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청춘극한기 - 이지민

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은 『청춘극한기』는 다양한 유머와 비유적인 단어들로 보는 내내 나를 즐겁게 했다. 실험용 쥐의 죽음이 미안해서 모은 남수필씨의 미키마우스, 이름부터 균같은 과학자 이 균씨, 파워레인저에 상도에, 가이드가 된 아이돌 가수, 그 외에 다양한 비유들과 단어들이 톡톡 튀었다.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나를 유쾌하게 '하하하' 웃게 해주었다. 최근 읽은 책들은 그런 웃음을 주는 책들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이런 책들이 조금 더 읽고 싶어졌다.

옥택연군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옥택선양은 프리랜서로 제대로된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다. 매일 짜증과 불만이 섞인 그저그런 날을 보내던 중 남수필씨와 소개팅을 하게 됐는데, 그게 무슨 인연이라고 돌연변이 G-10 러브바이러스를 그에게서 옮아버렸다. 남수필씨는 마지막까지 택선양을 걱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도를 알려주었고, 그것을 걔기로 이균과 만나게 된다. 물론 그 사이에 이승기군같은 학생회장 연우와의 만남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찌됐건 택선양과 이균은 이 바이러스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사이에 비행청소년 미리와 미리를 좋아하는 파워레인저도 만나고, 삼각관계인 상도도 만난다. 이 바이러스 하나로 갖가지 인연을 맺는 택선양의 에피소드가 유쾌하면서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어 때로는 진지함이 묻어난다.

살아있다는 증거죠. 뻔뻔하다는 것은.

특히 나는 두 남자에서 갈등을 했다. 이승기군 같은 학생회장 타입 연우와 까칠하고 냉철하지만 자기 여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이 균씨. 사실 둘 다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소설 내에서는 이 균씨가 더 많이 나와서일까?ㅋㅋ 이 균씨의 매력에 택선양과 함께 같이 빠져버렸다. 제대로 그의 마음이 밝혀진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균씨가 택선양에게 부드럽게 대할때부터 그녀에게 조금씩 빠졌다고 생각한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빠졌다고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아닌 척하고 냉정하게 있으려고 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인정한 모습에 나는 혼자서 끼득끼득 거리면서 엄청 좋아했다고나 할까?ㅋㅋ(원래 남의 연애사가 잼있는 법!) 그리고 그의 냉정한 한마디가 오히려 불안한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때, 그리고 내 마음에 와 닿을때마다 시니컬한 매력이 택선씨보다 나에게 다가왔다!ㅋ

멀쩡한 사람도 헷갈리며 살고 있어요. 그냥 살아요.

작가의 유머에 빵- 터졌을 때가 있었다. 이 균씨에게 병이 옮을까봐 도망갔는데 TV를 보다가 불이 난 곳의 방화범이 자신이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이 균씨와 미리, 파워레인저와 만나게 되는데, 미리, 파워레인저, 그리고 상도의 삼각관계에서 미리와 파워레인저가 잘되고 상도가 차인 것을 보고 불쌍하게 여긴 택선양. "상도가 언니가 불냈다고 신고했잖아." 가엾은 상도 취소. 라고 미리가 말한 말의 택선양의 반응에 어찌나 웃었던지 마지막에 '젠장' 이런 단어가 붙었으면 더 깔끔했을지도 모르겠다. ㅋ

오랜만에 유쾌하고 손에 놓기 힘들게 집중된 소설을 본 듯 했다. 얼마 전에 읽은 <블루 문>도 좋았지만 이정도의 흡입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 만화책은 읽으면 100% 집중인데, 소설책은 그렇게 되는 책들이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상큼하고 즐거운 기분을 느껴서 깔끔하다! 기분이 처지고 우울하다면 『청춘극한기』를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떤가? '하하:D'라고 소리내어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