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라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울푸드.

정말 좋아하는 분들은 하루에 한번도 먹고, 주변의 사람들도 대부분 1~2주에 한번은 먹는 것 같다. 나도 한달에 1~2번정도는 먹곤 했는데, 다이어트 동안은 먹지 않았다는 그 라면. 그래도 워낙 라면들을 좋아하고 잘 먹어서 다이어트용 라면도 있다.( 컵누들 ㅋㅋ)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라면이 많은데, 우동, 짜파게티, 매운 맛, 김치, 육개장, 떡볶이라면 등 너무 다양한 종류의 섞인 퓨전 라면이 어마어마하다. 컵라면 뿐만 아니라 집에서 끓여먹는 봉지라면에는 끓이면서 각종 재료를 섞어서 색다르게 먹는 것도 재미진다. 하지만 이 라면이 언제 어디서부터 오게 된건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책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으며 라면의 문화사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고 뿌듯했다. 간만에 흥미진진하게 가속도 있게 읽은 책이었다.


 

나는 삼양라면이 우리나라의 최초의 라면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이렇게 무지했었나라는 반성과 함께...(먼산) 어쨌거나 이 리뷰를 읽으며 처음 알게 되는 분들도 많으려나 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이 삼양라면이 우리나라에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일본의 라면 문화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처음에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는데 왜 일본 라면 역사가 나오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다 읽고나니 단순히 한국의 라면사만 얘기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라면을 들여다놓게 최고의 조력자인 오쿠이씨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하아... 이 아저씨 완전 매력적이고 대인배임. 물론 삼양라면의 최초의 사장인 전중윤씨도 마찬가지. 


우선 일본의 이야기부터 간단히 하자면, 한국전쟁시 일본도 열심히 경기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그 와중에 오쿠이씨는 야하라 사장을 만나게 되면서 면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건면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묘조식품은 건면 업계에서 1위 회사로 등극했다. 그 건면이 완성되었을때 오쿠이씨는 특허를 내지 않았다. 그 이유인 즉 이 업계의 기업들이 다 영세하기 때문에 기계만 살 수 있다면 누구나 다 만들 수 있고 생산도 늘고 품질도 훨씬 좋은 제품이 나와서 시장도 커지고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 특허를 낼까봐 당당히 신문에 공개해서 미연에 방지해버리고 자국민들을 위해 공개를 했다. 그 이후로 건면으로 컵라면이라는 것이 다른 회사에서 개발되어 인기를 얹게 된 것을 보고 오쿠이씨 역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인스턴트 라면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 성공을 하고 시간이 흘러 별첨스프라는 것을 처음으로 개발하게 되어 지금의 봉지라면과 비슷한 양상을 띄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최초의 라면은 스프와 면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에초에 만들어질때 면속에 스프가 녹아있어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놀랍고 놀라운 라면의 역사다.


한국에서는 전중윤씨가 라면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선 보였는 첫 계기가 된 것은 꿀꿀이죽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춘궁기때 사람들이 돈도 없고 먹을 것이 없어서 꿀꿀이죽을 5원에 사먹는 걸 보고 충격을 먹었다. 그 꿀꿀이죽에는 미군이 먹다 남은 잔반은 끓인 것인데 담배꽁초도 나오고 깨진 단추조각도 나오는 그런 음식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이뤄보겠다던 사업은 허무하게 느껴졌고, 도대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게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때쯤 미국에서 한국 국민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총 2억 달러가 넘는 농산물을 무상으로 원조했는데, 그 대부분은 밀이었다. 쌀이 주식이 한국인이 빵을 주식으로 삼긴 힘들고 대신 면이라면 좋아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시찰 중 즉석식품인 라면을 먹어보고 설레는 가슴을 억눌렀다. 그렇게 라면을 만들어보기로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였다. 일본에 직접 가서 여러 라면 회사의 과장, 부장, 사장, 이사들을 만났지만 죄다 기계비, 기술비 등을 어마어마한 외화를 책정하여 불렀고 로열티 조차도 10년간 내라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때로는 만나지도 못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우에다 사장이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을 소개시켜준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부터는 감동 그 자체였다. 전중윤 사장은 첫 라면 금액을 10원으로 책정하려 했는데, 그때 물가로 커피 한 잔이 35원, 한국 영화는 55원, 담배는 25원 정도 였다. 오쿠이 사장은 이 금액을 듣고 이익을 남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햇는데, 전중윤 사장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려면 이 정도의 가격이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으로 돈을 벌려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오쿠이 사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임원들과 얘기 끝에 저렴한 가격에 기계를 구매할 수 있게 해주고, 삼양라면이 독자적으로 생산이 가능할 때까지 책임지고 무상 제공을 해주겠다고 했다. 정말 이 대목에서는 멈짓했다. 오쿠이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배운 그대로, 원래 초심그대로의 마음으로 도왔던 것이다. 물론 전중윤 사장의 마인드가 통해서 가능했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오쿠이 사장의 비서가 사장님의 선물이라며 봉투를 전해주었다. 비밀보장도 꼭 부탁한다고 하면서. 이제껏 알려주지 않았던 라면 스프 배합표였다. 전 사장의 인품을 믿고 건네준 그 노트는 전중윤 사장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눈물 젖게 했다. 


우리가 식량난에서 도움이 되었던 라면,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라면, 인스턴트 식품이 많아서 취향따라 먹는 라면의 역사는 가히 감동을 넘어섰다. 라면에 사활을 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영화로 만들어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이 대인배들을 단단히 기억해야할 것 같다. 전중윤 사장, 오쿠이 사장, 오쿠이 사장을 도운 이탈리아의 또 한 사장, 그들과 함께 소신대로 함께 일해온 사람들까지도 말이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읽고 있자니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삼양라면이 땡겼다. 이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게 해줘서가 아니였다.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걸 만들어줘서가 아니였다. 그들의 온전한 마음, 이익보다 더 가치있는 신념을 지키고 이루려는 마음이 너무나 크고 예뻐서 기념으로라도 먹고 싶었다. 지금은 이득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식품 회사겠지만, 과거에는 사장의 지시로 대관령에 소를 키우며 재료 유제품을 직접 자급했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각종 재료와 배합을 신경써서 만들어서 내놓은 그 시초는 절대 무시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의 계기로 항상 먹던 라면을 재쳐두고 가끔은 삼양라면이 먹고 싶어질 것 같다. 

라면에 사활을 건 이 두 남자를 생각하며- 호로록!






+ 추신 : 추가적으로 이 작가에 대한 칭찬도 남기고자 한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일본인으로 일본과 한국의 라면역사를 파헤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의 저서 중에는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도 있는데, 일본인이 한국인인 안성기씨를 영화제에서 한번 만난 것이 다고 나머지는 혼자 자료 조사하여 쓴 책이라고 한다. 안성기씨가 후에 읽고 어떻게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자세한 책을 쓸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런 작가가 책을 썼으니 이 책 또한 어마어마한 자료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선생님께서 도움도 많이 주셨다고 하는데 그 인연들도 참 재밌다. 아무튼 이렇게 재미나게 라면의 역사, 문화사를 남겼으니 칭찬 빠바박 +ㅁ+ 라면을 좋아한다면 라면의 역사를 한번쯤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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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8-27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양라면이 출시된 배경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대략적인 수준인데,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말씀처럼 라면, 정확하게는 인스턴트 라면이 일본에서 나온 과정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소라빛청아 2015-08-27 09:01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보다 자세하게 나와있고, 일본에서 나온 과정을 먼저 자세히 푸는지라 ~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했어요!

인디언밥 2015-08-30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본 라면장인 다큐멘터리가 떠오르네요 ㅎㅎ 삼양라면이 최초라니.. 집엔 신라면 뿐인데 ㅋ 오늘 라면 한그릇 해야겠네용

소라빛청아 2015-08-30 13:21   좋아요 0 | URL
라면장인 다큐도 있군요, 신기하네요 ^^
저도 삼양라면이 최초인거는 이번에 처음 알고 괜히 한그릇 하고 싶더라구요 ㅎㅎ
인디언밥님도 맛있는 라면~ 식사하셔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