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 바보 엄마 윤정희의 사랑 이야기
윤정희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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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족을 참 사랑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그리고 제 동생 2명도. 비록 사춘기때는 못난 말도 하고, 동생들을 사랑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부정도 해봤고, 남들이 동생 이뻐서 좋겠다. 잘생겼네라는 말에  내동생이 뭐가 이쁘고 잘생겼냐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크면서 변화가 일더라구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고, 친구들을 볼때면 나만큼 화목한 가정도 참 없구나 싶더라구요. 하지만 윤정희씨의 가족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바보 엄마 윤정희씨는 자신을 천사 엄마라고 부르지만, 아이들은 폭력 엄마라고 하지요. 아이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반어법적 단어인 '폭력 엄마'가 오히려 멋져보이는 건 왜일까요? 윤정희씨는 3번의 유산으로 남편과 상의한 끝에 입양을 결정하게 됩니다. 첫번째로 맞딸로 어른스러운 하은이과 새침떼기 하선이를 데리고 오게 되죠. 그리고 차근차근 하민이, 사랑이, 요한이, 햇살이가 오게 되며 대가족을 이룹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윤정희씨는 6명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공부방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한 셈이죠.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그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은이와 하선이를 키우며 하민이를 들여오는 과정과, 연장아로 들어온 요한이가 가족으로 그들을 받아들이는 과정, 집안의 가계 문제 등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선이가 학교에서 '입양아'라고 놀림을 당한 날,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래서 너희는 너네한테 목숨 거는 엄마 있어?” 그 이야리를 듣고 “잘했다.”고 말해주는데 부끄럽게도 가슴이 터질 듯 기뻐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사랑이 가득찬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는 하은이와 하선이가 입양아라는 것을 밝히는 과정에서 저는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둘만은 낳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자신들도 입양아라는 사실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하며 그들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들을 버린 이들에 대해 저까지 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키우는 윤정희씨와 김상훈씨이기 때문일까요? 그들은 당차게 받아들이고 살아갑니다. 정말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고 표현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오히려 제가 그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하은이의 낡은 실내화 사건은 저에게 큰 충격과 부끄러움을 주었습니다. 실내화가 낡아서 새로 살만한데, 낡은 실내화가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신겠다는 하은이의 마음가짐에 저의 철없는 어릴때를 되돌아봤습니다. 저는 왜 저런 여유로움과 넉넉한 마음이 없었는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지금도 새것을 좋아하고 새거라면 행복해하는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언제나 '마음이 최고지, 행복하기만 하면 돼!' 하고 외치면서도 막상 물질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제가 너무나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김상훈씨와 윤정희씨의 부부이야기도 참 좋았습니다. 언제나 화내지 않고 느긋하게 얘기하고 도닥여주는 김상훈씨의 말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 못하겠습니다. 좋은 일은 아내를 치켜새우고, 안 좋은 일은 자기탓이라고 얘기하는 김상훈씨가 정말 멋졌고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서운함에 '그것갖고 그러냐'고 그러지 않고 '미안해. 엄마 탓이야. 엄마가 미안해'라는 걸 연발하며 아이들과 같이 울고 웃는 윤정희씨 또한 닮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를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깨닫고 느꼈습니다. 정말 " '사랑'이란 이런 것이고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해주는 책 같았습니다.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하고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것 같이 말이죠. 책 겉표지에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에요?"라고 하는 말에 대답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행복하셔도 된다고. 충분히 행복하셔도 된다고 말이죠. 그리고 저 또한 그런 행복을 가지고 싶다는 벅찬 생각으로 이 책을 덮었습니다. 그들의 행복이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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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언어 365 매일 아침 365 시리즈 3
게리 채프먼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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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고 있나요? 사랑을 했었나요? 사랑하고 싶나요? 어떤 질문에라도 한가지는 '예스'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다. 나 역시 사랑을 했었고, 사랑을 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나 과거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면, 상대방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사람과 정말 사랑을 한다고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표현했었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남자와 여자는 너무 다르다. 성적인 영역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성적인 영역에서 엄청나게 다르다 남성은 시각을 통해 자극받는다. 아내가 맨몸으로 침실을 오가는 그림자만 봐도 성적인 욕구를 느낄 수 있다. 남성들한테는 안된 일이지만, 아내들은 남편이 아무리 벌거숭이로 돌아다녀도 마음의 동요가 없다. 여자는 오히려 감정적인 면에서 성적인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육체적인 부분만봐도 다른데, 어떻게 정신적인 면도 같다고 생각되겠는가?

 

연애든 결혼이든 그들은 20~30여년간 서로 생활습관이 다른 부모님밑에서 그 생활습관을 보고 배워 익숙해진 상태로 만난다. 그리고 그들 부모를 따라 말하는 법도 대하는 법도 배워온 것이다. 그들이 만나서 연애하고 가정을 이루는 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지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럴때마다 다툴 수도 있고 화가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럴때마다 상대방과 대화가 잘 되지 않아 힘들고 지친다. 그래서 그 힘든 부분을 달래주고 바꾸어 더 원활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하는 것이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언어 365』 책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남편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쓰레기만 치워줘도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성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할 줄 알았더라면 휴지통이 다 차기도 전에 들고 나갔을 거예요.”

 

총 365개의 잠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하루에 1개씩 봐도 좋고, 하루에 2~3개 정도 봐도 좋다. 내용이 이어지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이어지는 것은 한꺼번에 봐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의 부부, 가족상담의 내용에 성경의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성스러운 느낌이 나기도 한다. 간략한 예시들과 설명들이 나와있는데, 나는 예시들을 읽으면서 '아하! 그렇지. 맞아.'를 속으로 연발했다.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언어 365』 에 나와있는 내용은 정말 잘 적혀있고, 맞는 내용이며 천천히 이걸 따라 공부하듯이 연습한다면 분명히 그 부부나 연인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고 시도때도 없이 싸우게 되는 그 사람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더이상 못살겠는 사람들. 모두 와서 이 책을 편안하게 읽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 그럼 당신에게는 행복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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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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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이라하면 내 나이 또래 아이들은 한번쯤은 들어보고 컸을 것이다. 1964년 신성일, 엄앵란의 주연으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 매우 인기가 좋았던  드라마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는 어떤 내용이 인기를 끌었을까? 그 시대에는 울고 짜는 신파극이 인기가 좋았다고는 들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난 이 책을 보고는 부모님 세대의 인기있었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일본 소설의 명인이라 불리우는 후지와라 신지의 걸작 단편집이다. 여기에는 제 2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무장한 여자』와 영화 『맨발의 청춘』의 원작이 수록되어 있었다. 총 10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된 이 책을 나는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에 나왔던 단편 <엉겅퀴 쓰나가 걸어간 길>은 주인공 쓰나의 세상살이를 담았는데, 거짓말스럽게도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도 없는 아주 순진한 산골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면서 변해가는 내면과 외형을 묘사했다. 한 여자의 순수함이 무서운 세상에 던져졌을때 받은 그 여자의 상처와 아픔을 담았고 그리고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마음, 또 그 사람을 잃었을 때의 그녀의 행동은 너무 아픈 것이었다. 원래 너무도 순수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일까 라는 의문을 남기며 다음 단편을 읽었다.

 

두번째로 <무정한 여자>가 소개되어 있었다. 한 유부녀와 유부남이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은 순수했고 진지했다. 유부남은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바칠 각오로 그 사랑을 시작했지만, 유부녀는 처음부터 남편과 헤어졌다고 거짓말로 시작한 사랑이라 두 사람이 만나는 중간에도 언제나 괴로워했다. 그러다 그 여자는 현재 남편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 남편과 헤어지려 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노력도 안하고 현실을 받아들어버렸다. 그리고는 정말 사랑하는 이를 버리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울 수 없었다. 서로 바람을 핀 것 또한 사실이고, 남편이 살인죄로 들어가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 조금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도 될 것만 같기도 했는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때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어쩜 당연한 마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번째로 우리나라의 폭풍을 잃으켰던 <맨발의 청춘>이 왜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 역시 이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랄까? 부자집따님인 마사미와 조폭인 지로의 정말 플라토닉한 사랑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지로는 마사미를 신 이상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했으며, 마사미 역시 때뭍지 않은 여염집 자제로 순수함의 그 자체였다. 그들의 마지막은 무서울정도로 아이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결국 자살로 젊은 생을 마감했으며, 익사한 시체의 형태는 꼭 아기같았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답답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그게 다 였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 순수하고 순수해서 내가 손댈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동반 자살한 여자는 완전한 처녀의 몸이었다."

 

<잘가요>는 힘든 삶을 벗어나 잠시 서로 낯선이에게 설렘을 느낀 두 사람의 이야기였고, <여자만의 업보>는 왠지 엄마의 업보를 그대로 떠넘김 받은 듯한 다마에의 삶은 그린 내용이었다. <자매의 사랑>은 언니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생이 언니가 사귀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줄도 모르고 언니와 잘되길 바라고, 언니는 그 남자외에 돈과 권력 등만 찾다가 다른 남자와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덫>은 엄마를 따라 이모집에 놀러가 하쓰코가 성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이후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기묘한 충동>은 엄마 덕분에 자학적인 성격을 가지 사쿠의 일생이 그려져있었다. <부침>은 문란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랑할 때는 한 남자만 보고 그 남자를 위해 자신의 마음까지 희생하는 쓰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흘러가는 반딪불이>는 옆병실에서 일어나는 불륜의 처음부터 끝을 관찰한 남자의 시점으로 표현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조용한 산자락의 진한 노을이 쓰타의 하얀 목덜미를 깜쌌다."

 

전부 읽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여자들이 하나같이 멍청하고 바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그 시절에는 수동적인 여자들이 많았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여자들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저렇게 어리숙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 공감가지 않았다. <맨발의 청춘>이나 <무정한 여자> 그리고 <잘가요>는 그나마 무력한 여자의 삶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예뻐보이는 부분도 이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맨발의 청춘'은 왜 과거 부모님시대에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 같았고, 현대에 각색되어 나오더라도 왠지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부모님 몰래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인기내용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요즘 과거 인기 있었던 것들이 각색되어 나오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맨발의 청춘'도 나중에는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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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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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가 된다면 어떨까? 무슨 생각이 들까? 평소에 겁이 많은 나는 정말 겁에 질려서 어쩔 줄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로렌츠처럼 생각보다 의연하게 살아갈 방도를 모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로움에, 말하지 못함에, 소통할 곳이 없는 그 곳에서 지쳐가고 부정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주인공 '로렌츠'는 7월 17일, 태양이 사라지던날 세상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게 된다. 아니 사실은 누군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알길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이고, 살아남은 이가 정말 있을지 찾아보고 뒤져보지만 이미 죽은 시체말고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 로렌츠에게 남은 건 혼자서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주위에는 책가게, 옷가게, 마트 등 필요한 것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자꾸 내리는 눈에 대비하기 위해 로렌츠는 살아갈 방도를 모색했다. 원래 살던 5층아파트의 벽을 뚫어 옆집들과 합쳤고, 아랫집 등에는 다른 필요한 물품을을 나두었다. 그렇게 조금씩 로렌츠는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로렌츠는 혼자 이게 되면서 많은 고독과 싸워야했다. 그래서 그 방안으로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둘째로는 대화 상대가 필요해 벽걸이 가면을 '이르고'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셋째로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 넷째로는 잠, 즉 수면이었다. 로렌츠는 그 글로서 우리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가 혼자 있게 되면서부터 그의 과거를 하나 둘씩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그가 사랑했고 3년전에 죽은 '마리'라는 존재에 대해서 죽고난 이후에도 많이 생각했겠지만 지금 현재 혼자가 된 순간에 더욱더 많은 성찰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에 관한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을 하였다. 그러다 이상한 소음이 들렸지만 그 정체는 밝혀지지 못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는 그로 변했다. 또한 그는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아가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도 던졌다. 선, 악, 자아, 신 등에 관한 질문과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세월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믿지 않는다. 아니, 세월은 상처를 변화시킬 뿐, 낫게 하지 않는다."

 

그는 긍정적으로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마리의 곁에서 죽을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마리의 무덤에 찾아가는 길에 핀을 만난다. 혼자 살아남았다고 몇달동안 보냈던 그들에게는 서로가 정말 천사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세상에 둘 밖에 없다고 생각되기에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면 두 사람이 행동이 이해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태양이 사라지고 세상에 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이해갈 만한 상황이었다. 몇달만에 처음 웃게 됐으니 말이다. 어느날 핀은 아픈 로렌츠를 위해 약을 찾으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7월 17일 그날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처음에 로렌츠는 절망하고 힘들어하지만 자신은 알게 된다. 핀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리와의 사랑에서는 다 주지 못했고 미안한게 많았다면 핀과의 사랑에서는 정말 성심성의껏 대했고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렌츠는 마리를 잃은 이후로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진실로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로렌츠는 세상이, 바깥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끼고, 해가 제대로 뜬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된다. 많은 날이 지나 눈이 녹고 바람이 불며, 비가 내리고 태양이 빛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로렌츠의 삶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렌츠는 이 햇빛을 희망으로 삼아 새로운 삶을 찾으려 떠난다. 로렌츠는 핀이 한말을 기억한다.

 

 "사람은 언제나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사실 이 책을 반쯤 읽을때까지는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반이나 되는 동안 어째서 주인공 '로렌츠'은 태양이 사라지던 그 날 이후로 변함이 없이 그대로일까?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걸까? 하지만 그것은 '핀'이 나타나면서 달라졌다. 책의 내용도 바뀌었지만 내가 책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었다. 이때 나는 사람이 혼자일때를 왜 두렵고 무서워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로렌츠 혼자일때는 그의 삶을 바라보는 나도 지겹고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둘이 되는 순간 나까지도 행복하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핀이 사라졌을때 나까지도 절망과 안타까움에 어쩔줄을 몰랐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로렌츠의 모습에 나도 한번 불끈 주먹을 쥐게 되었다.

 

처음 읽을때는 스펙타클한 소설얘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잔잔한 인간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남은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깊은 무의식 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줄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비유하면 절에 들어가 혼자서 수행하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일부는 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정적이며 부드럽게 엮어가는 로렌츠의 이야기에서 나 또한 내 삶을 재조명하고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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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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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예상했던 건 CEO인 정조의 경영방식을 현실에 접목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초반까지는 몰랐지만 중반에 읽을 수록 왠지 이건 단지 정조에 대한 역사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라는 인물을 경영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한건 조금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이 ’정조’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정치해왔는가 하는 일대기라는 생각이 점점 들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마지막에는 현실과 접목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는 했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책일까 하며 차분히 읽어나갔다. 우선 전체적인 느낌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놀랐지만, 읽으면서 짜임새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다면,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인격이면 인격으로 나누던가 아니면 시대순으로 배열하여 서술했다면 좀더 이해가 쉬웠으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재의 정렬방식은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해야할까? 왠지 두서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앞에 했던 내용이 뒤에서 또 나오니 반복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순이 아니다보니 정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수업시간과 대학교 역사시간에 들은 것 밖에 없는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정조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작가가 <영조실록>과 <정조실록>을 꼼꼼히 읽고 거기 있는 내용을 고대로 가져와서 그런걸까? 단어도 그렇고 내용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단어의 이해가 느리다보니 책 읽는 속도도 훨씬 느려졌다.  

우선 정조라는 인물은 참 맘에 들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적어도 10년, 길게는 50년까지 내다보고 치밀하게 정치를 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똑똑했고 학문에 능했으며 처세술에 능수능란했던 사람인 것 같다. 게다가 호탕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니 멋진 임금일 수밖에 없었다. 책 구절 중에,

행렬이  이천의 서현에 이르렀을 때에 한 늙은 백성이 길가에서 수박 한 소반을 받을어 임금에게 바치려다 군졸에게 막혀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자 정조가 이렇게 말했다. "옛날 글에 ’어느 농부가 미나리가 하도 맛있어 바쳤다’는 내용이 있는데 나는 저 수박을 맛나게 먹고 싶다." 그리고 농부가 올린 수박을 쪼개 한 입 베어 물었다.

라는 구절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평소에 인망이 두텁고 백성을 헤아릴 줄 아는 리더를 좋아한다. 밑에 사람들을 부릴 줄 알아야 제대로 나라가 선다는 걸 아는 정조는 나에게 하나의 로망같은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이 구절을 보니 얼마나 호탕하고 털털한지 모르겠다. 위에 선 사람이라고 해서 밑의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정조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배우려고 노력했고 스승으로 모시려고 했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비유하여 시처럼 뱉어내는 정조의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적이었다. 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치밀한 정치적 면모를 보자면 인내심이 엄청난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도대체 몇년을 기다린 것인지를 보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이 책 덕분에 정조, 영조, 정순왕후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경영적인 부분이 현실과 맞닿는 내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조금은 실망했다. 나 스스로 정조에게서 CEO의 자질을 습득해야 하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을 예정인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오해를 시작으로 읽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단지 정조의 정치적인 내용과 측근들과 가족들, 거기서 나오는 심리적인 면을 조금 부각시킨 책이라는 점을 알고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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