조적이면서도 같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의 괴리감, 현실과의 분리에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두 사람은 수많은 과정 끝에 결국 현실에 올라와 살아간다. 어쩌면 헬렌은 화이트와 고스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당성과 안도감을 찾으면서도 같음에 분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처음에는 -. 


<메이블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화이트와 헬렌 사이의 흐름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계속 물음표만 가지고 읽었던 이 책을 또 다시 읽었을 때는 새로운 시각에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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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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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울푸드.

정말 좋아하는 분들은 하루에 한번도 먹고, 주변의 사람들도 대부분 1~2주에 한번은 먹는 것 같다. 나도 한달에 1~2번정도는 먹곤 했는데, 다이어트 동안은 먹지 않았다는 그 라면. 그래도 워낙 라면들을 좋아하고 잘 먹어서 다이어트용 라면도 있다.( 컵누들 ㅋㅋ)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라면이 많은데, 우동, 짜파게티, 매운 맛, 김치, 육개장, 떡볶이라면 등 너무 다양한 종류의 섞인 퓨전 라면이 어마어마하다. 컵라면 뿐만 아니라 집에서 끓여먹는 봉지라면에는 끓이면서 각종 재료를 섞어서 색다르게 먹는 것도 재미진다. 하지만 이 라면이 언제 어디서부터 오게 된건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책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으며 라면의 문화사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고 뿌듯했다. 간만에 흥미진진하게 가속도 있게 읽은 책이었다.


 

나는 삼양라면이 우리나라의 최초의 라면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이렇게 무지했었나라는 반성과 함께...(먼산) 어쨌거나 이 리뷰를 읽으며 처음 알게 되는 분들도 많으려나 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이 삼양라면이 우리나라에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일본의 라면 문화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처음에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는데 왜 일본 라면 역사가 나오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다 읽고나니 단순히 한국의 라면사만 얘기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라면을 들여다놓게 최고의 조력자인 오쿠이씨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하아... 이 아저씨 완전 매력적이고 대인배임. 물론 삼양라면의 최초의 사장인 전중윤씨도 마찬가지. 


우선 일본의 이야기부터 간단히 하자면, 한국전쟁시 일본도 열심히 경기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그 와중에 오쿠이씨는 야하라 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면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건면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묘조식품은 건면 업계에서 1위 회사로 등극했다. 그 건면이 완성되었을때 오쿠이씨는 특허를 내지 않았다. 그 이유인 즉 이 업계의 기업들이 다 영세하기 때문에 기계만 살 수 있다면 누구나 다 만들 수 있고 생산도 늘고 품질도 훨씬 좋은 제품이 나와서 시장도 커지고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 특허를 낼까봐 당당히 신문에 공개해서 미연에 방지해버리고 자국민들을 위해 공개를 했다. 그 이후로 건면으로 컵라면이라는 것이 다른 회사에서 개발되어 인기를 얹게 된 것을 보고 오쿠이씨 역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인스턴트 라면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 성공을 하고 시간이 흘러 별첨스프라는 것을 처음으로 개발하게 되어 지금의 봉지라면과 비슷한 양상을 띄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최초의 라면은 스프와 면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에초에 만들어질때 면속에 스프가 녹아있어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놀랍고 놀라운 라면의 역사다.


한국에서는 전중윤씨가 라면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선 보였는 첫 계기가 된 것은 꿀꿀이죽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춘궁기때 사람들이 돈도 없고 먹을 것이 없어서 꿀꿀이죽을 5원에 사먹는 걸 보고 충격을 먹었다. 그 꿀꿀이죽에는 미군이 먹다 남은 잔반은 끓인 것인데 담배꽁초도 나오고 깨진 단추조각도 나오는 그런 음식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이뤄보겠다던 사업은 허무하게 느껴졌고, 도대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게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때쯤 미국에서 한국 국민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총 2억 달러가 넘는 농산물을 무상으로 원조했는데, 그 대부분은 밀이었다. 쌀이 주식이 한국인이 빵을 주식으로 삼긴 힘들고 대신 면이라면 좋아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시찰 중 즉석식품인 라면을 먹어보고 설레는 가슴을 억눌렀다. 그렇게 라면을 만들어보기로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였다. 일본에 직접 가서 여러 라면 회사의 과장, 부장, 사장, 이사들을 만났지만 죄다 기계비, 기술비 등을 어마어마한 외화를 책정하여 불렀고 로열티 조차도 10년간 내라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때로는 만나지도 못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우에다 사장이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을 소개시켜준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부터는 감동 그 자체였다. 전중윤 사장은 첫 라면 금액을 10원으로 책정하려 했는데, 그때 물가로 커피 한 잔이 35원, 한국 영화는 55원, 담배는 25원 정도 였다. 오쿠이 사장은 이 금액을 듣고 이익을 남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햇는데, 전중윤 사장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려면 이 정도의 가격이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오쿠이 사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임원들과 얘기 끝에 저렴한 가격에 기계를 구매할 수 있게 해주고, 삼양라면이 독자적으로 생산이 가능할 때까지 책임지고 무상 제공을 해주겠다고 했다. 정말 이 대목에서는 멈짓했다. 오쿠이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배운 그대로, 원래 초심그대로의 마음으로 도왔던 것이다. 물론 전중윤 사장의 마인드가 통해서 가능했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오쿠이 사장의 비서가 사장님의 선물이라며 봉투를 전해주었다. 비밀보장도 꼭 부탁한다고 하면서. 이제껏 알려주지 않았던 라면 스프 배합표였다. 전 사장의 인품을 믿고 건네준 그 노트는 전중윤 사장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눈물 젖게 했다. 


우리가 식량난에서 도움이 되었던 라면,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라면, 인스턴트 식품이 많아서 취향따라 먹는 라면의 역사는 가히 감동을 넘어섰다. 라면에 사활을 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영화로 만들어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이 대인배들을 단단히 기억해야할 것 같다. 전중윤 사장, 오쿠이 사장, 오쿠이 사장을 도운 이탈리아의 또 한 사장, 그들과 함께 소신대로 함께 일해온 사람들까지도 말이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고 있자니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삼양라면이 땡겼다. 이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게 해줘서가 아니였다.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걸 만들어줘서가 아니였다. 그들의 온전한 마음, 이익보다 더 가치있는 신념을 지키고 이루려는 마음이 너무나 크고 예뻐서 기념으로라도 먹고 싶었다. 지금은 이득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식품 회사겠지만, 과거에는 사장의 지시로 대관령에 소를 키우며 재료 유제품을 직접 자급했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각종 재료와 배합을 신경써서 만들어서 내놓은 그 시초는 절대 무시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의 계기로 항상 먹던 라면을 재쳐두고 가끔은 삼양라면이 먹고 싶어질 것 같다. 

라면에 사활을 건 이 두 남자를 생각하며- 호로록!






+ 추신 : 추가적으로 이 작가에 대한 칭찬도 남기고자 한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일본인으로 일본과 한국의 라면역사를 파헤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의 저서 중에는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도 있는데, 일본인이 한국인인 안성기씨를 영화제에서 한번 만난 것이 다고 나머지는 혼자 자료 조사하여 쓴 책이라고 한다. 안성기씨가 후에 읽고 어떻게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자세한 책을 쓸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런 작가가 책을 썼으니 이 책 또한 어마어마한 자료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선생님께서 도움도 많이 주셨다고 하는데 그 인연들도 참 재밌다. 아무튼 이렇게 재미나게 라면의 역사, 문화사를 남겼으니 칭찬 빠바박 +ㅁ+ 라면을 좋아한다면 라면의 역사를 한번쯤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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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8-27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양라면이 출시된 배경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대략적인 수준인데,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말씀처럼 라면, 정확하게는 인스턴트 라면이 일본에서 나온 과정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소라빛청아 2015-08-27 09:01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보다 자세하게 나와있고, 일본에서 나온 과정을 먼저 자세히 푸는지라 ~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했어요!

인디언밥 2015-08-30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본 라면장인 다큐멘터리가 떠오르네요 ㅎㅎ 삼양라면이 최초라니.. 집엔 신라면 뿐인데 ㅋ 오늘 라면 한그릇 해야겠네용

소라빛청아 2015-08-30 13:21   좋아요 0 | URL
라면장인 다큐도 있군요, 신기하네요 ^^
저도 삼양라면이 최초인거는 이번에 처음 알고 괜히 한그릇 하고 싶더라구요 ㅎㅎ
인디언밥님도 맛있는 라면~ 식사하셔용 ㅋㅋ
 
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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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대표님 부부께서 가족휴가로 승봉도를 다녀오시면서 나에게 강추를 하셨다. 일본 오키나와보다 좋았다는 칭찬과 함께 사람도 적어서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휴가였다고 했다. 갑자기 섬이 땡겼다. 섬에 대한 로망도 생기고,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 아닌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휴가지라는게 매력적이었다. 섬이라고는 제주도, 우도, 일본(열도니까) 밖에 가보지 못했고 작은 섬은 우도 하나? 하지만 우도는 이미 관광지로 많이 개발된 상태여서 섬에서 실제로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승봉도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우리나라에는 나이브한 섬들이 아직까지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 섬들을 여행한 시인의 이야기가 담긴 <시인의 섬 기행>을 읽으며 섬에 대한 나의 기대치는 더 높아진 것 같다.


 

시인이라서 그럴까, 단어 선택이 좋다고 느껴졌다. 내가 잘 쓰지 않는 단어나 어려운 단어들도 있긴 했지만 은유를 할 때만 적용했던지라 읽는데 부담감은 없었다. 담백한 듯 하면서도 은은하게 표현하는 것들이 좋았다. 그의 어조는 섬을 천천히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듯 했고, 덕분에 나 또한 책을 읽으면서 느긋하게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시인의 섬 기행>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섬이 생각보다 많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섬마다의 특색은 다 달랐다. 주로 돈을 버는 업의 종류도 틀렸고 같은 어업을 하더라도 잡는 종류도 달랐다. 때로는 어업보다는 곡식이 주인 곳도 있었고 관광이 주인 곳도 있었다. 어떤 섬은 몇가구 남지 않아 휑한 곳도 있고, 어떤 섬은 젊은 이들이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섬의 생태를 함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저자는 섬을 다니며 섬에 깃든 역사적 사실도 알려주기도 해서 '아, 그때 그 곳이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유배지로 왔던 곳이 그곳이구나 싶기도 했고, 그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 이 섬이구나 싶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많이 언급이 되어도 기억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재기억 되기도 했고, 또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었다. (근데 또 까먹겠지?) 그 뿐 아니라 섬에 깃들이 전설, 우화, 실화 등 전해지는 다양한 이야기도 알려줬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이 덧붙혀진 부분을 읽고 있자면 피식 - 웃음도 나더라. 


섬 기행을 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섬 사람들의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었다. 젊어야 40~50대, 아니면 대부분이 60~70대.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뭍으로 나가기 마련이겠지. 그 덕분에 그 사람들이 겪은 산증인, 산역사를 들을 수 있는 행운도 있었다. 과거에는 이 섬에서 어떤 생선이 잘 잡혔는지, 이 섬의 사람은 얼마나 있었는지, 그때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 그 섬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만난 섬 사람의 인생 또한 한가닥 알 수 있기도 했다. '아, 섬은 인생 그 자체인가.' 라는 허세 가득한 생각이 들만큼. 


 

때로는 시로 감동시켰고, 때로는 그 섬에 담긴 역사적 사실로 이해시켰고, 때로는 우화나 전설로 알게 했고, 때로는 실제로 거기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섬을 보여주었다. 나도 모르게 섬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이 책에서 섬이 멋지게 미화된 것도 아니고, 책의 질이 좋아서 사진이 뛰어났던 것도 아니다. (사진 자체는 멋있었지만 화질, 재질과 프린트질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냥 나도 무작정 떠나서 여행하고 싶다는 것이 한 포인트일 것이고, 두번째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서 듣는게 아닌, 직접 내 귀로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섬의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 탁 트인 바다와 섬을 보며 가만히 내려다보는 행운을 가지는 시간을 꼭 갖고 싶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평온을 상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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