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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
송명빈 지음 / 베프북스 / 2015년 3월
평점 :
나는 요즘 내 개인정보가 공공재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뭐만 했다하면 은행에서, 카드회사에서, 큰 포털 사이트에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놀래서 검색해보면 때론 아닌 경우도 있고, 맞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나에게 이것저것 많은 전화가 오다보니 포기상태이다. 그래서 농담으로 우리의 개인정보는 이미 공공재가 아니냐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농담일뿐, 어느 누가 내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길 바라겠는가. 예전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SNS에서 알게된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는데 대화를 하다가 자신이 나를 좀 검색해봤다며 뭐도 했고, 언제 뭐도 했고 라면서 막 이야기를 하더라. 순간 소름이 끼치면서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까 구글에서 내 아이디나 닉네임치니까 나온다고 했다. 그 순간 그걸 어떻게 삭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 친구가 무서워졌다. 굳이 나에 대해서 일부러 검색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인터넷에 한명이 유명인사가 되면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개인정보 터는건 쉽다. SNS친구도 검색 한번으로 내 정보의 일부를 금새 알아냈는데, 사람들이 털려는 그 대상자를 여러명이 찾으면 순식간에 개인정보는 없다고 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까먹지 않으려고 같은 아이디나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자신의 고유 닉네임을 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좋지 않은 습관이가를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에서 알려준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자세하고 깊게 들어가면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바로 디지털 시대의 우리 개인정보이다. 나 역시 이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새삼스럽게 경각심이 일어나면서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하면 삭제하고 수정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대학생때 쇼핑몰에서 옷 사고 이뻐서 찍고 올린 상품리뷰와 사진, 아직도 그 홈페이지에 그대로 떠 있다. 몇 안되는 포인트지만 그 포인트 모으겠다고 올린게 내 아이디를 검색하면 나온다는 소리이다. 또 찾아봤더니 내가 당첨된지도 모르는 이벤트 당첨소식을 알게 되었다. 싱기방기. 새롭게 놀란 사실은 내 블로그 링크를 걸은 사람의 댓글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올린 아이폰6+ 지문인식에 관련된 리뷰를 다른 사람들과 정보공유하듯이 URL이 링크되어있는 댓글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정보까지는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지만, 아이디를 치는 순간 인스타그램이 나오는데 할말이 없었다. 역시 인스타그램도 공개 SNS 였구나 싶었다. 책에서도 언급하는 부분인데 SNS 역시 이제는 개인 사생활이 아니라 어느정도 가면을 쓰고 사용해야할 것처럼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내 정보는 쉽게 까발려지니까 말이다.
책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를 읽으면서 보이스피싱의 종류과 발전도를 알게 되었다. 게다가 핸드폰과 카메라, 웹하드 등 다양한 저장매체를 잘 관리해야하고 버릴 때도 신경써서 버려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중고로 팔꺼면 단순히 삭제를 하고 주는게 아니라 여러번 용량 크게 저장을 해서 복구를 못하게 하던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써서 완전 삭제를 하고 판매를 해야겠더라. 책을 읽으면서 오싹했던 또 한순간이 바로, 악을 품고 남의 저장매체를 복구시켜 협박하는 사건이었다. 실제로 얼마전 유명가수 A양의 누드사진 유포사건도 있었고, S양과 C군의 열애설 사건도 있었다. 외국 예시도 상당히 많던데 소름이 쫘악- 끼치는 순간이었다. 내 카메라와 핸드폰을 함부로 사진 찍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2년 후 쓰고 판매할 때 심각하게 저장한거 잘 삭제하고 프로그램 돌려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 끔찍해.
책에서는 단순히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뿐만 아니라 핸드폰, 인터넷, PC 등 여러 제품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방법 등도 알려준다. 그리고 처음 알았는데 소멸 SNS 도 있더라. 친구가 사진 확인후 10초후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문자 내용도 마찬가지. 시간도 원하는대로 넣을 수 있다. 이제껏 공개되는 SNS만 사용했는데 이제는 대나무숲이 아닌 사라지는 SNS를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페이스북도 모르는 사람은 친구추가를 하지 말던가 아니면 내 정보를 삭제해야겠더라. 무서운 개인정보의 바다가 아닌가. 정말 간만에 정보 넘치는 책을 읽었더니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기분이다. 당장에 시간이 있으면 각종 사이트를 들어가 옛날 글들, 사진들 막 삭제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작가는 우리가 원한다면 잊혀질 권리를 선택할 수 있으며 디지털 소멸로 이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내가 죽어서도 내가 올렸던 글들, 사진, 동영상이 떠돈다면 끔찍할 것 같다. 난 죽어버려서 로그인해서 삭제할 수도 없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비웃고 웃음거리가 된다면 어떨까. 물론 아주 잘 살아서 존경하는 사람이 되어 내 모든 행적들이 칭찬 받는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에서 벗어날 순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현명하고 똑똑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가는가는 본인의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